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 CEO]손병환 NH농협은행장, 함께 성장하는 ‘디지털 휴먼뱅크’ 만든다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손병환 행장은 지난 3월부터 NH농협은행(이하 농협은행)을 이끌고 있다. 손 행장은 디지털 금융과 전략 및 기획부문 전문가로 정평이 나있다. 농협은행의 디지털 전환과 해외 사업 진출의 적임자로 꼽힌다. 기존의 관례를 깨고 취임 첫해부터 2년 임기를 보장받아 눈길을 끌었다. 단기 실적에 치중하기보다 중·장기 전략인 ‘디지털 전환’과 ‘해외 진출’ 등을 안정적으로 추진해 나갈 수 있도록 힘을 실어 줬다는 분석이다.

손 행장은 국내 금융권의 디지털 금융 1세대다. 디지털 전문가로 농협은행 ‘오픈 뱅킹’ 기반이 되는 오픈 API를 2015년 국내 은행 최초로 도입하는 등 디지털 금융 혁신을 이끌었다. 당시 구축된 ‘NH 핀테크 오픈 플랫폼’ 서비스를 통해 핀테크 업체들이 농협의 금융 API를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지난 3월 취임과 동시에 손 행장이 강조한 것 역시 ‘디지털 혁신을 통한 초격차 디지털 뱅크 구현’이다. 이대훈 전 행장이 ‘디지털 탐험가’를 자처하며 디지털 전환의 기반을 마련했다면 손 행장은 디지털을 농협은행에 ‘정착’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100대 CEO]손병환 NH농협은행장, 함께 성장하는 ‘디지털 휴먼뱅크’ 만든다
무엇보다 디지털 문화를 확산해 일하는 방식을 바꿔 임직원의 디지털 마인드와 역량을 강화하고 모든 조직에 디지털 기술 기반을 다져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손 행장은 업무 대부분을 업무용 태블릿 PC로 해결하고 직원들도 그간 문서를 출력해 보고하던 것을 e메일로 대체하고 있다. 보고 체계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주로 부장과 팀장급만 은행장에게 직접 결재를 받았지만 손 행장은 사안에 따라 4급 차·과장급 실무진에 직접 보고를 받을 때도 많다.

국내 거대 테크핀 기업과 협업을 강화하고 디지털 서비스 개편에 적극 나서는 등 사업 전략을 새롭게 하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농협은행은 최근 모바일 금융 서비스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와 전략적 제휴, 하이브리드 간편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하이브리드 간편 결제 서비스는 간편 결제 테크핀 기업이 거래 종류나 여건에 따라 오픈뱅킹 공동망·펌뱅킹·은행 API를 선택해 이용하는 서비스다. 대대적인 디지털 전환에 앞서 손 행장은 특히 오픈 API에 힘을 쏟고 있다. 8월 열리는 마이데이터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해외 사업의 성장도 손 행장에게는 주요한 과제다. 농협은행의 글로벌 사업 진출은 다른 시중은행보다 더딘 편이다. 첫 해외 지점 설립이 2013년일 정도로 진출 시도 자체가 늦어 주요 시중은행 가운데 후발 주자다. 손 행장은 이 전 행장이 추진하던 '6개국 6인가 프로젝트'를 이어 받아 홍콩·호주·중국·베트남·인도·미얀마 등에서 사무소의 지점 전환과 신규 지점 개설을 추진하고 있다.

vivajh@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3호(2020.06.27 ~ 2020.07.0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