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돋보기]
[허윤의 경제돋보기] 대청봉에 BTS 상설 공연장 들어선다면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한국, 살아보니 어디가 좋아요?” 나는 한국에 유학 온 외국 학생들에게 종종 이런 질문을 던진다. 대답은 비슷하다.

첫째는 쇼핑. 재래시장대형마트백화점마다 상품이 넘쳐난다. 둘째는 안전한 밤 문화. 해가 져도 호프집식당가 클럽에는 활기가 가득하다. 셋째는 편리함. 시공을 초월하는 배달 문화에 디지털 인프라도 완벽에 가깝다.

지난 5월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입국한 외국인 관광객들은 한국의 매력으로 1위는 쇼핑, 2위는 식도락, 3위는 자연 풍경을 꼽았다.

“한국, 뭐가 싫어요?” 언어 소통에 대한 불평이 쏟아진다. 경주와 전주를 제외하면 대부분 도시가 특색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디자인 감각의 집단적 결여’라는 지적도 나온다. 시골 벌판 한가운데 생뚱맞게 나타나는 고층 아파트가 그 단적인 예다.

흥미로운 점은 한국에 놀러 온 외국인들 중 1030세대의 비율이 50%가 넘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쇼핑먹거리한류에 관심아 있지만 지출은 제한적이다. 씀씀이가 큰 중국 관광객(1인당 평균 1735달러 지출)의 수까지 줄어들면서 올 1분기 외래 관광객 1인당 평균 지출액은 10년 전 수준인 1268달러로 주저앉았다.

관광산업이 발전하려면 50대 이후 장·노년층들이 한국을 즐겨 찾아야 한다. 이들은 돈 쓸 여유도 있고 장기 체류도 가능한 소비 주도 계층이다.

문제는 이들에게 한국이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는 데 있다. 왜 그럴까. 이들의 여행 패턴은 국립공원과 문화유적 탐방, 예술 공연 관람 등인데 한국의 유명한 산들은 정상까지 직접 걸어 올라가야 하는 곳이 많고 특히 버킷리스트에 올릴 만한 문화재나 건축물 혹은 예술 공연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은 급증하는 장·노년 관광객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중국의 60세 이상 인구는 2억3000만 명, 일본의 65세 이상 인구는 3500만 명에 이른다. 일본 다테야마의 알펜루트는 기차트램케이블카 등을 일곱 번 이상 갈아타고 정상에 오른다. 휠체어를 탄 노인과 장애인이 산 정상에서 환상적인 설원을 즐긴다.

유럽도 예외가 아니다. 피요르드의 불꽃 노르웨이 베르겐 도심에서 등산 열차를 타면 10분 만에 동쪽 플로위엔 산 정상(해발 320m)에 이른다. 시내와 항구가 한눈에 들어오는 카페에는 맥주잔을 든 노인들의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걷는 여행’도 좋지만 노약자를 배려한 ‘타는 여행’으로 세계 관광 지형이 변하고 있다.

우리도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 산악 열차를 건설하고 백록담을 가로지르는 스카이워크를 설치했으면 한다. 장애인과 임산부도 탈 것을 이용해 대청봉 정상에 오를 권리가 있다.

대청봉 부근에 6성급 호텔과 카지노, BTS(방탄소년단) 등 한류 스타들의 고품격 상설 공연장에다 고산 툰드라 지형을 이용한 이색 골프장, 헬리포트를 지어 미국 콜로라도 주 아스펜처럼 세계의 부자들이 북적대는 한국형 럭셔리 휴양지를 개발하면 어떨까.

문화재 정책도 보존은 기본이고 그 활용에 더 큰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헝가리 부다왕궁은 대통령 집무실로도 사용되고 있다.

크로아티아 스플리트의 디오클레티아누스왕궁 안에는 수많은 상점과 카페가 성업 중이다. 인도와 터키의 일부 왕궁들은 특급 호텔로 변신해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들은 조상이 물려준 유산을 신줏단지처럼 떠받들고 사는 게 아니라 현재와 호흡하며 일자리와 소득 창출을 위한 소중한 문화 채널로 활용하고 있다. 보존과 현상 유지 차원을 넘어선 활용과 발전적 계승에 방점을 둔 문화 관광정책이 절실한 이유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2호(2019.07.08 ~ 2019.07.1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