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인사이트]
-잠재성장률 둔화로 원·달러 환율의 장기 추세는 상승 전망 [한경비즈니스=김중원 현대차증권 투자전략팀장] 11월 들어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11월 4일 이후 원·달러 환율이 지난 7월 1일 이후 처음으로 달러당 1160원 아래로 하락하고 있다. 하반기 국내 금융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하락과 함께 눈에 띄는 것이 있다. 바로 채권 금리의 반락이다.
올해 채권 금리는 지난 8월 중순까지 하락 추세가 지속됐다. 하지만 8월 이후부터 채권 금리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국채 3년 기준으로 최근 1.5%를 넘어 지난 8월 저점 1.09% 대비 무려 0.41%가 상승한 것이다.
◆채권 금리는 지속 상승
그러면 국내 금융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크게 하락하고 채권 금리가 크게 상승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금리 인하 사이클이 끝나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는 경기 저점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금리 인하는 자국 통화의 약세를 촉발한다. 올해 한국 경제는 1분기 성장률 쇼크를 기록하며 금리 인하의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은행은 지난 7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을 크게 하향 조정하고 지난해 11월 금리 인상 이후 첫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하지만 미·중 무역 갈등과 글로벌 반도체 수요 둔화로 촉발된 국내 경기 여건은 쉽게 회복되지 못했다. 그 결과 한국은행은 지난 10월 금통위에서 또 한 번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기준금리를 1.00%까지 내릴 수도 있다고 밝혀 추가 금리 인하의 가능성을 열어 뒀다.
하지만 이 총재의 발언에도 채권 금리는 계속 상승하고 있다. 물론 채권시장에 연말 안심전환대출을 위한 주택저당채권(MBS) 발행 증가와 내년 슈퍼 예산을 위한 적자 국채 발행 등 수급적 부담도 존재한다. 하지만 근본적 원인은 경기 저점이 확인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 분쟁 완화 흐름이 키포인트
우선 올해 한국의 수출이 크게 둔화된 이유 중 하나인 미·중 무역 분쟁이 완화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 10월 고위급 회담을 통해 ‘미니 딜’에 합의했다. 또한 11월 중 지식재산권과 외환시장 관련 1단계 무역 협상을 완료할 예정이다. 따라서 향후 미·중 무역 갈등에 따른 한국의 수출 둔화 우려는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 글로벌 반도체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 하이퍼스케일 서버 점유율의 80%를 차지하는 대만 에이스피드의 매출이 지난 7월부터 4개월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에이스피드의 10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9.4% 급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에이스피드의 매출은 글로벌 반도체 수요를 3개월 정도 선행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올해 4분기부터 글로벌 반도체 수요가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가격이 안정을 찾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낸드 플래시 반도체 가격은 이미 지난 1분기부터 매분기 상승하고 있다. PC D램 가격 또한 지난 7월 이후 4개월 연속 안정을 찾아가는 중이다.
미·중 무역 분쟁이 완화되고 있고 한국의 반도체 수출도 개선된다면 경기 저점 기대 또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 결과 금리 인하 사이클은 예상보다 이른 시기에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4분기부터 나타나는 원화 강세와 채권 금리 상승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한국의 경제 여건을 감안할 때 원화 가치 약세 요인이 높다는 점에서 주의할 필요가 있다. 명목·실질실효환율지수는 2012년 이후 상승세를 지속하며 교역 여건에서 원화의 실질 가치가 지속적으로 상승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균형 환율 측면에서 원화 가치는 중·장기적으로 10~15% 정도 절하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한국 경제의 성장 둔화 기조가 원화의 약세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1980년대 이후 경제성장률과 원·달러 환율은 매우 높은 상관관계를 나타내고 있다. 그런데 2020년을 기점으로 한국 경제의 생산가능인구가 급격히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한국의 잠재성장률 둔화로 원·달러 환율은 장기적으로 상승 추세(원화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0호(2019.11.11 ~ 2019.11.17)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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