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놀로지]
-데이터 폭증하며 데이터센터 중요성 커져…구글과 페이스북도 ‘기상천외 아이디어’ 내놔
‘뜨거운 데이터센터’ 통째로 바다에 넣어버린 MS
[한경비즈니스=전승우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이제 빅데이터는 정보기술(IT) 산업을 넘어 글로벌 경제의 주요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모바일 데이터가 급증하는 가운데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등 새롭게 각광받는 IT 역시 엄청난 규모의 데이터를 산출하고 있다.

텍스트 데이터가 대부분이었던 과거와 달리 고화질 사진과 동영상·게임 등 멀티미디어 콘텐츠가 증가하면서 데이터 산출량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데이터 규모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무엇보다 데이터센터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기업과 개인 데이터를 저장하고 각종 IT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는 서버와 네트워크 인프라 등을 갖춘 시설을 말한다. PC와 스마트폰 등 많은 IT 기기들은 유무선 네트워크로 데이터센터에 접속해 데이터를 저장하거나 반대로 데이터를 받아 각종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뜨거운 데이터센터’ 통째로 바다에 넣어버린 MS
(사진) 마이크로소프트의 '나티크' 프로젝트 개발진. /MS코리아 제공

◆‘21세기의 석유’ 보관·처리 경쟁력 확보 중요

오늘날 클라우드 컴퓨팅의 저변확대가 데이터센터 건설 붐을 이끌고 있다. 언제 어디에서나 원격으로 각종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데이터센터 확보가 필수적이다. 글로벌 통신 장비 기업인 시스코는 2020년 이후 클라우드 컴퓨팅이 글로벌 전체 데이터센터가 발생하는 데이터의 95%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마존·구글·마이크로소프트·애플·페이스북 등 클라우드 컴퓨팅과 관련 높은 글로벌 IT 기업들이 앞다퉈 데이터센터에 막대한 금액을 투자하고 있다. 많은 가입자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애플리케이션·플랫폼과 같은 첨단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데이터센터를 확보해야 한다. 만일 데이터센터가 부족하면 가입자의 서비스 처리 수요를 원활히 대응할 수 없으므로 클라우드 컴퓨팅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데이터는 ‘21세기의 석유’라는 말처럼 4차 산업혁명 트렌드가 뚜렷해질수록 데이터의 가치는 더욱 강조된다. 비즈니스 전반에 걸쳐 IT 융·복합이 활발히 이뤄지면서 미래에는 거의 모든 산업이 데이터를 중심으로 움직이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들이 엄청난 데이터를 보관, 처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충분한 데이터센터를 갖춰야 한다.

기존 글로벌 IT 기업은 물론 IT로 비즈니스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기업들까지 전 세계 각지에 걸쳐 충분한 데이터센터를 건립하려는 움직임이 심화되고 있다.

하지만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전기 먹는 하마’라고 불릴 정도로 엄청난 전기를 소모하는 데이터센터를 원활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데이터센터가 발생하는 뜨거운 열을 식혀 줘야 한다. 데이터센터를 구성하는 수많은 서버와 스토리지, 통신 인프라는 24시간 내내 쉴 새 없이 동작하면서 엄청난 열을 방출한다.

만일 적시에 열을 식혀주지 않으면 저장 데이터의 유실, 인터넷 서비스 마비 등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냉각기술을 활용해 데이터센터 내부의 온도·습도·공기 흐름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최적의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냉각 과정 역시 상당한 전력을 소모한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냉각에 소요되는 에너지는 전체 데이터센터가 소비하는 에너지의 절반에 이른다. 게다가 데이터센터 가동과 냉각에 들어가는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 온실가스 발생이 늘어나는 등 데이터센터가 환경오염 악화의 주범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뜨거운 데이터센터’ 통째로 바다에 넣어버린 MS
‘뜨거운 데이터센터’ 통째로 바다에 넣어버린 MS
(위) 운용 시험을 위해 잠수를 준비 중인 프로젝트인 '나티크' 데이터센터. / MS코리아 제공
(아래) 스웨덴 룰레오에 위치한 페이스북의 데이터센터. /페이스북코리아 제공

◆데이터센터 ‘냉각’에 주목하는 IT업계

데이터센터 냉각이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면서 이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많은 IT 기업들 역시 다양한 냉각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활용이 IT 경쟁력의 핵심 요건으로 부상하면서 데이터센터의 냉각 효과를 어떻게 극대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도 주목받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인 글로벌마켓인사이트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 냉각 장비 시장이 2016년 80억 달러에서 2024년 2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인터넷 기업 구글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대표적 기업이다. 세계 각지에서 구글이 건립한 데이터센터가 가동되고 있는데 2014년 기준으로 구글의 에너지 사용량은 미국 가정 36만 가구와 맞먹는다고 한다.

이들 데이터센터는 각종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오작동과 정전을 막을 수 있는 안정적 운영이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구글은 차가운 바닷물을 이용해 열을 식히는 데이터센터를 건립하는 등 여러 냉각 아이디어를 모색하고 있다.

또한 구글은 데이터센터 냉각 효율을 강화하기 위해 유명한 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에 적용된 알고리즘을 사용했다. 구글은 알파고의 알고리즘을 활용해 데이터센터의 온도·습도·전력 사용량 등 각종 데이터를 입력 받아 냉각기와 팬 등 약 120개의 변수를 최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냉각 시스템을 개발했다. 구글은 이를 통해 냉각 비용을 40%나 줄이는 등 데이터센터 전력 소모를 약 15% 줄일 수 있게 됐다고 주장한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비즈니스를 강화하기 위해 데이터센터 증설에 집중하는 페이스북은 2013년 스웨덴의 룰레오에 유럽 내 첫 데이터센터를 지었다. 수력발전량이 풍부한 룰레오는 전기요금도 저렴하지만 특히 데이터센터 냉각에 유리한 지역으로 손꼽힌다.

북극에 인접한 룰레오는 1년 내내 서늘한 기온을 유지하고 있다. 룰레오의 찬 공기를 통해 데이터센터 내부의 온도를 낮게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 설치하는 것보다 데이터센터 냉각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데이터센터를 아예 바다에 넣어 냉각시키는 기발한 도전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 6월 스코틀랜드의 오크니 섬 인근 바다에 864대의 서버가 포함된 데이터센터를 내려 보내는 프로젝트 나티크(Project Natick)를 시작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년 전 캘리포니아 바다에서의 테스트를 거쳐 아이디어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하고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됐다.

바닷속 데이터센터는 냉각을 위한 별도의 에너지가 필요하지 않다. 또한 오크니 섬 바다는 풍력이나 조력발전에 적합하므로 데이터센터 가동을 위한 신재생에너지를 충분히 공급받을 수 있 다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마이크로소프트는 많은 사람들이 해안가 주변에 거주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프로젝트 나티크의 데이터센터와 사용자 간 물리적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인터넷 속도를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냉각기술의 혁신 추진 노력이 지속

클라우드 컴퓨팅·IoT·AI·5G 등 IT 활용 수준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데이터센터 수요도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추세에 따라 데이터센터의 안정적 운영을 지원할 수 있는 냉각기술의 중요성도 더욱 강조될 전망이다.

새로운 데이터센터 냉각 방법을 찾기 위한 노력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물과 공기 등 물리적 요소를 활용하는 것은 물론 향후에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이 복합 적용되는 신개념의 냉각 방법도 등장할 수 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여러 기업 사례와 같이 창의적 아이디어의 적용으로 기존 방법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도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발열 문제 기기의 필수 과제이므로 데이터센터 냉각기술이 IT 산업 내 다양한 분야에 응용될 수 있는 여지도 크다.

첨단 IT 중심의 디지털 혁신이 가속화되면서 편리성과 생산성 향상 등 긍정적 효과도 커지는 반면 데이터센터 냉각과 같이 이전에 고려하지 않았던 이슈들도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특히 이들 이슈는 기업 차원을 넘어 소비자와 사회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IT의 고도화가 만드는 문제는 지속 가능한 디지털 혁신 추진의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이를 어떻게 슬기롭게 대처하느냐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8호(2018.11.12 ~ 2018.11.18)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