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헤지펀드 전성시대 이끄는 ‘젊은 스타들’]-김두용 머스트자산운용 대표…끝까지 파고드는 ‘리서치 강점’
“10년 10배 수익, 연평균 28% 수익률 달성했죠”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머스트자산운용은 국내 헤지펀드 시장의 ‘숨은 고수’다. 안정적이면서도 고수익을 내는 펀드로 자산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무엇보다 국내 헤지펀드 운용사들이 채권,파생상품,대체자산 등 다양한 투자 자산을 넓혀 가는 것에 비해 머스트자산운용은 운용 자산의 대부분을 주식에 집중하는 주식 특화 전략을 고수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김두용 머스트자산운용 대표는 최근 국내 헤지펀드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는 30~40대 젊은 기수를 꼽을 때면 빠짐없이 거론되는 인물이다. 1979년생으로 서울대에서 건축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건축학도를 꿈꿨던 그는 대학 2학년 무렵 ‘주식 투자’를 업으로 삼기로 마음먹었다. 이후 서울대 주식 동아리 스믹(SMIC)에서 활동하며 기본기를 닦았다. 이후 2006년 머스트인베스트먼트로 출발, 2009년 머스트투자자문을 거쳐 2016년 9월 헤지펀드 운용사로 전환했다. 서울 도곡동 머스트자산운용 사무실에서 1월 29일 김 대표를 만났다.
◆ ‘10년간 10배 수익, 연평균 28%, 마이너스 제로’ 달성
머스트자산운용은 주식 매수 전략을 구사하는 펀드 중 독보적인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김 대표가 2009년 투자 자문사 창업 당시부터 내걸었던 ‘101026&0’ 프로젝트다. ‘10년에 10배 수익, 연평균 수익률 26% 그리고 마이너스(-) 성과를 한 번도 내지 않고 제로로 유지하겠다’는 의미다. 연평균 수익률 26%는 10년에 10배 수익, 3년에 2배 수익을 만들어 주는 숫자다.

“실제로 해외 자산운용사들 중에는 ‘101026&0’을 실천하는 곳들이 종종 있습니다. 잘 알려진 운용사들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운용 규모에 제한을 두고 높은 수익률을 꾸준히 지속하는 곳들이죠. ‘국내에도 이런 운용사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왕이면 우리가 그런 운용사가 되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프로젝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2019년은 머스트자산운용에 의미 있는 한 해다. 2019년 4월 1일 투자 자문사로 고객들의 자금을 맡아 운용을 시작한 지 꼭 10년째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101026&0’ 프로젝트의 결과는 성공이다. 머스트자산운용은 2009년 이후 2018년 말까지 연평균 수익률 28%, 최저 수익률 6%를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10년간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머스트자산운용은 올해부터 ‘새로운 10년’을 목표로 다시 101026&0 프로젝트에 돌입한다.

사실 ‘좋은 주식’에 투자하는 것만으로 10년간 마이너스 없이 연평균 26%의 수익을 달성한다는 게 만만한 일은 아니다. 이 프로젝트의 성공이 더욱 의미가 큰 이유다. 이를 지켜내기 위해 김 대표는 ‘수익률에 집착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다.

“기본적으로 투자는 운용 성과가 좋아야 지속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때문에 운용 성과에 집착하는 겁니다. 그게 운용사로서 고객을 위한 최대한의 의무라고도 생각을 하고요. 좋은 운용 성과를 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통제되지 않는 위험’을 줄여 나가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는 전략은 기본과 상식에 충실한 투자겠죠. 그 기본은 좋은 기업을 찾아 투자하는 것이고요. 우리가 운용 자산 대부분을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는 쇼트(공매도)한다거나 레버리지(부채)를 끌어다 쓰는 투자는 완전히 배제하고 있습니다.”
◆끝까지 파고드는 ‘리서치’, 수익은 물론 ‘시간의 손실’도 줄이는 투자 목표
‘통제되지 않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김 대표가 유독 강조하는 것은 리서치다. 투자 기업에 대한 ‘압도적인 이해’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좋은 투자가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이를 ‘모범생과 시험 출제자’에 빗대 설명한다. 모범생은 시험문제가 나왔을 때 답을 잘 푸는 학생이다. 하지만 시험 출제자가 되기 위해선 단순히 모범생의 문제 이해 수준을 뛰어넘어야 한다. 그래야 시험문제의 난이도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시험문제에 대한 압도적인 이해가 필요한 것이다.

투자자도 마찬가지다. 투자자에게 시험문제는 기업과 투자 자산이다. 기업의 펀더멘털을 비롯해 모든 방면에서 압도적인 이해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단순히 ‘모범생 투자’에 그칠 뿐 ‘출제자 수준의 투자’로 올라설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소신이다.

“최근에 시장 변동성이 커졌다고 하지만 저는 그렇게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아요. 우리가 투자하는 기업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다면 위험을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거든요. 무조건 공부를 많이 하는 게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의지와 끈기’를 갖고 공부하다 보면 어느 순간 ‘압도적 이해’가 됐다고 여겨지는 지점이 옵니다. 경험적으로는 그럴 때 좋은 투자 아이디어도 나오더라고요.”

김 대표가 ‘미샤’를 보유하고 있는 에이블씨엔씨의 투자 기간 동안 점심시간마다 회사 근처 미샤의 매장을 방문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김 대표뿐만 아니라 머스트자산운용의 리서치팀은 한 회사를 이해하기 위해 현장 방문, 공시 분석 등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 끈질기게 매달리는 것을 철칙으로 한다. 한 기업을 위해 가장 효율적인 공부 방법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끝까지 매달리겠다는 ‘의지와 끈기’라고 유독 강조하는 이유다.

“펀드매니저로서 저는 ‘시간의 손실’을 줄이는 것 또한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수익률이라는 것은 결국 수익과 시간의 함수잖아요. 그런데 많은 투자자들이 수익의 손실에는 굉장히 민감하지만 시간의 손실에는 상대적으로 ‘느슨함의 함정’에 빠지는 이가 많아요. 저평가된 좋은 종목이 있어요. 그러면 투자자는 이 종목을 ‘사고 기다릴지, 기다렸다 살지’ 고민이 되겠죠. 그런데 ‘시간의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는 기다렸다가 사는 게 맞죠. 투자 기업에 대해 해야 할 리서치를 다하면 기다렸다가 살 수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시간은 합리성의 영역을 넘어선다고 생각하지만 펀드매니저로서 저는 가능하면 ‘시간’에 대한 부분도 통제할 수 있는 수준까지 그 기업을 이해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머스트자산운용은 자기자본의 60% 이상을 자사가 운용하는 헤지펀드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머스트자산운용의 0번 고객은 다른 누구도 아닌 김 대표와 머스트자산운용 임직원들인 셈이다. 다른 어떤 투자 자산보다 자사의 헤지펀드가 가장 높은 수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자신감이다. 이렇듯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투자 결과 또한 좋을 것이라는 믿음이 가능한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 또한 가장 상식적인 것이라고 생각해요. 해외에서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일이거든요. 우리가 자기자본의 60% 이상을 자사 펀드에 넣었다고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우리 자산 중 가능한 한 모든 돈을 투자한 겁니다. 지금도 회사에 수익이 나면 여윳돈은 무조건 투자하고 있고요. 우리가 고객들에게 늘 강조하는 것은 우리 또한 머스트자산운용의 가장 큰 고객이라는 거예요. 만약 우리가 자사 펀드에 더 이상 가입하고 싶지 않아진다거나 환매해 다른 데 투자하고 싶어진다면 더 이상 사업을 접는 게 도리이자 책무라고 생각해요.”

김 대표의 답변 한마디 한마디에서 ‘우직함과 꾸준함’이 묻어난다. 머스트자산운용은 지금까지 그랬듯이 앞으로도 우직하고 꾸준하게 기업을 연구하고 투자하며 조용히 헤지펀드 운용사로서의 제몫에 충실할 것이다. 다만 여기에 더해 앞으로는 ‘직원들의 가족’들에게까지 조금 더 미안함과 고마움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게 김 대표의 다짐이다.

“직원들의 가족을 챙기는 것은 ‘수익률’과 상관없는 일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수익과 직결되는 문제예요. 머스트자산운용이 10년을 넘어가면서 창업 초창기 때부터 함께해 왔던 직원들도 함께 나이를 먹고 가족을 꾸리는 경우가 많아졌죠. 그런데 우리는 기본적으로 기업에 대해 ‘리서치’하는 데 목매는 사람들이에요. 24시간 일에 몰두하는 성향의 사람들이기 때문에, 다시 말해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거죠. 저도 그중 한 사람이고요. 그런 사람들이 가장 약한 부분이 가족에 대한 배려잖아요. 그렇다면 회사 또한 적극적으로 나서서 서로서로 도와야죠. ‘지속 가능한 투자’를 위해 대표로서 더 많이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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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12호(2019.02.18 ~ 2019.02.2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