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돋보기]
[김태기의 경제돋보기] 일자리는 ‘퍼주기’보다 ‘시스템’이 답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국회의 예산심의가 시작됐다. 2019년 예산은 규모가 파격적이고 재정 건전성 논란의 여지도 많다. 예산 규모는 경제성장률 전망보다 두 배 많은 9.7%를 증액해 470조원에 달한다. 예산 사업을 들여다보면 정치색이 강하다.

혁신을 내세우지만 논란이 되는 소득 주도 성장을 뒷받침하는데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예산의 대폭적인 확대 이유로 일자리 문제 해결을 강조하지만 최저임금 인상 등에 따른 정책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사업 예산이 많다.

일자리 예산은 공식적으로는 22% 증액했지만 실제로는 훨씬 많다. 공공부문 고용뿐만 아니라 지역 밀착 사회간접자본(SOC)과 생활 밀착 연구·개발(R&D) 예산 등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런 예산은 지방자치단체의 일자리 사업에 투입되고 집행되는 과정에서 정치색이 커질 것 같다.

지역 밀착 SOC와 생활 밀착 R&D는 개념이 불분명한 반면 사업을 집행하는 지자체의 정책 역량은 떨어진다. 지자체의 정치적 역학관계에 따른 나눠 먹기 식 예산이 되면서 지원은 취약 계층이 아니라 양호한 계층이 받기 십상이다.

성과가 낮다고 지적 받아 온 고용 보조금과 직접 일자리 사업은 예산이 오히려 증액됐다. 하지만 청년 일자리 문제의 핵심인 교육과 훈련의 부실을 개선하기 위한 기반 사업은 보이지 않는다. 숙련은 취업 능력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인데 거의 모든 일자리 사업에 고려하지 않았다.

막대한 규모의 지방 교육재정 교부금 예산은 학생의 숙련 향상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숙련 습득 없이 졸업하는 교육 현실엔 손대지 않고 취업하지 못하는 청년에게 수당이나 주는 식의 예산 낭비가 커질 것 같다.

내년도 경제전망은 어둡다. 성장률이 떨어져 세수 확보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수익과 가계의 소비 모두 후퇴하고 부동산 거래까지 격감해 정부 예상보다 세수입이 적을 수 있다.

소득을 높여 소비를 촉진하고 성장을 회복한다는 정책은 실패하고 고용과 소득 양극화가 악화되면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할 것으로 보인다. 대외 경제 여건의 악화로 대량 실업 조짐이 보이면 그 폭은 훨씬 커질 것이다. 2019년 예산이 재정 건전성을 해치는데 내년도의 추가경정예산은 이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들 것이다.

일자리 예산 확대가 고용을 오히려 악화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국회가 제대로 심의해야 하지만 시간 제약 때문에 어렵다면 적어도 일자리 사업의 성과와 재정 건전성을 제고하는 시스템은 만들어야 한다. 일자리 사업의 사전적 타당성 검토와 사후적 평가 강화를 제도화해야 한다.

기업의 고용 창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 일자리 예산의 확대 요인을 억제하고 동시에 고용에 관련된 교육과 복지 등의 예산 사업끼리의 연계성을 높여야 한다.

예산은 사업에서 출발하고 사업은 법제도에 의해 뒷받침된다. 일자리 예산의 준칙을 도입하고 예산 심의에 법제도 검토가 포함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일자리 사업의 성과와 재정 건전성을 높이도록 고용정책기본법과 국가재정법을, 지자체의 권한뿐만 아니라 책무성을 강화하도록 지방자치법을, 교육이 청년 고용 악화에 적극 대응하도록 교육기본법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을, 공공기관의 고용 비리를 막고 정부의 서비스 질을 높이도록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8호(2018.11.12 ~ 2018.11.18)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