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돋보기]
[강문성의 경제돋보기] 투자 부진 해결 없이 경기 회복 없다
[강문성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 한국은행은 9월 3일 한국 경제가 올 1분기에 비해 2분기 동안 1.0%의 경제성장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민간 소비와 건설투자가 전기 대비 각각 0.7%, 1.4% 증가하는 데 그쳤음에도 불구하고 설비투자와 정부 소비가 각각 3.2%, 2.2% 증가하면서 한국 경제가 2분기 동안 1.0% 성장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수준으로는 정부가 전망하는 올 경제성장률 목표치인 2.2%를 달성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특히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투자 부진이다. 올 2분기 설비투자의 전기 대비 성장률은 3.2%를 기록했지만 이는 올 1분기 대비 실적에 불과하며 최악의 투자 부진을 보였던 2018년을 기준으로도 올해 투자 부진은 극심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설비투자는 전년 동월 대비 모두 마이너스 성장률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의 설비투자는 전년 동월 대비 마이너스 26.2%나 하락했고 지난 7월에도 전년 동월 대비 마이너스 4.7%를 기록하며 올 들어 설비투자가 2018년에 비해 상당히 하락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지난해의 투자 실적 역시 좋지 않았다는 점이다. 바닥인 줄 알았더니 지하층으로 내려가고 있는 것이 2019년 우리의 투자 실적이다.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되는 투자(총자본형성)는 고정투자(총고정자본형성)와 재고투자(재고 증감)로 나눠진다.

이 중 고정투자(총고정자본형성)는 기업이 생산을 늘리기 위해 새로이 기계·공장 등 생산 시설을 확충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는 다시 건설투자, 설비투자, 지식재산 생산물 투자로 3분된다.

건설투자는 항만·도로와 같은 사회간접자본 시설물뿐만 아니라 아파트 같은 주거용 건물 그리고 상가·호텔 등 비주거용 건물에 대한 투자 역시 포함된다.

이에 비해 설비투자는 기업이 생산에 필요한 유형자산(기계장치·운송장비 등)에 대한 투자를 지칭하며 지식재산 생산물 투자는 연구·개발(R&D)·컴퓨터 소프트웨어 등과 같은 지식재산에 대한 투자를 의미한다.

따라서 고정투자는 현재의 경기와 미래 경제성장에 대한 기업의 인식과 행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한국은행이 제공하는 통계 중 건설투자와 설비투자의 ‘성장 기여도’라는 것이 있는데, 이 통계가 2018년 동시에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2018년 이전 건설투자와 설비투자의 성장 기여도가 동시에 마이너스를 기록한 적은 총 세 차례 있다. 1980년 전후 정치적으로 불안정했던 시기, 1997년 이후 아시아 금융 위기 시기, 2008~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겪었던 시기다.

따라서 2018년 다시 건설투자와 설비투자의 성장 기여도가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과거의 경험으로 평가해 볼 때 매우 부정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2019년 들어 투자 실적이 지난해보다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한국 경제는 최악의 상황으로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정부는 현재 경제 상황이 1990년대 말 ‘국제통화기금(IMF) 금융 위기’에 버금가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설비투자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2%대 잠재성장률’마저 위협받는 상황이다. 정부는 이른 시일 내에 경기를 회복시키고 중장기적으로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과감한 규제 개혁, 더 적극적인 투자 지원 등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2호(2019.09.16 ~ 2019.09.2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