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도대체 어디다 돈을 쓴 거야.’ 문재인 정부 등장 이후 2년간 54조원 이상을 일자리 사업에 투입하고도 소용없자 터져 나온 의문이다. 올해도 공식적인 일자리 예산만 23조원이 넘고 일자리 문제와 관련된 공공 부문과 지역 밀착형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예산 등을 합치면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게다가 편성된 예산도 쓰지 못하고 있는데 대부분 일자리 사업인 7조원에 가까운 추가경정예산도 대기하고 있다. 일자리 예산을 흥청망청 쓰다 보니 브로커가 생기고 부조리가 만연하지만 정부는 모른 척한다.
일자리 예산 늘리기에 급급하다는 비판도 뾰족한 방법이 있느냐는 반문에 묻히고 만다. 특히 청년 일자리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그렇다.
재정 투입으로 일자리를 만든다는 단순 논리는 극복해야 한다. 고용이 악화돼 예산을 투입해도 개선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면 결국 재정 고갈에 직면한다.
일자리 사업의 문제점을 개선하지 않으면서 ‘묻지 마’식으로 예산을 편성하고 어쩔 수 없이 통과시키는 관행이 바뀌도록 법과 제도를 개선하지 않으면 한국 경제는 재정 중독에 빠질 것이다.
문제는 액수가 아니라 방법이다. 일자리 예산 규모는 작은데 고용이 개선되는 양(+)의 역설과 예산은 많은데 고용이 악화되는 음(-)의 역설이 있다. 한국은 음의 역설이지만 미국과 일본은 양의 역설이 작용한다.
유럽도 음의 역설을 양의 역설로 바꾸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일자리 예산의 효과를 높이는 프로그램을 만든 다음에야 예산을 투입하는 재정 적극화 정책을 추진한다. 유럽은 예산을 지원하는 목적과 타깃 그룹을 명확히 하는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으로 일자리 예산을 대거 정비했다.
한국은 유독 일자리 예산을 고용 장려금과 직접 일자리 사업에 집중한다. 2019년 고용 장려금은 2016년 대비 2배, 직접 일자리 사업은 1.4배 증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는 고용 장려금의 90%가 재정 낭비라 대부분 일자리 예산을 직업훈련과 고용 서비스에 투입한다.
고용 장려금은 어차피 고용할 사람을 채용하면서 보조금을 챙기고 보조금 대상인 사람으로 바꿔 채용하게 만들며 직접 일자리 사업은 예산이 끊어지면 고용이 중단되는 반면 취업 능력을 키우고 취업에 필요한 정보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 훨씬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직업교육 훈련과 고용 안정 서비스는 찬밥 신세다. 직업교육 훈련이 기술과 산업구조 변화를 따라가지 필요한 직업교육 훈련도 교사와 시설이 낙후돼 질이 낮아 취업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공공 고용 안정 서비스는 무료라는 점을 빼고는 메리트가 없다. 이렇게 된 이유는 직업교육 훈련의 인프라 투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정부가 공공은 물론 민간 직업교육 훈련도 지나치게 통제하다 보니 직업교육 훈련과 고용 안정 서비스의 연계성이 낮기 때문이다.
일자리 예산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일자리 사업은 말 그대로 사업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직업교육 훈련과 고용 안정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수행하는 인적자원 개발을 산업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직업교육 훈련과 고용 안정 서비스의 질은 물론 재정 성과도 높일 수 있다.
직업교육 훈련과 고용 안정 서비스를 수혜자 중심으로 바꾸고 민간 자본 유입으로 전문가들이 참여하면 한국도 일자리 예산을 양(+)의 역설로 바꿀 수 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3호(2019.05.06 ~ 2019.05.12)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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