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 50대보다 두 달 이른 매수 움직임
- 평균 1139만원 이익 챙겨
30대 부동산 투자 열풍…자산 양극화 초래 가능성 높아
[아기곰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30대가 주택 시장의 주요 매수 세력으로 등장하고 있다. 전통적 수요층인 50대를 제치고 주요 매수 세력으로 등장했다.

30대의 매수 움직임은 50대에 비해 두 달 정도 이르다. 이는 수익률에서 차이가 나는 원인이 된다. 예를 들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을 보면 2019년 5월 8억1139만원이었던 것이 7월 8억2278만원에 이른다.

이는 50대가 30대에 비해 같은 아파트를 평균 1139만원이나 비싸게 사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평균 1139만원이라는 것도 거래가 활발히 일어나는 단지와 거래가 전혀 없는 단지의 평균치이므로 시장에서 체감하는 차이는 수천만원에 이를 수도 있다.

그러면 왜 50대는 30대보다 같은 아파트를 비싸게 사고 있을까. 50대는 투자 타이밍이나 지역을 언론 보도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다. 그런데 언론의 특성은 사실을 근거로 보도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를 것 같은 지역을 보도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오르고 있는 곳을 보도하고 있다.

오르지도 않은 지역을 오를 것이라고 추측해 보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니 50대는 30대보다 두 달 정도 시차를 두고 투자하게 되는 것이다.

◆ 고소득 30대 몰리는 주택 시장

50대는 투자 경험이 상대적으로 많은 계층이다. 투자 경험이 많다는 것은 과거에는 장점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단점으로 나타나고 있다. 50대가 투자 경험이 많다고는 하지만 전국 모든 지역, 모든 단지에 투자해 본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본인이 거주하는 지역이나 본인이 잘 안다고 생각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투자하게 된다.

투자 경험이 많기 때문에 그 지역에서 가장 좋은 매물을 찾아낼 가능성은 높다. 하지만 본인이 잘 모르는 지역에 투자하지는 않는다는 맹점이 있다.

이에 반해 30대는 투자 경험이 없거나 적다. 본인들의 약점을 잘 알고 있어 이를 만회하기 위해 정말 열심히 공부한다. 필자는 2008년부터 정규 강좌를 통해 투자 이론을 강의해 왔다.

그런데 예전에는 30대가 강의를 듣는다고 하면 다른 수강생에게 막내 취급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30대가 수강생의 주류이고 50대면 어르신 취급을 받는다. 심지어 20대 수강생도 늘어 가는 추세다.

이들 30대의 특징은 학원에서 공부하고 대학을 간 세대라는 것이다. 정보나 지식을 얻으려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을 체득적으로 아는 세대이기 때문에 정보나 지식을 얻는 데 노력이나 돈을 아끼지 않는다. 이러니 귀동냥으로 단편적인 정보를 얻으려는 세대와의 경쟁에서 앞서 나갈 수밖에 없다.

과연 30대는 어떤 돈이 있어 투자할까. 일전에 어느 금융사에서 주관한 토론회에서 올해 달라진 점으로 30대의 시장 참여가 늘고 있다고 하니까 참석자들의 반응이 30대가 집을 살 여력이 있느냐는 것이었다.

집을 사는 30대의 특징은 맞벌이가 많다는 것이다. 여성의 경제 참여가 증가하면서 고소득자가 늘고 있다. 과거처럼 보조적인 위상이 아니라 남편과 대등하게, 심지어 남편보다 더 많이 버는 여성도 늘어 가고 있다. 이런 맞벌이 부부는 부부 합산 소득이 30대라고 하더라도 1억원이 훌쩍 넘는다.

게다가 이들은 처음부터 입주하는 것이 아니다. 집을 살 자금이 부족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전세를 끼고 집을 사게 된다. 나머지 자금은 대출을 최대한 활용한다. 주택 담보 대출뿐만 아니라 신용 대출도 활용하는데 소득이 높고 안정적인 회사에 다니기 때문에 신용 대출도 많이 나오는 편이다.

복지가 잘된 회사는 회사 지원금도 있다. 이렇게 집을 사놓고 본인들은 자산이 쌓일 때까지 좁은 오피스텔에서 월세로 사는 이도 많다.

◆ 30대 투자자는 계속 늘고 있다
30대 부동산 투자 열풍…자산 양극화 초래 가능성 높아
그러면 이들 30대를 투기 세력으로 봐야 할까. 지금 당장 거주하지 않는 집을 미리 사 놓는다는 것은 정부의 시각에서 보면 투기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날이 오르는 집값을 보면서 이들은 올해보다 내년, 내년보다 후년에 집을 사게 되면 더 많은 대금을 지불해야 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느낀다. 실제로 지난 20년 동안 국제 금융 위기를 포함한 네 차례의 하락기와 네 차례의 상승기가 있었다.

네 차례의 상승기 동안 130% 상승했고 네 차례의 하락기 동안 6.9% 하락했다. 다시 말해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집값이 떨어질 가능성보다 19배나 더 높다는 것이 과거의 통계치라고 할 수 있다. 과거에 올랐다는 사실이 미래에도 오를 것이라고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19배나 높은 확률에 30대는 미래를 건 것이다.

물론 모든 30대가 지금 집을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올해 30대가 매수한 건수가 9만3496채라는 것을 감안하면 한 사람이 한 채씩을 샀다고 하더라도 10만 명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문제는 집을 사려는 30대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런 추세는 당분간 바뀔 가능성이 낮다. 50대가 주도하던 과거 주택 시장은 본인 거주 지역이나 본인이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지역 위주로 투자하기 때문에 시장 전체로 보면 약간의 편차는 있지만 투자 수요의 지역적 차별화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30대가 주도하는 시장은 오를 만한 지역에 쏠림 현상이 나타나면서 지역별 차별화·양극화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개인으로서는 한 푼이라도 더 수익이 날 만한 곳에 투자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현상이 미래에는 자산의 양극화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자신을 욜로(YOLO)족이라고 자칭하며 소득을 모두 소비해 버리는 계층과 소득의 대부분을 모아 자산화하려는 계층으로 30대가 분화하고 있다. 후자는 자산을 늘려야 하는 절박함을 알기 때문에 투 잡, 스리 잡을 하는 사람도 있고 가성비를 따지면서 소비도 한다.

지금까지 표면적으로는 이 두 계층의 자산 차이는 커 보이지 않지만 5년, 10년이 흐르면 회복할 수 없는 지경의 차이가 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자산의 양극화라는 현상이 미래에 또 다른 사회 문제를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는 어느 쪽에 설 것인지는 본인의 선택이지만 나중에는 그 선택권마저 빼앗긴 냉혹한 현실이 다가올 수 있는 것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5호(2019.12.16 ~ 2019.12.2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