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사 기관별로 상승률 최대 5배 차이…통계는 ‘전체의 흐름’을 보는데 집중해야 [아기곰 ‘아기곰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9·13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 값 상승률이 대책 발표 이전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기사가 지면에 도배되고 있다. 그런데 기사를 눈여겨본 사람은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10월 둘째 주 같은 기간인데도 한국감정원은 0.07% 상승했다고 하고 KB국민은행은 0.38% 올랐다고 발표하고 있다. 한국감정원과 KB국민은행의 수치는 무려 다섯 배 이상의 차이를 보인다.
같은 기간 동안 같은 지역을 조사한 것인데도 왜 조사 기관에 따라 이처럼 극명하게 다른 수치가 나올까. 더 나아가 어떤 지수를 믿어야 할까. 이것에 대한 정답은 없다. 누구도 진실을 정확히 알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 통계조사의 한계와 오차 발생 이유
가장 정확한 방법은 전국의 모든 주택을 빠짐없이 전수조사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방법은 비현실적이다. 통계청에서 5년에 한 번 하는 인구센서스는 비용도 만만치 않고 통계를 정리해 발표하는 기간도 1년이나 걸린다.
이를 부동산 시세 조사에 적용한다면 지금 시세는 내년 이맘때나 알 수 있을 것이다. 1년 지난 시세는 아무 의미가 없다. 그러므로 한국감정원을 포함한 모든 기관은 간접조사 방식을 취한다. 지역별 협력 중개업소를 정해 놓고 그들을 통해 그 지역의 시세 변동을 반영하는 식이다.
그런데 같은 방법으로 조사하는데 왜 기관마다 통계 수치가 다를까. 첫째 이유는 샘플링을 하는 업소가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단지라도 부동산 중개업소는 여럿이 있다. 한국감정원은 A라는 중개업소를 통해 시세를 파악하고 KB국민은행은 B라는 중개업소를 통해 시세를 파악하는 식이다.
이때 소극적인 사람은 ‘이번 주의 시세도 지난주와 비슷하다’고 답변할 것이고 적극적인 사람은 ‘지난주에 비해 올랐다’고 이야기하거나 ‘내렸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자신과 거래하지 않았기 때문에 소극적인 사람은 지난주와 시세가 같다고 생각한 것이지만 적극적인 사람은 주변의 다른 중개업소에 물어봐서라도 시세의 변화를 이야기할 것이다. 물론 조사 기관으로서는 후자의 조사원이 도움이 되겠지만 전자와 후자를 사전에 구분해 지정하기는 어렵다.
둘째 이유는 부동산에는 통일된 시세가 원래 없기 때문이다. 부동산은 일물일가제(一物一價制)다. 각각의 물건마다 각각의 시세가 존재한다는 의미다. 1층과 로열층의 가격이 같을 수 없고 수리가 아주 잘된 집과 수리가 전혀 되지 않은 집의 시세가 같을 수 없다.
이에 따라 통일된 시세를 제공할 수 없는 것이다. 거래 가격을 그대로 시세에 반영하면 더 큰 혼란이 생긴다. 지난주에는 1층이 거래됐고 이번 주에는 로열층이 거래됐다면 집값이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날 수 있다.
반대로 지난주에는 수리가 잘된 물건이 팔리고 이번 주에는 수리가 전혀 되지 않은 물건이 거래됐다면 집값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날 것이다.
물론 조사 기관마다 시세를 하한가·일반가·상한가로 나눠 조사하기도 하지만 몇 층까지가 하한가인지, 수리가 어느 정도까지가 상한가인지 칼로 무를 베듯 정확하게 구분할 수는 없다. 결국 집값에는 정확한 통일된 가격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구나 시세 제공 업체에서 제공하는 시세는 호가 위주다. 다시 말해 집주인이 팔고자 내놓은 가격이 시세로 제공되는 것이 많다는 뜻이다.
집주인이 일방적으로 정한 매도 호가가 아닌 중개업소가 적당한 거래가라고 주관적으로 판단한 가격으로 시세를 올리면 실제로 살 수 없는 가격을 올린 것이므로 통계로서의 의미가 사라진다. 더 나아가 미끼 매물을 올렸다고 문제가 되기까지 한다. 그러므로 시세는 매도 호가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
◆ 통계는 통계로 이해해야
이를 피하기 위해 국토교통부에서 발표하는 실거래가를 시세에 반영하면 어떨까. 이도 현실을 반영하기에는 미흡하다. 실거래가는 계약일로부터 60일이 지나기 전에만 하면 되기 때문에 실거래가로 등재된 시세는 두 달 전 시세다.
그러면 신고일을 계약일로부터 아주 짧게 예를 들어 1주일 이내로 제한하면 되지 않을까. 이것도 현실적이지 않다. 보통 매수자가 어떤 매물이 마음에 든다고 그날 계약서를 작성하지는 않는다.
매도자가 그 지역에 살지 않거나 다른 일정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가계약금을 매도인 계좌로 송금하고 일정 기간 후 약속을 잡아 계약서를 정식으로 작성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세부 조건이 맞지 않아 계약이 깨질 때도 많다. 그러므로 가계약일 기준으로 실거래가를 신고하면 자전 거래라고 오해 받을 것이고 정식 계약일 기준으로 계약한다면 시세가 바로 바로 반영되지 않을 수도 있다.
더구나 실거래가가 시세를 그대로 반영하지 않는다. 보통 매도 호가는 현실보다 높게 책정되고 실거래가는 그보다 싸게 형성될 것이라고 오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시세가 급등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시세가 떨어지면 반대 현상이 나타난다. 예를 들어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은마아파트의 실거래 기록을 보면 101㎡짜리 아파트가 9월에 12층 매물이 18억5000만원에 실거래됐다고 국토교통부가 발표했다. 2층 매물은 18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이것이 가장 최근 발표된 거래다.
그런데 KB국민은행의 10월 12일자 시세표에 따르면 은마아파트 101㎡의 상위 평균가는 18억원으로 실거래가 대비 5000만원이나 낮다. 심지어 하위 평균가는 17억3000만원으로 실거래가 대비 1억원이나 낮다. 결국 실거래가가 현 시세보다 5000만원에서 1억원 정도 비싸다. 실거래가로 시세를 나타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통계라는 것은 통계로 이해해야 한다. 통계는 일정한 오차 범위가 있을 수밖에 없고 시간이나 비용 문제 때문에 이런 오차 범위를 현실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면 통계를 믿지 말아야 할까. 아니다. 통계는 흐름이다. 하나하나의 숫자에 너무 집착해 일희일비하지 말고 전체의 흐름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
다시 말해 과거 대비 집값이 오르고 있는 추세인지, 내리고 있는 추세인지 알 수 있는 좋은 수단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는 의미다. 통계의 오차도 일관성이 있다면 통계로서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5호(2018.10.22 ~ 2018.10.28)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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