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
-적절한 역할 분담으로 조직원들의 ‘번 아웃’ 막아야…지나친 노력만 강요하면 안 돼

'오래가는 조직'을 만들기 위한 리더의 책임은 [김한솔의 경영전략]
[김한솔 HSG휴먼솔루션그룹 수석연구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많은 것을 바꿨다. 외출할 때 마스크를 쓰는 게 당연한 일이 됐고 사람을 직접 만나지 않고도 일상생활에 별 지장이 없는 ‘언택트(비대면)’ 환경이 만들어졌다.

기업들도 변하고 있다. 재택근무나 화상 회의 등 영화에서나 나오는 줄 알았던 일들이 일상에 들어왔다. 또 휴가철을 맞아 ‘2주 이상 휴가를 내도 괜찮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쉼’을 강조하기도 한다.

하지만 회사에선 충분히 쉬라고 하지만 “여전히 바빠 그럴 수 없다”고 하소연하는 직원들이 많다. 그들이 제시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본인에게 주어진 일이 너무 많아 자리를 비울 수 없다고 말한다.

회사 휴가 정책은 있지만 조직의 눈치를 보느라 쉴 수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두 가지 이유 모두 리더의 책임이다. 리더는 ‘일’을 관리하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그전에 ‘사람’을 관리해야 한다. 결국 직원을 충분히 쉬게 하는 것도 리더의 역할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효율적인 사람 관리를 위해 리더는 무엇을 해야 할까.

◆과거의 방식이 통하지 않는 시대


어떤 조직이든 우수한 인재는 있다. 리더의 가려운 곳을 긁어 주며 시원한 해결책을 제시해 준다. 리더에게는 너무 고마운 직원이다. 20 대 80이라는 ‘파레토 법칙(모든 결과의 80%가 전체 원인의 20%에서 일어난다는 이론)’이 조직에도 통한다고 믿는 리더들도 있다. 그런데 이제는 이런 믿음을 놓아버려야 할 듯 보인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세상의 변화다. 올해 세상이 이렇게 달라질 것이라는 걸 그 누가 예측할 수 있었을까. 비단 질병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술 혁신에 따른 사회 변화도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빠르다.

다시 말해 더 이상 과거의 성공을 만든 지식과 경험이 미래에도 통할 것이라고 담보할 수 없다. 물론 현재 탁월한 성과를 내면서도 꾸준히 앞선 트렌드를 연구해 나간다면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러다 보면 둘째 문제 ‘번 아웃(burn-out)’이 생긴다. 쉽게 말해 일하다 ‘뻗는’ 것이다. 그래서 조직을 위해 꼭 필요한 인재가 결국 떠나버리는 문제에 맞닥뜨릴 수 있다.

그래서 리더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기존 ‘80’의 영역에 있던 직원들도 조직에 충분히 기여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줘야 한다.

일이 소수의 인원에게 몰려 힘들어 한다면 이를 적절히 조정해 조직 구성원 간 워크 밸런스를 맞춰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 업무에서 시도해 볼 방법은 일의 속성을 쪼개 다른 직원들도 함께하도록 하는 것이다.

조직에서 일이라는 것은 기획·설계·수행 등 다양한 단계가 순차적으로 이뤄진다. 잘하는 한 사람이 다하면 리더는 편하다. 하지만 이게 반복되면 그 직원만 힘들다. 그래서 역할을 나눠 보는 것이다. 초기 설계 아이디어까지는 A 직원에게 맡기고 이후의 수행은 관련 경험이 있는 다른 직원에게 역할을 주는 식이다.

혹은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직원들에게 의도적으로 업무의 기회를 줄 수도 있다. 이를 통해 한쪽에만 일이 몰려 있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한 발짝 더 나아가 요즘 같이 누구도 정답을 제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새로움을 받아들이고 많은 사람들이 이에 도전하고 시도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 수 있다.

이렇게 새로운 일을 맡기다 보면 생각지 못한 부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새로운 인재가 보이기도 한다. 조직원들이 건강한 경쟁을 하며 서로 자극제가 돼줄 때 그 조직의 경쟁력이 높아진다.

다수의 직원이 소수의 ‘에이스’에게 기대 묻어가는 조직이 돼서는 안 된다. 모든 직원들이 전부 에이스일 수는 없지만 적어도 한 가지씩의 ‘한 방’은 있어야 한다. 만약 없다면 그 한 방을 리더가 의도적으로 노력해 만들어 줘야 한다.

이를 통해 서로를 필요한 존재로 느끼게끔, 그래서 동료에게 감사함을 느끼며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게 리더가 할 일이다. 그게 ‘함께’ 일하는 진짜 의미의 조직이다.

글로벌 콘텐츠 강자로 빠르게 도약한 넷플릭스가 ‘최고의 복지는 최고의 동료와 함께 일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의사 결정’


조직 분위기 때문에 쉬지 못하는 직원들도 여전히 많다. 휴가 결재를 올릴 때마다 리더의 눈치를 본다는 구성원도 많다.

많은 리더들이 “요즘같이 힘든 시기일수록 앞서 갈 수 있는 기회니까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동의한다. 그런데 리더들은 자신이 마른 수건을 쥐어짜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진 트웽 샌디에이고주립대 심리학과 교수가 진행한 실험 하나를 보자.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 백 가지의 물건이 있다. A 그룹에는 임의로 선택된 2개의 물건에 대해 ‘마음에 드는 것 하나 고르기’를 수차례 시키고 B 그룹에는 개별 상품에 대한 의견이나 사용 경험을 간단히 기록하게 했다.
'오래가는 조직'을 만들기 위한 리더의 책임은 [김한솔의 경영전략]
미션이 끝난 뒤 두 그룹 사람들에게 ‘차가운 물에 손을 넣고 버티기’라는 같은 과제를 줬다. 결과는 어땠을까. A 그룹의 사람들이 버티는 시간이 B 그룹의 사람들보다 짧았다.

무엇을 결정한다는 것이 많은 스트레스를 주고 그로 인해 의지력이 바닥난다는 것을 보여준 실험이다. 흔히 ‘버티면 된다’고 말하는 의지력 역시 유한한 자원이라는 뜻이다.

이 실험에서 우리는 무엇을 생각해야 할까. 항상 의사 결정을 해야 하는 리더로서 자기는 정말 힘든 일을 하고 있다는 자기 위안도 중요하지만 이와 함께 업무에 계속 내몰리는 직원들에 대한 배려와 공감이 필요하다. 직원들의 일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영업을 해야 한다면 ‘제품을 먼저 제안할까’, ‘어떤 고객에게 먼저 가야 할까’, ‘제안 단가는 어떻게 정할까’ 등 모든 업무는 결정의 연속이다. 이런 상황에서 매번 새롭게 해 보라고 어깨만 두드린다고 달라질 게 없다.

오히려 의지력이 없는, 다시 말해 힘이 빠진 상태에서의 결정으로 잘못된 선택이나 무리한 시도를 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뒷수습을 하느라 더 큰 에너지를 써야 하는 문제도 생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리더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조너선 레바브 스탠퍼드대 교수 연구진이 판사들의 가석방 심사 결과 분석 자료를 토대로 힌트를 찾아보자.

가석방 비율은 이른 오전에 가장 높은 65%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비율이 떨어지며 점심 시간 직전엔 0% 수준이 됐다. 점심 식사 후 그 비율이 다시 올라갔다가 저녁이 되자 다시 낮아졌다.

무슨 의미일까. 가석방을 시킨다는 것은 ‘결정’을 내리는 행동이다. 즉 에너지가 필요하다. 위 결과는 결정과 판단을 내리려면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결국 방법은 ‘쉼’이다.

열심히 쉬지 않고 달릴 수만 있다면 괜찮다. 하지만 기계도 무리하게 돌리면 망가지고 만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우리는 ‘의지’라는 말로 노력을 ‘강요’해 왔다. 힘에 부쳐 쓰러지면 능력이 부족하다고 자책하기도 했다. 하지만 앞의 실험과 연구가 보여주듯이 의지가 전부라고 할 수는 없다. 쉬어야 오래간다. 아니 정확히는 ‘제대로’ 움직일 수 있다.

종종 ‘정신력으로 버틴다’는 말을 하곤 한다. 그런데 축구 국가 대표 출신 이영표 선수가 이런 말을 했다.

“정신력이란 투지가 아니다. 마인드 컨트롤을 통해 평정심을 잃지 않는 멘탈의 힘이다.”

결국 멘탈, ‘마음’이 건강해야 정신력도 생기는 법이다. 현재 우리 직원들의 지금 ‘마음’ 상태는 어떤지 살펴보자.

오해를 막기 위해 마지막으로 한 가지 얘기를 덧붙인다. 쉬게 해야 하는 이유는 착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다. 한 사람에게만 몰려 있는 일을 나눠 ‘모두’가 경쟁하며 일하도록 하는 것, 적절한 휴식을 줘 ‘에너지’를 갖고 올바른 판단을 하게 하는 것, 그 결과 모두 ‘성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다. 이것이 함께, 오래가는 조직을 만들어야 하는 리더의 책임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5호(2020.07.11 ~ 2020.07.17)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