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중혁의 신산업 리포트 : ①‘애프터 코로나’ 달라진 세계]
- 세계 최대 단일 내수 시장, 미국의 변화 주목해야
- ‘비접촉’, ‘디지털’ 등 키워드
‘매일이 블랙 프라이데이’…주가 치솟는 포스트 코로나 승자들
[최중혁 칼럼니스트] “폭풍이 지나가고 인류는 살아남을 것이고 우리는 이전과는 다른 세계에 살게 될 것이다.”

‘사피엔스’, ‘호모데우스’의 저자로 유명한 이스라엘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3월 20일 파이낸셜타임스에 기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 이후의 세상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세상은 경우에 따라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심각한 위기가 될 수도 있다. 앞으로 바이러스의 위험 때문에 ‘비접촉(no-contact)’이 일상화되고 디지털 시대가 가속화되며 기존 예상보다 4차 산업혁명이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온라인 쇼핑과 원격회의·원격진료·가상현실(VR)·로봇·빅데이터 등의 사용이 늘어나고 공유 경제와 오프라인 활동, 국가 간 이동 등이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 코로나19로 멈춘 세계 최강 미국 경제
‘매일이 블랙 프라이데이’…주가 치솟는 포스트 코로나 승자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그간 세계 최강이라고 불리던 미국 경제는 많은 타격을 받았다. 지난 3월 중순부터 미국 전역이 자택 대기 명령으로 올 스톱됐고 전례 없는 최악의 경제 지표가 기록되고 있다.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6월 8일 기준 200만 명을 기록했고 사망자 수는 11만 명을 넘어섰다. 미국 정부는 4월 말부터 조금씩 봉쇄를 풀고 있지만 미국 경제가 돌아오기에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이런 타격에도 불구하고 미국 주가지수의 영향은 제한적이다. 미국 대표 지수라고 할 수 있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2월 고점 대비 5% 하락에 그쳤다. 나스닥은 사상 최고가다.

아마존과 페이스북 등 일부 대형주들은 역사적 신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일까. 꼭 미국 중앙은행(Fed)이 돈을 많이 풀어서만은 아니다.

비록 미국의 공공 의료가 무너져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그 어떤 나라보다 압도적으로 많지만 미국을 대표하는 많은 기업들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S&P500에 속한 기업 505개 중 마이크로소프트·애플·아마존·구글·페이스북 등 5개 회사가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율은 19.8%(2020년 6월 8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으로는 약 5조2600억 달러(약 6300조원)다.

이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주도할 것으로 꼽히는 대표적인 회사들이다. S&P500 시가총액 상위 30개 기업으로 넓혀 봐도 인텔·엔비디아·넷플릭스·어도비 등 디지털 시대의 4차 산업혁명을 이끌 회사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회사들이 우선적으로 서비스를 하는 곳은 바로 미국이다. 미국에 글로벌 기업의 본사가 가장 많이 들어서 있기도 하지만 세계 경제의 23.6%를 차지할 만큼 압도적인 단일 내수 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19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은 21조4277억 달러로 2위인 중국(14조3429억 달러)과 3위 일본(5조817억 달러)을 크게 앞서며 유럽연합 국가들의 GDP를 모두 합한 금액(약 18조7000억 달러)보다 많다. 한국의 2019년 국내 총생산은 1조6422억 달러를 기록했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구매력이 높은 소비자가 가장 많은 나라이기도 하다. 2019년 기준 미국의 1인당 GDP는 6만5100달러로 세계 7위, 인구는 3억2820만 명에 달한다.

미국을 제외하고 국가별 1인당 GDP 순위로 1위부터 20위까지 인구를 더해도 3억451만 명이다. 미국보다 적다. 여기엔 인구가 6000만 명이 넘는 영국과 프랑스, 8000만 명이 넘는 독일도 포함돼 있다.

◆ 페이스북이 쏘아 올린 작은 공

“앞으로 5~10년 내에 절반 이상의 직원이 재택근무를 하게 할 계획입니다.”

전 세계에서 4만5000여 명이 근무하는 페이스북의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가 지난 5월 21일 직원들과의 콘퍼런스 콜에서 이같이 선언했다.

코로나19 사태 전부터 원격 근무 확대를 계획해 온 저커버그 CEO는 갑작스러운 자택 대기 명령에 예상하지 못하게 이를 실험하게 됐고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저커버그 CEO는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더버지와의 인터뷰에서 “직원들이 집에서 근무할 때 기대보다 훨씬 더 생산성이 높았다”고 밝혔다. 페이스북 내부 조사에서도 직원들에게 재택근무 옵션이 인기가 높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재택근무 비율을 높이겠다고 한 것은 페이스북만이 아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매일매일이 블랙 프라이데이”라며 호황을 누리고 있는 캐나다의 최대 전자 상거래 업체 쇼피파이(Shopify)는 토비 루트케 CEO가 ‘오피스 시대의 종식’을 시사하며 내년까지 사무실을 폐쇄하고 대부분의 직원이 영구적으로 원격 근무를 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쇼피파이는 노동자에게 홈 오피스 공간에 필요한 물품을 구매할 수 있는 10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소셜 미디어 업체 트위터도 직무상 또는 여건상 재택근무가 가능한 직원이 영구히 재택근무를 원하면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또 트위터는 전 직원에게 책상, 의자, 인체공학적 쿠션 등 홈 오피스 장비를 보상하기도 했다.

페이스북을 포함해 글로벌 업체들이 하나둘씩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원격 재택근무를 장려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고 회사도 이번 팬데믹 사태를 계기로 장점이 많다는 것이 검증됐기 때문이다.

여론 조사 업체 갤럽에 따르면 미국 노동자의 약 60%가 공중 보건 제한이 풀리더라도 가능한 한 원격 근무를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또한 연구 기반 컨설팅 회사인 글로벌 워크플레이스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직원들이 집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고용주는 원격으로 일하는 직원 한 명당 연간 약 1만1000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당장 코로나 바이러스가 종식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종식 이후에도 원격 재택근무 트렌드는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택근무의 증가만으로도 여러 산업에 나비 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들은 주요 도심에 예전처럼 대규모 오피스를 보유할 필요가 없어진다. 다만 오피스 내에선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기존보다 동일한 인원을 수용하기 위해 더 큰 공간이 필요하기에 재택근무 증가 비율만큼 오피스 공간을 감축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출퇴근이 줄어 대중교통 이용이 감소되며 비즈니스 출장이 줄어 항공·호텔·렌터카업계에 악영향이 예상된다. 원격 회의, 보안 솔루션, 서버 관련 업계는 수혜가 기대되고 노동자들이 집에 거주하는 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에 ‘집콕(stay-at-home)’ 산업이 떠오를 것이다.

미래학자 토머스 프리드먼은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세상은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로 나뉠 것”이라고 말했다. 더 이상 우리는 과거와 동일한 환경에서 살기 어렵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미국 시장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미국의 각 산업과 기업들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어떤 전략을 세우고 어떻게 대비하는지, 미국 경제가 어떻게 변하는지 살핀다면 다가오는 뉴 노멀(new normal)에 대비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 연재는 ②모빌리티- 차량호출 서비스편)
‘매일이 블랙 프라이데이’…주가 치솟는 포스트 코로나 승자들
ericjunghyuk.choi@gmail.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1호(2020.06.13 ~ 2020.06.1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