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돋보기]
[한경비즈니스 칼럼 =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적으로 사회와 경제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국내에서 다른 국가들보다 상대적으로 빨리 확진자가 발생했고 최근엔 확진자가 10명 내외로 감소했다. 일부 완화됐다고는 하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코로나19는 산업 지형에도 엄청난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지금 한국은 산업 성장이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가야 한다’는 방향이 잘 보이지 않는다. 물론 일부 산업만 정부가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산업별 대분류·중분류·세분류·세세분류 이하까지 우리의 인력 현황, 기술 현황, 생산 현황 등을 먼저 따져봐야 한다. 그리고 이를 다른 나라와 비교해 각각 어느 정도 수준인지에 대해 알아야 한다. 여기에 따라 국가는 큰 성장의 로드맵을 그려야 하고 로드맵 내에서 코로나19와 같은 특수 상황이 발생하면 로드맵 내에서 변화를 줘야 한다.

코로나19는 경기 변동·산업·제도 등에 많은 변화를 유발하는 동시에 산업별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국내총생산(GDP)을 구성하는 요소인 소비의 변화, 투자의 변화, 정부 지출의 변화, 수출입에 변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 이후 경기 변동 주기는 대체로 짧아지고 진폭은 축소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최근 우리 경제는 침체기가 점점 길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정부의 역할은 확대된다. 그래서 민간 부채보다 정부 부채가 더 크게 증가하는 한편 온라인 소비 등의 무형 자산이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 또 민간의 비대면 산업이 발달함에 따라 고용이 감소하고 정부의 사회복지·보건·환경 등의 소비성 지출이 자본적 지출에 비해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 한계 기업이 증가하면서 고용이 감소되는 부분에 대해 정부는 교육·보건·공공투자 등을 통해 ‘일시적인 고용’을 창출하게 된다.

코로나19 이후에도 소비는 온라인이나 비대면을 위주로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전의 플랫폼에서 새로운 플랫폼으로의 변화가 이미 크게 발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빅데이터·인공지능(AI)·자율주행·공유경제·배송·건강·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등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반대되는 업종은 일부 쇠퇴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업종이 다른 업종과 융합해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따져봐야 한다.

투자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AI·사물인터넷(IoT)·5G·자율주행·데이터센터와 관련된 분야에서 투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건설 등에서 투자는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즉 인간을 로봇이나 기계가 대체하는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기업들은 해외 생산 시설의 인건비 증가나 세계적 기술 발전에 따라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는 오프 쇼링(off-shoring)을 해야 하는 이유가 감소하게 된다. 그래서 국내로 생산 시설을 다시 돌리는 리쇼링(reshoring)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리쇼링을 추진하는 기업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코로나19가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자명하다. 해외에서 늦게 코로나19가 발생하고 지속 기간이 길어지면 한국의 수출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세계적으로 글로벌 공급 체인의 변화가 생기면서 현재와 같은 글로벌 분업 체계는 와해되고 지역 거점화가 이뤄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지역 내 비교 우위가 있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여러 가지 경제 상황을 감안해 한국 경제는 어떠한 산업과 경쟁력으로 다른 국가에 비교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5호(2020.05.04 ~ 2020.05.1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