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총수’ 고(故) 박용오 전 성지건설 회장의 자택이 경매에 나온다. 박 회장은 1998년부터 2008년까지 그룹 회장으로 두산그룹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박 회장의 자택을 포함해 함께 경매에 부쳐지는 물건은 모두 5건이다. 대법원 법원경매정보에 따르면 박 회장의 자택(성북구 성북동 330-21 성북빌하우스) 등 5건이 4월 10일 경매에 들어간다. 박 회장의 자택은 서울 길상사 인근 각국 대사관 밀집 지역 등 고급 주택가에 들어선 빌라로 대지 310㎡(94평), 건물 240㎡(73평)의 복층 주택이다. 법원의 감정가는 15억 원이다.

대기업 총수를 지냈던 박 회장의 자택이 법원 경매에까지 부쳐지게 된 이유는 사업 실패에 따른 자금난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박 회장의 자택은 현재 두 아들인 박경원·중원 형제가 공동소유하고 있지만 이미 2008년 12월 제일저축은행 등 11개 저축은행이 60억 원의 근저당을 설정해 놓은 상태다. 또 신용보증기금·하나캐피탈·신한은행 등에 의해서도 압류와 가압류가 설정돼 있다.
[비즈니스 포커스] 경매 나온 고 박용오 회장의 자택 살펴보니
복잡한 채권·채무 관계를 고려할 때 박 회장은 2009년 숨질 당시 상당한 자금 압박에 시달린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은 유서에서 “회사 부채가 너무 많아 경영이 어렵다. 채권·채무 관계를 잘 정리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용오 회장은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 회장의 6남 1녀 중 2남으로 1965년부터 두산에서 일했다. 이후 두산그룹 부회장, OB베어스 구단주를 역임한 후 1996년 형인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그룹 회장에 취임해 두산그룹 경영 전반을 진두지휘했다. 1998년 (주)두산의 대표이사 회장을 겸임하며 2005년까지 그룹 총수직을 수행했다.

하지만 2005년 7월 이른바 ‘형제의 난’을 일으키며 두산가와 갈라섰다. 3남인 박용성 회장이 두산그룹 회장으로 추대되자 이에 반발, 박용성 회장이 20여 년간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개인적으로 착복했다는 주장을 담은 투서를 검찰에 제출한 것. 이는 검찰이 두산가 전반에 대한 비리를 조사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에 박 회장은 두산가에서 제명됐으며 재계에서는 승자 없는 ‘형제의 난’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이후 2008년 성지건설을 인수해 경영 일선에 복귀했지만 건설 경기 침체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극심한 경영난을 맞았다. 또 차남인 박중원 씨가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되는 등 험난한 사건들을 겪었다. 결국 2009년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박 회장의 자택과 함께 경매에 부쳐진 물건(사건번호 2011타경32731)은 성북구 성북동 산10-41 임야 562㎡(170평, 감정가 4억4385만 원), 관악구 신림동 산121-3 임야 120㎡(36평, 감정가 2089만 원), 신림동 산121-9 임야 504㎡(152평, 감정가 7754만 원), 신림동 산121-10 임야 2559㎡(774평, 감정가 3억9400만 원)와 주택·창고 등 74㎡(22평, 감정가 2940만 원) 등이다. 5개 물건의 감정가 총합은 약 24억6500만 원이다.

한편 성지건설은 지난해 11월 대원·아이비클럽 컨소시엄이 인수를 통해 성공적으로 재기했다. 작년 이 회사의 순이익은 570억 원에 달했다. 그 결과 올해 1월 법원으로부터 회생 절차 종결 판정을 받았다.

대원은 ‘칸타빌’이란 자사 아파트 브랜드를 갖고 있는 건설 업계 90위권의 중견 건설사다. 아이비클럽은 대원의 자회사로 유명 교복 업체다.



이홍표 기자 hawling@hankyung.com | 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854호(2012.04.16 ~ 2012.04.2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