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꿀잡] “영화 시나리오만큼 게임 스토리도 중요해요” 정태룡 게임 디자이너

[캠퍼스 잡앤조이=한종욱 인턴기자] 국내 게임산업은 크게 온라인게임 개발사와 모바일 게임 개발사로 구분된다. 최근 분석에 따르면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모바일 게임이 온라인게임의 매출을 넘어섰으며, 모바일 게임 개발이 더욱 증가하는 추세다. 또 게임 유저가 전 연령층으로 확대되고 있어 게임 시나리오 작가의 고용 유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한층 더 경쟁력 있는 그래픽, 배경, 캐릭터, 아이템 등의 요구가 증가될 것이며 이를 실제 구현할 수 있는 실력 있는 작가를 중심으로 고용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는 모바일 게임 영역으로 인력이 이동하는 현상이 지속될 전망이다.

로드컴플릿은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고 공급하는 회사다. 2009년에 설립된 로드컴플릿의 대표작은 ‘크루세이더 퀘스트’다. 크루세이더 퀘스트는 2014년 가을 출시를 시작으로 글로벌 다운로드 누적 1000만건을 돌파한 모바일 RPG 게임이다. 화려한 그래픽을 갖춘 기존 RPG와 차별점을 둔 크루세이더 퀘스트는 추억의 명작 게임을 연상하는 그래픽과 독특한 액션, 탄탄한 스토리와 풍성한 퀘스트가 매력적이다.


모바일 게임에서 시나리오 작가의 역할은 중요하다. 어떻게 시나리오를 구성하는지, 온라인게임과는 어떤 차별점을 두는지 살펴보고자 로드컴플릿의 신작 게임 작가인 정태룡(45) 디자이너와 만나 직무 스토리를 들었다.


[히든꿀잡] “영화 시나리오만큼 게임 스토리도 중요해요” 정태룡 게임 디자이너



모바일 게임 시나리오 작가의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

“게임 제작이라는 업무는 지적 역동성이 가득한 일이지만 일상은 다른 이들과 크게 다를 것 없이 평범하다. 정해진 시간에 출근해서 열심히 일하고, 배가 고파지면 밥을 먹고, 해가 지면 퇴근한다. 하지만 그 일상 중에 몹시 흥미롭고 재미있는 일들이 자주 일어난다. 심지어 그 빈도와 강도를 어느 정도 통제할 수도 있다. 이 직업의 장점이다.(웃음)”

모바일 게임 시나리오는 어떻게 구성하나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캐릭터의 느낌과 분위기에서 그대로 이야기를 뽑아내는 것을 선호한다. 디자인이 잘 된 캐릭터에는 책 한 권의 분량보다 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게 마련이다. 그들이 품고 있는 이야기를 읽어내서 게임의 문법에 맞게 옮겨내는 역할을 맡고 있다. 시나리오 작가보다는 시나리오 목격자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겠다는 생각도 든다. 시나리오를 구성하려면 게임 캐릭터들과 공명하고 그들의 세계에 다녀올 수 있어야 한다. 겉멋 부린 표현처럼 느껴질 수 있겠지만 사실이 그렇다.”

모바일과 기존 RPG 시나리오는 어떤 차이를 두나

“시나리오 자체에 본질적인 차이를 두지는 않는다. 다만 표현하는 방식은 일반적인 온라인 RPG 또는 콘솔 RPG와 달리할 필요를 느낀다. 텍스트는 모바일 디바이스 상의 스토리텔링을 위한 수단으로 매우 가치가 떨어진다고 본다. 유저들에게 텍스트를 읽으라고 강요하고 싶지는 않다.(웃음) 그래서 텍스트를 대충 넘겨 버리더라도 게임 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도록 신경을 쓴다. 주로 캐릭터들이 여러 가지 동작과 감정 표현으로 각 상황을 표현하도록 한다.”

모바일 게임만의 시나리오 특징이 있다면

“짧고 명료하게 끊어지는 시나리오가 좋다고 생각한다. 모바일의 특성이 바로 그런 것들이다. 너무 복잡하거나 늘어지는 이야기나 장황하고 현학적인 이야기는 어디에서든 환영받지 못한다. 모바일 게임에서는 특히나 좋지 않다고 본다.”

시나리오 작성 시 영감을 받는 곳이나 방법이 있나

“누구나 그렇듯이 모든 것에서 영감을 얻는다. 최근 선호하는 방법은 노래 가사에서 이야기를 추출하는 것이다. 최신 K-pop보다는 80~90년대 노래들이 이야기를 추출하기에 훨씬 적합하다는 생각을 한다. 다른 사람이 쓴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하지만 노래에서 영감을 받는 것은 상대적으로 덜 위험하게 느껴진다. 때로는 단어 하나를 정해두고 거기에서 영감이나 이미지를 뽑아낸다. 이를테면 성장, 복수, 극복, 시련, 만남, 깨달음, 갈망, 몰락 같은 보편적인 주제들이다.”

[히든꿀잡] “영화 시나리오만큼 게임 스토리도 중요해요” 정태룡 게임 디자이너



게임의 세계관은 어떻게 구축하나

“캐릭터와 캐릭터를 연결하다 보면 점차 세계관도 확장돼 나간다. 제 경우에는 일단 4~5명 정도로 시작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적은 수의 캐릭터로 시작해도 빠르게 10명에서 20명까지 불어나곤 한다. 관계가 관계를 부르게 마련이다. 이외에도 구글에서 검색해보면 판타지 지도를 제작하는 툴을 여러 개 찾을 수 있다. 그 툴을 써서 지도를 그려보는 것도 좋아한다. 처음에는 밀가루 반죽 같은 땅덩어리 하나로 시작하지만, 그 밀가루 반죽은 구체적인 세계상으로 확장되고 세분화된다. 그리고 그 안에서 명멸해간 인물들과 사건들이 점차 보여오기 시작한다. 이 작업을 계속하다 보면 기술이 사람의 능력을 신장시켜준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게임 시나리오 작가(모바일)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역량은

“자격증 같은 것은 없다. 우선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쪽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은 시작할 수 있는 능력이다.”

모바일 시나리오 작가를 꿈꾸는 신입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국내 게임 업계에서 시나리오 분야가 다소 경시되어 온 경향이 있었다는 것을 먼저 말하고 싶다. 그것은 위험요소인 동시에 기회 요소다. 기회 요소보다 위험요소가 크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 일을 하지 않기를 권한다. 만일 그 반대여도 한 번 더 신중히 생각해보기를 권한다. 만약 신입들이 ‘에이 그런 건 모르겠고, 어쨌거나 난 이걸 꼭 해야겠어’라고 스스로 생각한다면 이 일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웃음)”

연봉, 복지 등 혜택은 어떤가

“회사마다 편차가 크긴 한데 개인적으로는 현재 연봉과 복지에 만족한다. 로드컴플릿만 두고 얘기하자면 조직문화가 상당히 유연한 편이라 마음이 편하다. 그렇지 않은 회사도 제법 된다. 코로나19 여파로 유연근무제와 재택근무제의 혜택을 크게 받고 있다. 재작년에는 회사 전체가 괌에 다녀왔는데, 정말 즐거웠던 기억이다.”

힘든 점이 있다면

“캐릭터가 품고 있는 이야기가 흐릿하고 모호해서 잘 안 읽히는 때, 잘 구축했다고 생각한 세계관이 무너지는 때에는 다소 힘이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일들보다 더 별로인 일이 있다. 정말 획기적인 이야기를 썼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그런 이야기가 있는 경우다. 심지어 그 이야기를 남들은 다 아는데 나만 모르고 있었던 경우다.”

보람찼던 순간은 언제인가

“좋은 이야기는 한 사람이 평생을 품고 살아갈 수 있는 모종의 에너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살다 보면 당장 헤어 나오기 힘든 시련의 시기를 맞닥뜨리게도 된다. 그때 자신에게 맞는 이야기 하나를 품고 있다면 그 이야기를 원천으로 어느 정도 버텨낼 수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세상의 모든 시나리오 작가들에게 직업적 소명의식의 토대가 된다고 본다. 그것은 나 스스로에게도 해당된다. 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커다란 힘과 에너지가 될 수 있다는 것, 사람의 내면에 씨앗과도 같은 형태로 보존되다가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싹을 틔워 큰 에너지를 줄 수 있다는 것, 그것이 가장 큰 보람이다.”


모바일 게임 디자이너


주요업무 모바일 게임 내 스토리와 시나리오를 작업하는 업무, 게임 내 등장하는 인물 관계 설정과 세계관 형성


근무조건 회사별로 상이한 편, 일반 게임 개발자와 비슷


연봉 및 복지혜택 회사별로 상이한 편, 로드컴플릿은 조직문화가 유연하고 재택근무도 장려하는 편


필수요건 필수 자격증은 없음, 시나리오 집필 능력, 게임 개발 및 구현에 대한 이해도, 게임 개발 경험


장·단점 안정적으로 글을 쓰며 소득을 유지할 수 있지만, 게임이 큰 성공을 거둬도 시나리오 작가가 주목받기는 힘듦. 게임 산업 특성상 수정이 어려워 세밀한 작업 요함


비전 모바일 게임 산업 성장과 함께 그래픽, 캐릭터, 아이템 등을 세부적으로 구현해낼 수 있는 작가들을 고용할 것으로 보임. 경력직을 선호하는 추세


직업(업계)현황 모바일 게임 산업이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에 관련 산업도 덩달아 성장세

jwk1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