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돋보기]
[이정희의 경제돋보기] 중소기업의 활력, 어떻게 불어넣을 것인가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8년 10월 발간한 ‘한국 중소기업과 기업가 정신에 활력 불어넣기’에 따르면 한국 중소기업의 고용 비율은 OECD 최고지만 생산성은 최하위권이다.

중소기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방안으로 ‘혁신을 통한 생산성 제고, 노동 공급 부족 대처, 글로벌 시장과의 연계 강화와 규제 개혁 등 중소기업에 친화적인 생태 조성, 창업 수 증가를 통한 기업가 정신 촉진,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정책 입안’이 제시됐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시간당 노동 생산성은 한국이 34.3으로, OECD 국가 중 하위권 수준이었다. 미국은 64.8로 매우 높았고 독일 60.5, 영국 52.8, 일본 42.1로 나타났다.

한국은 주요 선진국의 절반 정도 수준에 그치고 있고 1인당 국민 소득이 비슷한 이탈리아도 47.9로 한국보다 높다. 시간당 노동 생산성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총노동 시간으로 나눠 얻을 수 있다.

노동 생산성이 낮다는 것은 결국 부가가치가 낮은 일에 노동 투입이 많다는 의미다. 노동 투입에 전문성과 숙련도도 높아져야 노동 생산성이 올라갈 것이다.

여기에는 한국 중소기업의 낮은 노동 생산성 문제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결국 노동 생산성을 증대시키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노동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한국 경제에서 중소기업의 위상을 살펴보면 전체 기업 수에서 99%, 고용에서 약 82%를 차지하고 있어 그 중요성이 크다. 하지만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은 많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고 대중소기업 간 격차는 더욱 심화하고 있다.

제조업 분야에서 대중소기업 간 영업이익률 격차는 3.6%포인트(2017년 기준)로 더욱 크게 벌어지고 있고 중소기업의 임금 수준은 대기업의 56.2%(2017년 기준)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러다 보니 낮은 임금으로 인해 중소기업은 늘 인력과 인재 부족에 시달리는 것이다. 이 또한 생산성 저하를 초래하는 요인 중 하나다. 중소기업 연구·개발(R&D) 비율도 전체 대비 21.8%(2017년 기준)로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크게 벌어진 격차가 현재로서는 해소될 기미가 없어 보이는 것이 문제다.

이제 이 같은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큰 도전 과제가 될 것이다.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먼저 대기업의 중소기업 협력업체에 대한 공정 거래와 동반 성장의 자세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대기업의 동반 성장 자세는 협력 중소기업의 혁신 동기를 제공하게 되고 이렇게 만들어진 중소기업의 혁신 성과는 대기업의 성과로 이어지는 선순환 효과가 생성된다.

또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 또한 직원들의 노동 생산성이 높아지도록 열심히 일할 동기를 제공해야 한다. 이것은 금전적 인센티브로도 가능하지만 사람 중심의 기업가 정신 함양을 통해 직원들과 신뢰를 쌓으면서도 할 수 있다.

정부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특히 규제 개혁은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필수적인데 규제가 산업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 산업계의 공통적인 애로 사항으로 알려져 있다.

한 예로 2018년부터 도입된 주52시간 근무제 규제에서 300인 이상 사업장부터 먼저 적용됐고 이제 2020년 1월부터 300인 미만 중소기업 사업장에도 적용을 앞두고 있다. 중소기업계는 현장 실정을 고려해 탄력근로제 도입 등의 보완 조치를 원하고 있다.

정부는 규제를 도입할 때 규제 대상의 현실을 더 잘 반영해 규제가 산업계의 경쟁력을 해치지 않는지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

또 중소기업의 생산을 고부가가치화하기 위해서는 전체 창업에서 15.8%(2017년 기준)의 낮은 비율인 기술 기반 창업을 더 활성화해야 한다. 이처럼 중소기업에 활력을 불어넣어 중소기업이 경제에서 기업 수와 고용 비율만큼이나 부가가치에서도 비율이 높아지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2호(2019.11.25 ~ 2019.12.0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