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돋보기]
[곽수종의 경제돋보기]‘5G’ 세계 최초? 그 안에 우리 기술은 얼마나 되나
[곽수종 한국조지메이슨대 경제학과 교수] 게오르크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로부터 시작된 근대 철학은 서양철학의 산정 호수다. 그 호수엔 고대 철학이 모여 최종 정리됐고 프리드리히 빌헬름 니체의 철학을 탄생시켰다.

“신은 죽었다.” 니체는 플라톤의 ‘신’이 사는 세계, 즉 이데아 세계와 현실의 관계성을 끊어버린다. 우리가 모두 곧 초인 그 자체라고 한다. 사람 그 자체가 초인격체이며 12시 정오에 서 있는 그림자와 자아가 온전히 자신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서구 시장자본주의의 개인과 신용 중심의 가치철학 체계의 완성판이다.

메이지 유신이 공표된 후 3년 뒤 1871년 12월 23일 요코하마에서 샌프란시스코로 떠나던 이와쿠라 사절단을 뒤로하고 일본은 약 110년 후 세계 2위 경제국으로 부상했다. 일본의 오사카에는 100년 이상 존속 기업이 530개가 넘는다고 한다. 마쓰시타전기와 파나소닉의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오사카 출신이다.

도쿄의 유명한 쇼핑 관광 지역인 긴자는 말 그대로 은을 찍어내던 곳이다. 이곳엔 연륜과 노포의 저력을 발휘하는 100년에서 800년 된 소상공인 상점들이 현대적 명품점들과 혼재돼 있다. 교토는 1100년간 일본 강소·중소기업의 메카로 알려져 있다. 교토세라믹의 최고경영자(CEO)이면서 2010년 초 2조3000억 엔의 적자에 상장폐지까지 당했던 일본항공(JAL)을 단 8개월 만에 흑자 기업으로 되돌린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이 있다.

나고야에는 도요타자동차와 460여 개의 중소기업 협력 업체가 있다. 소위 일본 경제의 혼이라고 불리는 도시다. 일본 경영의 3대 신이라고 불리는 이나모리 가즈오, 마쓰시타 고노스케, 혼다 쇼이치로 중 초등학교도 나오지 못한 사람이 두 사람이다.

한국에도 현대그룹 창업자 고 정주영 회장은 초등학교 졸업이다. 자신이 옥스퍼드대 잔디밭을 걸으며 약 15분 만에 박사 학위를 받았다고 한다. ‘셀프 학위’였다. 그 패기로 영국 바클레이은행의 돈과 26만 톤의 유조선 2척 주문을 성사시켰다.

세계사에 독(dock)을 만들며 26만 톤의 유조선을 건조한 이는 그가 처음이다. 그런 경영이 가능했던 시대였다. 삼성그룹 창업자 고 이병철 회장은 1983년 삼성 반도체 투자를 오쿠라호텔에서 전화로 홍진기 중앙일보 회장에게 공식화할 것을 알린다. 30년 후 한국 수출의 20%대 이상을 차지한다.

이병철은 ‘경박단소’를, 정주영은 ‘중후장대’ 산업을 통해 한국 경제의 좌청룡 우백호를 각각 맡았던 것 같다. 그들의 성공 뒤에는 그 무엇보다 열심히 일하는 국민이 있었다. 자신보다 우리가 앞섰다. 권위주의와 제왕적 정치체제를 통한 경제 발전이 우선이던 시대였다.

시대는 변화한다. 절대 권력도 시대와 역사로 검증된 자연법 앞에선 별도리가 없다. 문제는 그것을 모른다는 것이다. 시민의 관점에서 니체의 힘에 대한 의지는 행복에 대한 의지다. 제왕적 절대 권력은 시민들의 행복을 향한 의지 위에 더는 존재할 수 없다.

45년 경력의 초밥 장인만이 조리하는 오사카 초밥의 원조 스시만은 일본의 장인 정신과 상인 정신을 함축한다. 요시다 쇼인으로 대변되는 메이지 유신과 일본 경제의 혼은 좀 과장하면 스시 속에만 남아 있다. 문제는 우리다. 노동자 임금을 담보로 어떤 대출도 하지 않는 독일을 이해하지 못한 채 파독 광부와 간호사의 임금을 담보로 차관을 빌려 왔었다는 권위주의적 신화 창조가 아직도 한강의 기적이라는 사변적 언어 너머로 메아리친다.

니체가 말한다. “국민들 우리가 했지 ‘신’이 이뤄낸 기적이 아니다.” 지금도 우리 미래는 4차 산업혁명에 있다고 한다. 5G가 미국보다 앞섰단다. 본질은 그게 아니다. 5G 통신 장비 기술 중 우리 것은 무엇인가. 대부분은 인공지능(AI)을 2016년 처음 들었을 것이다. 중국은 2017년이다. 그런 중국은 2년도 안 돼 화웨이의 5G 통신 장비가 세계 최고라고 자부한다. 본질보다 허상에 열광하면 한국은 죽는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1호(2019.04.22 ~ 2019.04.28)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