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Ⅱ ]
-핵심 계열사 집결 마무리…‘체질 개선’ 끝내고 M&A 등 새 도약 시작
‘용산 시대’ 100일 맞은 구자열 LS그룹 회장의 도전
[한경비즈니스 = 이홍표 기자] LS그룹이 ‘용산 시대’를 연 지 100일을 맞았다. LS그룹의 3대 지주회사와 주요 계열사들은 2018년 11월부터 LS용산타워에 집결하기 시작했다. 2003년 LG그룹에서 계열 분리한 지 15년 만이자 2008년 지주사 체제로 출범한 후 10년 만에 이뤄지는 변화다. 서울 용산을 그룹의 새 거점으로 삼고 도약을 준비 중인 LS그룹의 미래 구상을 알아봤다.

LS용산타워는 LS네트웍스가 소유한 지하 4층, 지상 28층 규모 건물로 1984년 국제그룹 사옥으로 지어졌다. LS그룹이 2006년 국제상사를 인수하면서 용산타워도 함께 인수해 LS 소유로 넘어왔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LS용산타워에는 국제상사의 전신인 LS네트웍스만 입주해 있었다.

LS가 이곳을 ‘그룹의 새 심장’으로 삼은 배경에는 삼일회계법인의 사옥 이전이 있다. 삼일회계법인은 그간 LS용산타워 12개 층을 써왔다. 하지만 최근 삼일회계법인이 LS용산타워 바로 옆에 들어선 아모레퍼시픽 사옥으로 상당 규모의 조직을 옮겼다.

LS그룹은 이 기회를 살려 그간 흩어져 있던 계열사들 한데 모으기로 결정했다. 그룹의 역량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보고 구자열 LS그룹 회장이 직접 지시했다. 구 회장은 이번 용산 시대 개막을 통해 제2의 도약에 나선다는 각오다.

이에 따라 LS전선·LS산전 등 주력 계열사를 거느린 (주)LS는 서울 삼성동 아셈타워에서 지난해 11월 12일 한강로 LS용산타워로 이전했다. 에너지 사업부문 지주사 격인 E1과 도시가스 사업부문 지주사인 예스코홀딩스도 용산에 둥지를 틀었다.

LS에 따르면 이번 이전을 계기로 ‘스마트 오피스’ 구축도 계획 중이다. 안양에 있는 제조부문 직원들도 용산 사옥을 이용할 수 있어 직원들의 편의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LS는 이번 작업으로 서울 용산, 경기도 안양 두 곳으로 사업 거점을 단순화할 수 있게 됐다. 용산은 지주사 거점으로, 안양 사옥은 제조 계열사 거점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LS그룹의 거점은 2008년 완공된 경기 안양 사옥(LS전선·LS산전·LS엠트론)과 서울 삼성동 아셈타워((주)LS·E1·LS니꼬동제련), 트레이트타워(LS메탈), LS용산타워(LS네트웍스) 등으로 흩어져 있었다. 안양 사옥은 지리적 특성상 모든 계열사가 모이기엔 어려움이 있었다.

LS 관계자는 “28층짜리 빌딩 중층부(14~21층) 8개 층을 LS그룹이 사용한다”며 “그룹 컨트롤타워와 주요 계열사들이 한데 모인 만큼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용산 시대’ 100일 맞은 구자열 LS그룹 회장의 도전
(사진)구자열 LS그룹 회장

지주회사 LS 중심으로 ‘사촌 경영’ 특징

LS그룹은 2003년 출범 이후 주력 사업인 산업용 전기전자·소재·에너지 분야에 주력하며 성장해 왔다, 핵심 기술의 국산화, 인수·합병(M&A), 해외 진출 등을 통해 성장을 거듭해 왔다. 출범 당시 매출 7조3500억원, 영업이익 3480억원에서 2017년도 말 기준 매출액 22조5105억원, 영업이익 7467억원을 달성해 재계 14위 그룹(2017년 공정위 발표, 총수가 없는 농협·포스코·KT를 제외한 자산 규모)으로 성장했다.

현재 LS그룹은 40여 개의 계열사를 산하에 두고 국내에서만 1만3000여 명의 임직원이 일하고 있다. 미국·중국·유럽·중동 등 전 세계 25개국 100여 곳에 현지 생산법인·판매법인·지사·연구소 등을 두고 있다.

LS그룹은 지주회사 LS를 중심으로 LS전선·LS산전·LS니꼬동제련·E1 등의 핵심 계열사가 있다. LS전선은 초전도·해저·초고압 케이블 분야에서 최고급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전력선 기업이다. LS산전은 전력·자동화·마이크로그리드·태양광 등 스마트 에너지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LS니꼬동제련은 세계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동 제련 기업이다.

지주회사 LS는 지난해 견조한 실적을 올렸다. LS는 연결 기준 지난해 매출액이 10조110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3% 증가했다고 2월 12일 공시했다. 영업이익은 5090억8832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4876억5959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37% 증가했다. LS 관계자는 “동 가격 상승과 계열사 연결 대상 회사 편입의 영향으로 매출이 늘어났다”며 “기타 손익 감소, 사업 매각으로 순이익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동 가격은 2017년 톤당 6100달러에서 지난해 톤당 6500달러로 올랐다.
‘용산 시대’ 100일 맞은 구자열 LS그룹 회장의 도전
특히 그룹의 주력사 중 한 곳인 LS산전은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도 2003년 계열 분리 이후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다. LS산전은 1월 29일 공시를 통해 2018년 연간 기준 매출 2조4850억원, 영업이익 2051억원, 당기순이익 1322억원을 각각 올렸다고 밝혔다. 전년에 비해 매출·영업이익·당기순이익이 각각 6.0%, 29.4%, 24.7% 늘었다. 주력인 전력·자동화기기 사업의 안정적인 성장과 함께 전략 사업으로 육성 중인 전력 인프라와 스마트 에너지 부문 호조에 힘입은 것으로 평가된다.

LS그룹은 지난해 대규모 사업 재편도 진행했다. LS그룹은 지난해 가온전선을 LS전선 자회사로 편입했다. 1984년 설립된 가온전선은 2017년 말까지 LS그룹의 오너 일가가 37.62%를 보유하며 오너 일가가 직접 소유했지만 지난해 1월 오너 일가 소유의 지분 31.59%를 전량 LS전선에 매도하는 지배구조 개편을 단행했다. 또 LS엠트론은 동박·방막 사업을 매각하고 트랙터·사출기기 등으로 주력 사업을 재편했다.



스마트 그리드 ESS 등 신사업 추진

LS그룹의 ‘용산 시대’가 의미를 갖는 또 한 가지 이유는 그룹의 대주주들이 한곳에 집결된다는 점이다. 구자열 회장과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 구자용 E1 회장, 구자철 예스코홀딩스 회장 등 오너 일가가 LS용산타워로 모인다.

LS그룹은 LG 창업자인 구인회 회장의 셋째·넷째·다섯째 동생인 고(故)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 고 구평회 E1 명예회장, 고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이 2003년 분리하며 설립한 회사다. 3형제는 구태회 명예회장의 장남인 구자홍 회장을 그룹 초대 회장으로 하고 사촌에게 회장직을 계승하게 하는 ‘사촌 경영’ 원칙에 뜻을 함께했다.
‘용산 시대’ 100일 맞은 구자열 LS그룹 회장의 도전
이에 따라 창립 10주년을 맞은 2012년 11월 구자홍 회장이 그룹 회장직을 맡은 지 10년 만에 사촌동생인 구자열 회장(고 구평회 명예회장의 장남)에게 경영권을 승계하며 사촌 간 공동경영이라는 약속을 실천했다.

구자열 회장은 2013년부터 그룹 회장직을 맡으며 그룹의 체질을 개선해 왔다. 구자열 회장은 취임 이후 글로벌 시장 침체로 고민하던 LS그룹에서 과감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실적이 안정 궤도에 오른 이후에는 미래 성장 동력 발굴과 디지털화를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구자열 회장이 LS그룹 총수직에 오른 시기는 공교롭게도 LS그룹이 성장 고점을 찍은 직후였다. LS그룹은 2003년 11월 LG그룹으로부터 독립하면서 매출 7조원대로 출발, 이후 공격적인 영업과 M&A로 2012년 말 매출 29조원대의 대기업집단으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구 회장이 취임한 2013년부터 매출 하락이 시작됐다. 주력 사업인 전선과 구리 시장이 세계적인 경제 부진과 공급과잉으로 직격탄을 맞은 때문이다. 과거 추진했던 여러 건의 M&A는 그룹의 재무 부담으로 돌아왔다. 구 회장으로선 취임하자마자 성장이 정체되기 시작한 그룹의 미래를 책임져야 하는 막중한 상황에 놓인 셈이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구 회장은 ‘선택과 집중’에 돌입했다. 계열사별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점검하고 비주력 먹거리는 과감히 처분했다. 구 회장이 최근까지 매각한 비주력 계열사는 10여 곳이 넘는다. 반도체 부품 업체 LS파워세미텍, 자동차 부품 업체 리앤에스·LS오토모티브 등이다. LS네트웍스도 부진했던 패션 부문 등 일부 사업을 정리했다.

그 대신 LS전선과 LS산전을 중심으로 전기전자·소재·에너지 분야에서 핵심 역량을 강화했다. 구조조정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미래 성장 동력에 적극 투자했다. 스마트 그리드(지능형 전력망)와 스마트 공장, 에너지 저장장치(ESS), 해저 케이블 등 차세대 전력·에너지 사업이 대표적이다.

구자열 회장의 노력이 빛을 발한 것은 2017년 무렵부터다. 2016년 20조원대까지 떨어진 매출이 2017년부터 반등하기 시작했다. 2017년 말 기준 그룹 매출은 22조5105억원을 기록했다. 2015년 6195억원으로 줄었던 영업이익도 2016년 7140억원, 2017년 7467억원을 기록하며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러한 성과는 구리 가격 상승과 남북 경제협력 등 시장 호재도 있었지만 구 회장의 전격적인 사업 재편과 선투자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디지털혁신추진단’ 설립하며 혁신 경영 모색

현재 LS그룹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데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거의 중단됐던 그룹의 M&A 작업도 재개됐다. LS산전이 포문을 열었다. 2018년 12월 5일 LS산전은 북미 최대 ESS 기업인 파커 하니핀의 EGT 사업부를 인수하기로 발표한 것. 2012년 그룹 계열사인 가온전선이 통신 케이블 제조 업체 모보를 인수한 뒤 LS그룹의 첫 인수 작업이다.

파커 하니핀 EGT 사업부는 2007년 ESS 사업을 시작, 글로벌 수준의 ESS 시스템과 전력 변환 장치(PCS) 설계 제조 구축 서비스 등 핵심 기술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를 기반으로 북미 지역과 유럽·중남미·호주 동남아 등에 빠르게 진출해 누적 공급 실적이 400MW를 넘어서는 등 북미 최대 ESS 공급 업체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계약을 통해 기존 양 사가 보유한 글로벌 수준의 제품과 기술 역량을 결합, ESS와 스마트 에너지 사업 역량을 강화해 세계시장 확대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S산전은 이 딜을 통해 산업용 ESS 시장에서 세계 최대 규모 능력을 보유하게 됐다.

또한 LS그룹은 그룹의 화두로 ‘디지털라이제이션(digitalization)’으로 삼고 있다. LS그룹은 2015년부터 ‘R&D 스피드업’과 ‘디지털 전환’을 핵심 과제로 선정, 계열사별로 디지털 디자인·3D프린팅·가상현실 등을 개발해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이와 함께 디지털 변혁을 위한 연구·개발(R&D) 과제를 선정해 2017년부터 꾸준히 추진 중이다.

LS 관계자는 “현재 주요 계열사의 용산타워 입주가 모두 마무리된 상황이며 LS전선 등 제조업 계열사의 영업소 이전은 올해 중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계열사 이전 작업과 함께 신설한 디지털혁신추진단 등을 통해 미래 사업과 관련된 다양한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hawlling@hankyung.com

[돋보기] ‘LS의 미래’ 이끌 구자은 LS엠트론 회장
‘용산 시대’ 100일 맞은 구자열 LS그룹 회장의 도전
(사진) 구자은 LS엠트론 회장

제조 중심 기업인 LS는 디지털 기업으로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인물은 구자은 LS엠트론 회장이다. 구자은 회장은 작년 12월 LS엠트론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했다. 재계는 구 회장의 승진을 차기 LS그룹 총수 승계를 위한 밑그림으로 보고 있다.

구 회장이 이번 인사에 맞춰 ‘디지털혁신추진단’이라는 신설 조직을 이끌게 된 것도 의미가 크다. 추진단은 스마트 팩토리,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기술을 제조 과정에 접목하는 것을 논의하게 된다. 해당 조직이 그룹 미래 먹거리를 다루는 핵심 기구인 만큼 구 회장의 그룹 내 입지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구 회장은 이번 승진에 따라 LS엠트론 회장과 함께 지주회사 LS 내 신설 조직인 디지털혁신추진단을 맡는다. 디지털혁신추진단은 그룹의 중점 미래 전략인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과제에 대한 실행 촉진과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 인재 양성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구 회장은 사원으로 시작해 20여 년 이상 LS전선은 물론 LG전자·LG상사·GS칼텍스·LS니꼬동제련을 거치며 전자·상사·정유·비철금속·기계·통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국내와 해외를 망라한 현장 경험을 두루 쌓았다.

구 회장은 2018년 3월 지주회사인 (주)LS의 사내이사로 선임되면서 차기 회장직 준비를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 적이 있다. 구 회장은 수년 내 LS그룹 총수 자리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10년 주기로 돌아가는 사촌 간 경영 승계 문화 ‘태평두’ 순서에 따른 것이다.
LS는 LG그룹 창업자인 고(故) 구인회 회장의 셋째인 구태회, 넷째 구평회, 다섯째인 구두회 명예회장이 세운 회사다. 이들은 그룹 경영을 사촌 간 돌아가며 맡는 독특한 전통을 만들었다. 구자열 회장은 2013년 구태회 명예회장의 장남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에게 자리를 물려받았다.

구자은 회장의 승진에 맞춘 젊은 임원 인사도 눈에 띈다. 이번 인사에서는 구자철 예스코 회장의 장남인 구본권 LS니꼬동제련 부장이 이사로 승진하기도 했다. 현재 LS 계열사에 재직 중인 총수 3세는 총 4명으로 모두 임원으로 승진했다.

LS그룹 관계자는 “지난 2~3년간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1960년대생인 50대로 세대교체하면서 새로운 리더십을 확보하고 세계적인 장기 불황에 대비하기 위해 체질을 개선해 왔다”면서 “올해는 저성장 경제 기조에 대비한 조직 안정화와 미래 준비에 무게를 뒀다”고 말했다.

명노현 LS전선 사장, 박용상 LS산전 부사장, 도석구 LS니꼬동제련 사장, 김연수 LS엠트론 사장, 천성복 예스코 부사장 등 주요 계열사의 전문경영인 대표이사들이 모두 1960년대생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12호(2019.02.18 ~ 2019.02.2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