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 NH농협은행이 금융당국에 '시리즈 펀드'와 관련한 제재 심의일정 연기를 재요청하며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농협은행은 지난 5월20일로 예정됐던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의 ‘시리즈펀드 제재 심의일정 연기’를 요청했으며, 이에 따라 심의일정이 한 차례 연기된 바 있다. 이에 증선위는 6월3일 재심의 일정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농협은행은 ‘금융시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며, 이에 따라 6월1일 ‘시리즈펀드 제재 심의일정 연기’를 다시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명 ‘시리즈펀드’는 사실상 유사한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를 사모 형태로 쪼개 파는 것을 말한다. 농협은행은 ‘시리즈 펀드’를 통해 공모로 인한 규제를 회피한 의혹을 받고 있다. 증선위는 지난해 12월 제재여부 판단을 한 차례 보류하는 과정에서 ‘일관성 있는 정책 가이드라인’을 위해 바이오인프라생명과학의 공시의무 위반 사건의 소송결과를 확인한 후 제재 수위를 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지난 4월3일 서울행정법원은 바이오인프라생명과학의 유상증자 주선인이 증선위에 제기한 과징금부과처분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농협은행 측에서는 증선위가 제재 여부를 판단하는 데 참고하기로 한 바이오인프라 사건은 농협은행의 제재안건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판단이다. 먼저, 바이오인프라 사건의 경우 개인이 유상증자를 위해 지분증권 투자를 권유한 반면, 농협은행은 판매회사로서 수익증권을 판매했다는 점을 꼽고 있다. 특히, 바이오인프라 사건의 경우 개인이 발행인으로부터 ‘투자유치의 대가’를 수령했다는 점에서 ‘주선인’에 해당하지만, 농협은행의 경우 발행인인 운용사로부터 ‘수수료 취득이 없다’는 점을 들어 ‘주선인이 아니다’고 강조하고 있다.

‘법률 소급 적용’과 관련해서도 논란이 뜨겁다. 2018년 5월 법 개정으로 같은 증권을 두 개 이상으로 쪼개 발행할 경우 펀드 당 투자자를 49인 이하로 설정했더라도 증권신고서 제출 등 공모펀드 공시 규제가 적용된다. 하지만 농협은행이 해당 펀드를 판매한 것은 법 시행 전이다. 때문에 시리즈펀드에 대한 명확한 법규와 기준이 부재했던 때 이뤄진 과거의 행위를 이후의 규정으로 소급적용하는 데 대한 문제 제기다. 무엇보다 농협은행의 시리즈 펀드는 채권형 펀드로 투자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안정형 상품이었다. 투자자 손실이 전혀 없었다는 점에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DLF 및 라임펀드와는 결이 다르다고 농협은행측은 주장한다.

심의회를 앞두고 법조계 및 학계 자본시장법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뜨거운 논쟁이 전개되고 있다. 김연미 성균관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바이오인프라사 1심 판례는 농협은행 제재안건과 본질적으로 다른 사안으로 판단된다”며 “해당 판례 또한 법적용의 모호함으로 항소심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이를 농협은행 시리즈펀드에 무리하게 적용한다면 향후 법해석상에 많은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래에셋방지법으로 알려진 현행 자본시장법규의 시행(2018.5.1)전 시리즈펀드 판매에 대한 규제는 근거의 불확실성으로 인하여 자의적으로 해석 될 위험이 있다”며 “또한 거래통합에 대한 미국SEC의 기준 개정 시점에서, 농협은행 제재는 매우 신중히 진행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농협은행 사례는 시리즈증권규정이 펀드에 적용되는 첫 사례이고, 발행인이 아닌 판매회사에 신고서 제출의무를 부과하는 첫 사례다. 또한 주선인 소송 1심 판결에 대한 법해석상 논란, 침익적(상대방에게 불리하게 적용될 수 있는) 제재법규에 대한 소급적용 이슈 등 다양한 논란이 진행 중이다. 김홍기 한국경제법학회장(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금융위 법령해석심의위원) 학회장은 “침익적 법규는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며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