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 확대와 인프라 유지에 막대한 비용 투입…수익성은 ‘적신호’
‘새벽배송’이어 ‘30분 배송’까지…유통업계 피 말리는 ‘배송 전쟁’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유통업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결국 물류 싸움에서 이기는 기업이 최후의 승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의 얘기다. 그의 말처럼 최근 유통업계에서는 치열한 ‘배송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익일배송과 당일배송에 이어 이제는 밤늦게 주문하더라도 아침에 눈을 뜨면 상품을 받아볼 수 있는 ‘새벽배송’까지 등장한 상태다.

조만간 ‘30분 배송’과 같은 초스피드 배송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인 기업들도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소비자에게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유통업계 내부에서는 이 같은 배송 전쟁의 양상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은 모습이다. 치열한 배송 경쟁이 ‘치킨게임’ 양상으로 번지고 있어 기업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새벽배송’ 넘어 ‘30분 배송’도 등장

기업들이 배송에 주력하는 배경은 온라인 쇼핑의 증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온라인 쇼핑 동향’을 보면 지난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전년(91조3000억원)보다 22.6% 증가한 111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사상 처음 100조원대를 돌파한 것이다.

전체 소매 판매(소비)에서 온라인 쇼핑 거래액이 차지하는 비율 또한 18.5%로, 전년(16.2%)보다 2.3%포인트 확대됐다.

이런 추세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유통업계에서는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 증가와 5G의 등장과 같은 이동통신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향후에도 온라인 쇼핑 이용자 수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처럼 유통이 온라인 위주로 바뀌면서 이제 ‘배송’이 업체들의 성패를 가를 가장 큰 ‘무기’로 각광받고 있다. 유통업계의 배송 경쟁에 ‘전쟁’이라는 표현이 등장할 정도로 치열한 양상을 띠고 있는 배경이다.

주문하면 다음 날 물건을 받아볼 수 있는 익일배송은 이제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업체들의 ‘기본 서비스’로 자리매김했다. 심지어는 홈쇼핑 업체들도 온라인 숍에서 일부 제품을 당일배송하고 있을 정도다.

최근에는 저마다 차별화된 배송 서비스를 속속 도입하며 고객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기업들은 몸부림친다. 최근 가장 큰 화두는 새벽배송이다. 2015년 마켓컬리와 헬로네이처 등 스타트업의 등장과 함께 첫선을 보이기 시작한 새벽배송이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얻자 너도나도 관련 서비스를 속속 내놓고 있다.
‘새벽배송’이어 ‘30분 배송’까지…유통업계 피 말리는 ‘배송 전쟁’
이마트·쿠팡·동원까지 이 대열에 합류했다. 최근에는 백화점(현대백화점)과 홈쇼핑 등도 새벽배송을 시작한 상태다. 그 결과 2015년 100억원 규모에 불과했던 새벽배송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4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최근 3년 동안 40배 넘게 시장이 커진 셈이다. 향후에는 ‘배송 속도전’이 더욱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금력 부족한 기업, 결국 무너질 수도”

머지않아 상품을 주문하면 1시간 이내에 원하는 곳에서 받을 수 있는 배송까지 나올 예정이다. 그 주인공은 롯데마트다. 유통업계 최단 시간인 30분 배송 서비스 도입을 준비 중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고객이 고른 상품을 포장하고 배송 차량에 싣는 과정을 최대한 단축하고 퀵서비스를 통해 빠르게 전달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빠른 배송이 유통 기업의 명운을 가를 경쟁력이 되고 있는 상황을 두고 유통업계에서는 우려가 제기된다.

가장 큰 문제는 수익이다. 기업들은 빠른 배송을 위해 물류에 돈을 보다 많이 쏟아부울 수밖에 없다. 배송이 빨라질수록 신속한 주문 처리와 하역 등을 수행하기 위해 많은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즉, 배송 경쟁력을 뒷받침하기 위해 물류 유지·운영비용이 커지면서 결국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단적인 예는 쿠팡과 마켓컬리다. 두 기업 모두 배송을 무기로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쿠팡은 지난해 매출액이 약 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에서 최초로 신선식품의 새벽배송을 시작한 마켓컬리 역시 서비스 출시 3년 만인 지난해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양 사 모두 영업이익은 여전히 적자인 상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빠른 배송을 이어 가기 위해 천문학적인 금액이 소요되는 만큼 두 곳 모두 상품을 팔 때마다 손해를 보고 있다는 사실이 실적에서 나타난다”고 말했다.

기업들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송 강화를 뒷전으로 미룰 수 없는 노릇이다.


최근 새벽배송을 시작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한다. “새벽배송을 위해 많은 인력과 시스템이 투입되고 돈이 들어가지만 소비자들이 우리 회사의 서비스를 이용하게 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죠. 고객이 저녁에 필요한 상품을 주문했는데 다음 날 아침까지 배달해 주는 곳과 오후에 배달해 주는 곳 중 어디를 택하겠습니까. 당연히 전자입니다. 너도나도 새벽배송을 하는 상황에서 안 하면 고객이 떠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죠.”

이런 추세와 관련해 김기훈 IBK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유통업계의 배송 전쟁이 말 그대로 ‘치킨게임’이 된 모습”이라며 “죽지 않기 위해 손해를 보더라도 진출해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이런 부분을 고려할 때 향후에도 더 많은 유통 업체들이 배송 경쟁력 강화에 나설 것이 분명해 업체들 간의 싸움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배송 경쟁에 따라 자금력이 약한 기업은 곧 커다란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는 ‘위기론’도 제기된다.

“배송은 ‘규모의 경제’가 작용한다. 최근 신세계나 롯데 등이 조 단위의 자금을 온라인에 투입하며 배송 강화에 나서고 있는데 향후엔 이렇게 막대한 자본력을 가진 대기업만 생존할 가능성이 높다. 인프라가 구축된 기업일수록 보다 저렴한 비용에 배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금력이 부족한 기업은 결국 적자 확대를 버티지 못하고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 김 연구원은 이 같은 분석을 내놓았다.


enyou@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15호(2019.03.11 ~ 2019.03.17)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