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제 1275호 (2020년 05월 06일)

건물 수선비용, 임대인과 임차인 중 누가 낼까

기사입력 2020.05.05 오전 05:38

-이철웅 변호사의 법으로 읽는 부동산

-1차 책임은 건물주에게 있지만 사용에 문제없는 ‘사소한 파손’은 임차인이 져야

건물 수선비용, 임대인과 임차인 중 누가 낼까


주택이나 상가 건물 등 건물 임대차에서 임대 목적물인 건물에 파손 또는 장해가 생길 때 수선비용을 누가 부담해야 할까.

이에 대해 민법은 ‘임대인은 목적물을 임차인에게 인도하고 계약 존속 중 그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한다(제623조)’, ‘임차인이 임차물의 보존에 관한 필요비를 지출한 때에는 임대인에 대하여 그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제626조 제1항)’고 규정해 ‘임대 목적물을 임차인의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로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 또는 임대 목적물의 보존을 위한 비용(필요비)은 임대인이 부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위 필요비에 대해 대법원은 ‘목적물에 파손 또는 장해가 생기면 그것이 임차인이 별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손쉽게 고칠 수 있을 정도의 사소한 것이어서 임차인의 사용·수익을 방해할 정도의 것이 아니라면 임대인은 수선 의무를 부담하지 않지만 그것을 수선하지 않으면 임차인이 계약에 의해 정해진 목적에 따라 사용·수익을 얻을 수 없는 상태가 될 정도의 것이라면 임대인은 그 수선 의무를 부담한다(대법원 1994년 판결)’고 판시했다.

임차인이 별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손쉽게 고칠 수 있을 정도의 사소한 파손 또는 장해는 임대인에게 수선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임대 목적물에 대한 도색이나 도배는 임대인이 하는데 반해 수명을 다한 형광등을 교체하는 것은 임차인이 자신의 비용으로 하게 되는 것도 위와 같은 법리에 따른 것이다.


한편 임대차 계약 시 특약 사항으로 임대인의 수선 의무를 면제하는 조항을 넣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임대인의 수선 의무 면제 특약은 가능하지만 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통상 생길 수 있는 소규모의 수선에 한한다고 판시했다.

위 내용들을 정리하면 ①사소한 파손인 경우에는 임차인이, ②임차인이 계약에 의해 정해진 목적에 따라 사용·수익을 얻을 수 없는 정도로 파손이 심하면 임대인이, ③만일 그에 대한 임대인 수선 의무 면제 특약이 있다면 다시 임차인이, ④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파손의 수리, 건물의 주요 구성 부분에 대한 대수선, 기본적 설비 부분의 교체 등과 같은 대규모의 수선은 여전히 임대인이, ⑤하지만 대수선의 경우라도 명시적으로 범위를 특정해 그 수선 의무가 임차인에게 있다고 정했다면 다시 임차인이 각 그 수선 의무를 부담한다.

위와 같은 법리에 따라 수선 의무가 임대인에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임대인이 수선해 주지 않아 임차인이 자신의 비용을 들여 이를 수선했지만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그 비용을 상환해 주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임차인이 임차물의 보존에 관한 필요비를 지출한 때는 임대인에게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 여기에서 필요비는 임차인이 임차물의 보존을 위해 지출한 비용을 말한다.


임대차 계약에서 임대인은 목적물을 계약 존속 중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의무와 관련한 임차물의 보존을 위한 비용도 임대인이 부담해야 하므로 임차인이 필요비를 지출하면 임대인은 이를 상환할 의무가 있다.


임대인의 필요비 상환 의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차인의 차임 지급 의무와 서로 대응하는 관계에 있으므로 임차인은 지출한 필요비 금액의 한도에서 차임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대법원 2019년 판결)’고 판시했다.

건물 임대인이 임차인 지출 필요비를 주지 않으면 임차인은 그에 상응하는 금액만큼 차임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는 말이다.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임대 목적물 수선비용에 대한 다툼이 있고 그 수선이 소규모 수선인 경우에는 그 금액이 크지 않아 이를 소송으로 해결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그에 소모되는 시간·금전·정신적 비용을 고려할 때 소송을 하기보다 앞서 살펴본 법률 규정과 법리를 기준으로 임대인과 임차인이 적절히 협의해 해결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이철웅 법무법인 밝음 변호사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5호(2020.05.04 ~ 2020.05.10)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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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20-05-05 1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