[경제 돋보기]
한국 금리가 미국보다 낮은 세 가지 이유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쳤다”고 말할 정도로 미국 중앙은행(Fed)은 정책금리를 올리고 있다. 이와 달리 한국의 일부 정치인들은 한국은행에 금리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거시경제 여건을 보면 구조적으로 한국 금리가 미국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올해 3월 이후 한국의 기준금리가 미국의 연방기금 금리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금리 측면에서 보면 이미 3년 전부터 한국의 장기금리가 미국보다 낮아지기 시작했다. 2016년부터 올해 9월까지 한국의 10년 국채 수익률은 평균 2.18%로 미국(2.30%)보다 0.12%포인트 낮았다.

우선 금리에는 미래의 경제성장률과 물가가 포함돼 있다. 한국의 저금리는 미래의 경제성장률 둔화를 미리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9% 정도로 추정된다. 노동이 감소세로 전환되고 자본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성장 능력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총요소생산성이 하루아침에 증가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고려하면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5년 후 2.5%, 10년 후 2% 이하로 추락할 가능성이 높다. 10년 후에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미국보다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을 현재의 국채 수익률이 선반영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추론은 아니다.

다음으로 한국 경제에서 총저축률이 국내 총투자율보다 높다. 국민경제 전체적으로 보면 저축은 자금의 공급이고 투자는 자금의 수요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저축률이 투자율보다 높아지면서 자금의 공급이 수요보다 많아지고 금리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한편 저축률이 투자율보다 높다는 것은 경상수지 흑자를 의미한다. 2015년 한때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7.7%까지 올라갔던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지난해에는 5.1%로 낮아졌지만 한국은 여전히 흑자국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경상수지 흑자는 환율과 금리 안정 요인으로 작용한다. 미국 경제에서는 투자율이 저축률보다 지속적으로 높다.

마지막으로 은행이 채권을 사면서 금리를 더 낮출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 주체는 가계·비금융기업·정부·해외 부문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가계는 금융회사나 시장에 저축한 돈이 빌려 쓴 돈보다 많은 자금 잉여 주체다.

반대로 기업은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리거나 주식 혹은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 투자 활동을 하는 주체다. GDP에 비해 가계의 자금 잉여 규모가 줄고 있지만 가계는 여전히 자금 잉여 주체로 남아 있다.

문제는 기업이다. 2009년 1분기에 GDP 대비 9.1%였던 기업의 자금 부족 규모가 올해 2분기에는 1.5%로 크게 줄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서 앞으로 2~3년 이내에 기업이 자금 잉여 주체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기업이 은행에 빌린 돈보다 저축한 돈이 많을 것이라는 얘기다.

은행은 돈이 들어오면 그 자금을 가계와 기업에 대출해 주거나 주식과 채권 등 유가증권 투자로 운용한다.

가계에 이어 기업마저 은행에 맡긴 돈이 더 많으면 은행은 유가증권 특히 채권 투자를 늘릴 수밖에 없다. 1998년 이후 일본 기업들이 자금 잉여 주체로 돌아서면서 은행이 채권 매수를 크게 늘렸고 이것이 일본 금리가 ‘0%’까지 떨어진데 크게 기여했다.

시장금리를 결정하는 경제성장률, 저축률과 투자율 차이, 은행의 채권 수요 등을 고려할 때 한국의 시장금리는 미국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5호(2018.10.22 ~ 2018.10.28)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