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로보어드바이저’ 에임 이지혜 대표]
-“시장 이기는 투자? ‘시간’이 답”
“300만원 이상이면 누구나 '1% 자산관리’ 받을 수 있어요”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투자 애플리케이션(앱)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직관적이네요.”“굉장히 안정적이어서 수익이 날까 했는데 꾸준히 늘어 가네요. 배당금도 쏠쏠하고요.”


로보어드바이저 자산 관리 서비스 플랫폼인 에임(AIM)을 사용해 본 고객들의 평가 글이다. 2016년 4월 설립된 에임은 국내 첫 비대면 투자 자문사로 주목받았다. 2017년 2월 시범 서비스를, 2017년 12월 정식 유료 서비스를 시작했다.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이 조금 넘었지만 에임을 찾는 고객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현재 약 2만 명의 고객들이 160억원의 자산을 에임을 통해 관리 중이다. 300만원 이상이면 누구나 자산 관리를 맡길 수 있다.

서울 을지로에 있는 사무실에서 2월 20일 에임의 이지혜 대표를 만났다. 이 대표는 “‘상위 1%를 위한 자산 관리’ 서비스를 모두가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며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기회를 꼭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월가의 잘나가는 펀드매니저, 전 국민의 ‘금융 길잡이’를 꿈꾸다


이 대표의 경력은 화려하다. 쿠퍼유니언대 공학석사 출신으로 월가와 보스턴에서 10년 정도 헤지펀드 매니저로 일했다. 월가에서도 귀한 대접을 받는다는 퀀트(계량 투자) 매니저로 경력을 쌓았다. 조금 더 공부를 하고 싶다는 마음에 하버드대 대학원에서 계량경제학을 공부한 뒤 뉴욕대 MBA를 마쳤다. 이후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컨설턴트, 벤처투자사 더벤처스의 파트너 등을 지냈다.


-월가 헤지펀드에서 일하셨다고요.


“씨티그룹과 헤지펀드 아카디안에서 퀀트 매니저로 일했어요. 아카디안은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전 세계 자산에 투자하는 회사예요. 100조원이 넘는 자금을 운용하는 곳이죠. 아카디안에서 투자에 관여하는 팀원은 20명 정도, 그중에서 10명은 리서치만 전담해요. 나머지 10명이 실제 투자를 집행하게 되는데, 저는 그 팀원 중 한 명이었죠.”


-월가에서도 소수의 전문가 그룹에 속했던 것인데 창업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아카디안에서 근무하던 당시 제가 하루에 보던 포트폴리오만 30~40개가 넘어요. 포트폴리오들이 모두 굉장히 정교하게 이뤄진 아카디안의 알고리즘을 통해 짜인 포트폴리오고요. 포트폴리오들을 검토하고 관리하고 최종 투자를 결정하는 게 주 업무였죠. ‘이런 서비스를 일반 대중도 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에임의 첫 시작이었어요. 로보어드바이저가 이를 실현하는 데 좋은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최근 들어 에임뿐만 아니라 많은 금융사들이 ‘로보어드바이저’를 앞세우고 있습니다. 에임의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는 어떻게 차별화되나요.


“기본적으로는 ‘세 가지’ 요소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먼저 투자 자문사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들의 돈을 안정적으로 잘 관리할 수 있는 ‘운용 역량’이겠죠. 이 부분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의 능력에 크게 좌우돼요. 에임의 경쟁력은 ‘제가 있다’는 것이고요.(웃음) 월가에서 배운 경험을 고객들에게 돌려드리기 위해 저의 모든 능력을 다 쏟아붓고 있는 중이거든요.

둘째는 서비스 플랫폼이에요. 이런 좋은 서비스를 가능한 한 고객들이 쉽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해요. 에임은 이를 ‘모바일 플랫폼’으로 풀어냈고요. 가입하고 투자를 실행하는 과정까지 고객들이 ‘버튼 하나’ 누르면 쉽게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어요.


마지막으로는 ‘소통’이에요. 로보어드바이저의 핵심은 ‘로보’가 아닌 ‘어드바이저’로서의 역할에 있다고 생각해요.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고 이를 잘 해결해 줄 수 있어야 하죠.”
“300만원 이상이면 누구나 '1% 자산관리’ 받을 수 있어요”
-그렇다면 ‘고객들과의 소통’은 어떤 식으로 이뤄지고 있나요.



“기본적으로는 에임을 이용하시는 고객들이 궁금해 할 만 한 질문들을 콘텐츠로 만드는 작업을 진행 중이에요. 예를 들면 ‘배당금이 뭔가요?’처럼 아주 기초적인 내용들부터 담아내려고 하고 있어요. 우선은 3000개 정도의 질문을 목표로 현재는 이런 질문들을 쌓아나가는 단계에요. 아직은 Q&A 수준에서 소통이 이뤄지고 있지만, 이 부분은 앞으로 데이터가 쌓이고 노하우가 늘어날수록 모바일 플랫폼 상에서도 더 정교한 소통이 이뤄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 외에 현재는 고객들과 직접 소통도 늘려나가고 있어요. 제가 직접 고객들을 만나면서 질문을 받고 자산관리사 역할을 해주는 거죠. 올해 초부터는 이를 조금 더 확대해서 일종의 소규모 모임을 많이 개최하고 있고요. 비슷한 상황에 비슷한 목표를 지닌 투자자들을 10명 안쪽의 소규모 그룹으로 묶어서, 저희와도 얘기를 나누고 투자자분들끼리도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창구를 열어주는 거죠.”


-대표님이 직접 고객들을 만나 상담을 하신다고요.


“네. 에임을 운영하는 대표로서 저의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가 고객들과의 소통이라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예전 헤지펀드 매니저로 일할 때는 사실 고객을 직접 상대할 일이 없었죠. 이와 비교해서 에임의 고객군은 정말 넓어요. 처음 투자를 하시는 분들도 많고요, 투자에 관심이 있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분들도 많죠. 현재 에임의 투자자분들 중 45%가 에임을 통해 처음으로 투자를 시작하신 분들이에요.


그래서 질문 수준도 매우 다양해요.'배당금이 뭔가요?' 와 같은 질문부터 시작해요. 처음 에임을 설립할 때부터 제가 꿈꾸던 서비스는 ‘평생을 같이 갈 수 있는 친구와 같은 자산관리사’였어요. 그런 맥락에서 처음 투자를 시작하시는 분들이 ‘좋은 길잡이’를 만나 투자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도록 해주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바로 이 부분이 에임이 가진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도 생각하고요.


지금도 인터넷만 검색하면 투자 관련한 정보는 너무 많잖아요. 그러나 많은 정보를 무작정 흡수하는 것과 그 중에서 좋은 정보를 선별하는 능력을 갖추는 건 정말 다른 결과를 낳아요. 오히려 무분별한 정보가 잘못된 판단을 유도할 수 있으니까요. 에임은 ‘투자 정보’를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둔다기보다, 고객들이 ‘좋은 정보를 선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300만원 이상이면 누구나 '1% 자산관리’ 받을 수 있어요”
◆ 종목이나 타이밍보다 ‘시간’이 미래수익 좌우


“금융 투자에서 ‘종목 선택’이나 ‘타이밍’보다 중요한 것은 ‘시간’입니다. 투자 기간이 길수록 손실 위험은 0%에 가까워집니다.”

에임에 가입하면 첫 화면에서 볼 수 있는 글귀다. 실제로 이 대표가 고객들을 만나면서 가장 많은 질문을 받는 부분 역시 ‘투자의 타이밍’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에 대해 매우 단호하게 답한다. 성공하는 투자에서 ‘타이밍’은 전혀 변수가 되지 않는다.


‘FV=PV(1+R)t.’ 답변을 이어 나가던 이 대표가 칠판에 공식 하나를 적었다. 외계어(?)나 다름없는 공식의 등장에 당황한 기자에게 이 대표가 차분하게 설명을 이어 간다.

-‘한 종목에 10년을 투자하면 손실이 0%에 수렴한다’는 그래프를 에임 첫 페이지에 띄워 놓으셨어요.


“공식만 보면 복잡하고 어려워 보이는데 쉽게 설명할게요. FV는 미래의 가치예요, PV는 현재의 가치고요. 예를 들어 지금 1000만원을 투자해 미래에 10억원을 만들고 싶다고 하면 FV는 10억원, PV는 1000만원이 되는 거죠. R은 수익률, t는 투자 기간이에요.

이 공식에서 FV의 값을 얻기 위해 중요한 변수는 ‘현재 가치(PV)’와 ‘수익률(R)’ 그리고 ‘시간(t)’이에요. 그런데 투자전문가 입장에서 R은 생각보다 차이가 크지 않아요. FV를 늘리기 위한 결정적인 변수가 되지 못한다는 얘기죠.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PV의 규모를 크게 하는 것과 t를 늘리는 것이겠죠. 물론 지금 1000만원이 아니라 1억원을 투자한다면 10억원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더 짧아질 거예요. 그런데 에임 고객들은 1억원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에요. 그보다 소액을 투자하지만 나중에 10억원이 꼭 필요한 사람들이죠. 그러니까 시장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시간’이 유일한 답이에요.

그러면 아무 데나 투자하고 10년을 버티면 될까요. 물론 ‘어떤 자산이라도’는 아닐 수 있어요. 적어도 지금까지 시장에서 검증 받은, 예를 들어 미국과 같은 선진국 주식에 상장된 종목과 같은 자산이라면 적어도 10년을 보유했을 때 손실을 볼 확률이 매우 낮다는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개인도 ‘장기 투자’만 한다면 시장을 이기는 투자가 가능하다는 것인가요.


“조금 신중하게 답변해 드릴게요. 한 종목을 ‘10년 이상’ 보유한다면 손실을 볼 확률은 매우 낮아지죠. 작은 흐름에서는 시장이 출렁이는 국면이 있겠지만 큰 흐름에서 시장은 분명 상승 흐름을 타고 있으니까요. 지난 140년간 그렇게 움직여 왔고 적어도 지금까지는 이 흐름이 바뀔 것이라는 증거를 찾지 못했거든요.

그런데 냉정하게 얘기해 개인이 ‘10년간 한 종목을 보유’하기가 그렇게 쉽지 않아요. 당장 급전이 필요할 때가 생기기도 하고요. 시장이 출렁이는 동안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죠.


이 때문에 에임에서 중요하게 보는 것은 ‘위험’에 대한 관리예요. 위험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지는 시기에 투자자들이 가능한 한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죠. 2017년 에임 고객들의 연평균 수익률은 15~25% 정도였어요. 2018년엔 마이너스 4%~마이너스 1%의 수익률이 나왔죠. 2018년이 재테크 최악의 한 해였다는 것을 고려하면 나름 방어에 성공한 셈이죠.”


-어떻게 위험을 관리하나요.


“에임의 가장 기초적인 운용 전략을 꼽으라면 ‘상관관계가 서로 낮은 다양한 자산에 분산투자한다’예요. 주식과 채권을 기본으로 하지만 금과 같은 상품에도 투자해요. 중요한 것은 이미 시장에서 굉장히 많이 연구되고 어느 정도 이해가 됐다고 여겨지는 전통 자산들에 투자한다는 것이에요.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아무래도 주식이죠. 다만 한국 주식에 투자하는 자산은 없어요. 주로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주식에 많이 투자하고 있죠. 그중에서도 상장지수펀드(ETF)와 같은 패시브 투자를 고객들에게 권해 드리고 있고요.

여기까지가 기본 운용 전략이라면 에임은 한 가지를 더 고려해요. ‘마켓 사이클’을 분석해 그에 따라 미세하게 투자 자산을 조정하는 거예요. 고객들에게는 쉽게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비유해 말씀드리는데, 예를 들어 지금 시장의 흐름은 ‘가을’로 접어드는 단계예요. 시장의 유동성이 줄어들고 투자 심리가 위축되는 분위기죠. 이럴 때는 안전 자산의 비율을 높이라고 권해 드려요. 채권이나 달러·금와 같은 자산의 비율을 높이죠.”


-ETF와 같은 패시브 투자를 기본적으로 고객들에게 권하는 데는 이유가 있나요.


“이에 대한 답변은 ‘개인이 시장을 이기는 투자’와 연결돼 있어요. 제가 근무했던 아카디안과 같은 곳들이 대표적으로 ‘시장을 이기는 투자’를 하는 곳들이죠. 그런데 이런 곳들은 정말 상상하지도 못할 만큼 기업에 대한 평가가 고도화·세분화 돼 있어요.

제가 근무하던 때 아카디안에서 투자가 가능하다고 선별된 기업들이 8만 개 정도인데, 이 8만 개 기업들마다 다음 달 수익률이 하나의 수치로 예측돼요. 이 수치를 뽑아내기 위해 70여 개가 넘는 세세한 항목들로 기업을 평가해요. 펀드매니저들은 이 수치를 기반으로 투자를 결정하는데, 적중률이 51%가 넘어요.


그런데 이런 항목과 공식들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게 아니에요. 오랜 세월 동안 금융시장의 최상단에 있는 전문가들이 시장을 관찰해 얻어낸 결과물들이에요. 이렇게 40년 이상을 시장을 관찰하고 데이터를 쌓으면 시장을 이길 수 있어요. 그만큼 ‘시장을 이기는 투자’를 하기가 어렵다는 것이죠.


개인 투자자들이 시장을 이기는 투자가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이유예요. 만약 어느 투자자가 시장을 이겼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실력이 아니라 운이라는 거죠. 그런 맥락에서 개인들에게는 시장의 큰 흐름을 따라가는 패시브 투자가 더 안정적일 수 있죠.”


-각 개인별 포트폴리오는 어떻게 제시하나요.


“에임은 각 고객들마다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제시하고 있어요. 에임의 고객이 1000명이라면 이 1000명이 다 각기 다른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는 거죠.

에임에 가입하면 우리가 고객들에게 몇 가지 질문을 드려요. 기본적인 자산이 어느 정도인지, 그중 얼마 정도를 투자할 수 있는지, 또 위험을 어느 정도 감수할 수 있는지와 같은 질문들이죠. 투자 목적 등도 중요하게 반영하고 있고요. 이런 정보를 종합한 뒤 그룹과 비교해 ‘에임 스코어’라는 점수를 줘요. 이 스코어가 높으면 조금 더 공격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운용할 수 있고요. 이 점수가 낮으면 보수적인 포트폴리오를 제시하죠.


저도 에임 스코어가 굉장히 낮아요. 제가 가진 자산의 대부분을 창업에 투자했기 때문에 제 동년배와 비교해 가진 자산이 적어요. 제가 아무리 '공격적인 투자를 감당할 수 있어요'라고 질문에 답을 하더라도 에임의 로보어드바이저가 저의 다른 정보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당신은 지금 공격적인 투자를 할 때가 아닙니다’라고 길잡이를 해주는 거죠.”


-‘상위 1%를 위한 자산 관리 서비스를 누리가 누릴 수 있도록’ 한다는 에임의 목표에 얼마나 가까워졌다고 생각하세요.


“‘앞으로 국내 자산운용 시장이 커질 것이냐’가 질문이라면 저는 ‘의심할 여지없이 분명히 기회가 있다’고 생각해요. 역사적으로 금융시장은 규제의 변화를 통해 발전해 왔어요. 규제의 장벽이 하나씩 허물어질 때마다 위대한 기업이 탄생해 왔죠. 몇 년 전과 비교하면 그런 측면에도 국내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국내의 금융시장은 구조적으로 ‘파괴적 혁신 기업’이 탄생하기 어려운 구조이긴 해요. 은행과 같은 거대 금융 기업을 중심으로 한 체제가 워낙 단단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죠. 이런 환경을 고려하면 에임이 성공할 수도 있지만 실패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럼에도 이 일을 계속하는 것은 적어도 ‘성공의 기회’를 만들어 보고 싶기 때문이에요. 우리와 같은 모델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것을 국내 금융시장에, 또 고객들에게 꼭 보여드리고 싶어요.”


vivajh@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13호(2019.02.25 ~ 2019.03.0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