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적으로 구성원들 움직이기 위해 엄하면서도 따뜻한 리더십 발휘해야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배우는 ‘슬기로운 리더십’ 노하우 [김한솔의 경영전략]
[김한솔 HSG 휴먼솔루션그룹 수석연구원] ‘응답하라’ 시리즈로 레트로 열풍을 만든 제작진이 다시 모였다. 이번엔 ‘병원’이다.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얘기다. 시청률 10%를 넘기며 순항하고 있는 이 드라마는 일반적인 의학 드라마와는 사뭇 다르다.

의사들의 일상 업무에 대한 얘기다. 교수와 레지던트, 의대 실습생 등 병원에 존재하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에피소드가 펼쳐진다. 여기에서 우리는 어떤 리더십을 배울 수 있을까.

◆질문하는 이유를 ‘설명’하라


“왜 그래야 하지?”, “정말 그 방법이 맞아?”
상사들은 자주 묻는다. 이유는 다양하다. 정말 궁금해서 묻기도 하고 왜 그런 아이디어를 생각했는지 알고 싶어서일 때도 있다.

구성원 스스로 모르는 것을 깨닫고 더 나은 방법을 직접 찾아내길 바라서이기도 하다. 답을 주는 것보다 본인이 답을 알아내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믿으니까.

하지만 구성원들의 생각은 좀 다르다. 이른바 ‘질문병’이 있는 상사와 함께 일하는 것은 괴롭다. 결론을 미리 정해 놓은 ‘답정너’일 때가 많다. 또 이어지는 질문에 자신을 평가하겠다는 ‘의도’가 보여 부담스러울 때도 있다.

답을 자신이 찾으면 좋겠지만 그러기엔 시간이 없어 빨리 방법을 찾고 싶은데 묻기만 하니 답답해진다. 그래서 질문 좀 그만하고 답을 달라고 말하고 싶을 때가 많다.

구성원이 스스로 생각하게끔 하고 싶어 질문하는 리더와 부담스러우니 질문 좀 하지 말아 달
라고 하는 구성원….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여기에 대한 답을 먼저 얘기하면 리더의 ‘설명’이다. 리더가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맥락을 설명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채송화 교수’는 질문병 걸린 리더다. 그는 수술실에서 불쑥 “수술할 때 세척 잘하는 게 중요한 것 알지”라는 질문을 던진다.

질문을 받은 후배 의사가 ‘네’라고 답하니 “왜 중요해”라고 다시 묻고 치료 방법에 대한 브리핑을 듣고 “진짜 그게 맞느냐”는 질문을 다시 건네기도 한다.

어떤 수술법이 좋을지 결정하는 회의 자리에서도 마찬가지다. 본인이 생각하는 답이 있지만
후배 의사가 생각하는 방법을 묻고 발표를 듣는다. 그리고 잠시 침묵한 후 “좋네, 그렇게 해 보자”라고 결론 내리는 장면도 등장한다.

후배 의사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또 한고비 넘겼다는 표정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채송화 교수는 참 같이 일하기 힘든 리더다.

그런데 회의를 마친 뒤 본인에게 계속 ‘질문 괴롭힘’을 당한 후배를 불러 얘기하는 것을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질문병 리더답게 시작은 또 질문이다.

“내가 오늘 질문을 몇 번이나 했지?”

그러고는 본인이 자꾸 질문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해 준다. “수술을 하거나 환자를 대할 때 긴장 놓지 말라고. 내가 1년에 200번 이상 수술을 하지만 이게 익숙해져서는 안 되는 일이니까.”

어떤가. 이 설명을 듣고 나면 앞으로 또 질문을 받았을 때 나를 테스트하려고 한다는 부담감도 생기겠지만 ‘혹시 내가 충분히 알아보지 않고 익숙한 결정을 한 것은 아닐지’라는 의심을 하게 되지 않을까.

자신을 괴롭히기 위한 게 아니라 ‘잘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묻는다는 사실을 아느냐 모르느냐의 사이엔 작지만 큰 차이가 있다.

리더는 물어야 한다. 스스로 아는 게 전부가 아닐 때가 많으니까. 그리고 질문을 통해 배워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물어도 답이 잘 오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리더들이 질문하기를 포기한다. ‘역시 질문은 책에서나 나오는 얘기’라고 치부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질문이 아니라 그 앞의 ‘설명’이다. 질문을 듣는 상대가 질문하는 이유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래서 맥락 설명이 중요하다.

오해하지 말자. 그 맥락을 굳이 아름답게 포장할 필요는 없다. 정말 후배 구성원이 잘 아는지 모르는지 테스트하고 싶은 것이라면 그걸 밝히자.

“이건 중요한 포인트라 꼭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이어서 확인하기 위해 묻는다”고 명확히 말하라는 것이다. 그래야 구성원들이 리더가 생각하는 ‘정답’이 무엇일지 관점에서 고민한다.

리더가 아이디어가 없어 질문하는 것이라면 “나도 딱히 좋은 방법이 없어 묻는 것인데 어떤 의견이라도 좋으니 제안해 달라”고 밝혀야 한다.

이런 배경을 밝혀야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와 같은 비난을 듣지 않을 것이라고 여겨 안심하고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다. 리더가 생각하는 의도를 잘못 알고 있을 때 문제가 생긴다.

◆감정적 자극으로 ‘동기부여’를 만들어라


만약 당신이 의사라면 제한된 의대생들 중 좋은 인재들을 끌어오는 작업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저마다 지향하는 진료 과목이 있고 단순히 편안한 업무를 하기 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설득이다.

설득의 방법은 다양하다. 해당 과로 왔을 때 얼마나 돈벌이가 잘되는지를 어필할 수 있다. 힘든 수술이 많지 않아 편하게 병원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할 수도 있다.

해당 과에는 시니어 의사들이 없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일할 수 있고 승진도 잘될 것이라는 걸 내세울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상대방이 중요시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기 힘들 때 발생한다. 이때 필요한 것은 논리보다 감성이다. ‘사람은 감정적으로 판단하고 이성적으로 설명한다’는 말이 있다.

우리 판단의 많은 부분이 논리적 근거로 내려지기보다 순간의 감정적 이슈 때문일 때가 많다는 의미다.

드라마의 한 장면을 보자. 흉부외과의 수술실에서 갓 태어난 아이의 심장이 좋지 않아 수술이 진행 중이다. 긴 수술 끝에 다시 아이의 심장이 뛰기 시작한다. 수술을 마무리하기 직전 집도의가 수술을 참관하고 있던 실습생 둘을 부른다. 그리고 무심하게 한마디 던진다.

“잘 살아줘서 고맙다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딱 한 번 만져봐.”

힘차게 뛰는 심장에 손을 댄 두 학생은 깜짝 놀란다. 자신의 손보다 작은 심장이 그렇게 세게 뛸 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둘은 “선생님, 저 흉부외과 지원할래요”라고 포부를 밝힌다.

딱히 어떤 논리적 이유는 없다. 그저 누구도 경험해 보지 못한 ‘뛰는 진짜 심장’을 만져봤다는 감정적 자극 하나만으로 의사로서의 진로를 결정한 것이다. 집도의가 이런 ‘작전’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은 지금 흉부외과 의사로 일하고 있는 본인의 학생 시절 경험 때문이었다.

후배들이 “왜 흉부외과를 지원했나요”라고 물으면 “그냥, PC방 옆 자리 앉은 선배가 오라고 해서”라고 무심한 듯 말했지만 실제 자신도 의대생 신분일 때 힘차게 뛰는 심장을 직접 만져본 경험이 지금의 자신을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감정이다. 조직의 리더는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구성원들을 움직여야만 한다. 이때 필요한 게 ‘감정적 자극’이다. 기존에 하지 않았던 새로운 시도를 하게 하려면 구체적 실행 방법을 알려주는 것보다 ‘왜’를 느끼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1995년 삼성전자가 휴대전화 애니콜의 불량률이 높아지자 ‘품질 경영’을 내세우며 당시 약 500억원에 달하는 기기 전부를 불태워 버린 ‘화형식’ 같은 이벤트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감정적 자극을 준 뒤 현실적으로 왜 변화가 회사에 왜 필요한지, 이를 위해 개인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설명하는 게 효과적이다.

병원의 후배 의사들이 선배 의사에 대해 이렇게 말하는 장면이 있다. “교수님이 무섭긴 하지만 불편하진 않다”고 말이다.

이 한 문장이 좋은 리더가 갖춰야 할 모습을 잘 설명하고 있다. 따끔하게 가르칠 때는 엄하게, 그래서 무서워져야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구성원들이 하고 싶은 말은 할 수 있는 편안한 관계도 만들어야 한다. 그만큼 좋은 리더가 되기는 어렵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3호(2020.04.20 ~ 2020.04.2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