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돋보기]
[차은영의 경제돋보기] 경제 운용, 정책 틀 깨는 용기 필요하다
[한경비즈니스=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지난 7월 3일 열린 정부 경제 활력 대책 회의에서 발표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 따르면 올해 실질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종전 목표치에서 0.2%포인트 낮춘 2.4~2.5%로 수정됐다.

이와 함께 투자·소비·수출 등 주요 거시경제 지표 전망치도 하향 조정됐다. 특히 설비투자는 1% 증가에서 마이너스 4%, 수출도 3% 증가에서 마이너스 5.0%로 수정됐다.

민간소비·건설투자·경상수지 등도 줄줄이 하향 조정됐고 경상 국내총생산(실질 국내총생산+물가 변동분 반영) 성장률도 1%포인트 가까이 낮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고용은 개선되고 있고 분배 지표도 좋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투자 부진에 따른 경기 위축을 타개하기 위해 내놓은 대책은 투자 세액공제 확대,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등 지엽적인 대책 외에 뾰족한 경제 활성화 대책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민간 부문의 투자를 촉진하는 데 경제정책의 방점을 둘 계획이라고 하지만 과연 이런 정책으로 효과가 있을지 의문스럽다.

정부는 현재의 경제 상황이 글로벌 경제 여건이 악화하고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의 영향으로 수출이 감소하고 그에 따른 투자 부진이 주요 원인이라고 여기는 것 같다.

개방경제 소국의 숙명으로 볼 때 이러한 대외적 환경에 영향을 받는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작금의 경제 위기와 침체 장기화에 대한 냉정하고 정확한 현실 인식이 필요하다.

대외적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경기 하방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무역 대국의 갈등으로 새우등 터지는 기존의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설상가상으로 일본과의 정치적 갈등이 경제적 비용으로 고스란히 나타나게 됐다.

악화 일로를 걷던 한·일 관계는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대응으로 일본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핵심 부품 3종에 대한 수출 규제에 나서는 경제 보복을 감행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모건스탠리는 ‘한·일 무역 이슈의 함의’ 보고서에서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8%로 내렸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과의 무역 마찰은 한국 경제를 더 둔화시킬 것으로 보이고 특히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제한이 한국 기업의 생산성을 낮출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국 기업들의 소재 부품 재고는 3개월 치도 안 되고 대체 부품을 찾는다고 해도 결국 생산요소 비용의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수출 규제가 장기적 국면으로 간다면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율이 20.9%이므로 급격한 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다각적 채널을 동원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노력보다 강경 일변도로 대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안타깝다.

자국 기업의 경제활동을 지원하고 보호하는 것이 일반적인 정부의 역할인데 정부가 조장한 정치적 문제를 민간 기업에 떠넘기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심각한 상황 인식과 조속한 해결을 위한 유연한 사고와 행동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

상반기 경제를 돌아보면 경기 하강의 주원인이 오히려 대내적 정책 실패에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소득 주도 성장은 이미 실패했다. 과감히 정책의 틀을 깨는 용기가 필요하다. 손쉬운 재정지출만 늘린다고 경기가 나아지고 고용의 질이 높아지기는 어렵다.

장기적으로 성장 잠재력을 회복하려면 노동시장 개혁을 통한 노동 유연성의 확보가 그 무엇보다 시급하다. 진입 장벽을 낮추도록 규제를 철폐해 생산성 향상에 사활을 거는 것 외에는 다른 묘안이 보이지 않는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4호(2019.07.22 ~ 2019.07.28)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