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식의 정치판]
-너도나도 대선 출마 의지 밝혀…“대선 승리 위한 체질 개선 외면한 채 대권 게임 몰두” 비판도

[홍영식의 정치판] 윤석열·김종인 ‘메기’가 불 지른 통합당 대선 경쟁
[한경비즈니스 = 홍영식 대기자] 미래통합당 대선 경쟁이 벌써 달아오르는 양상이다. 1차 촉발자는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고 윤석열 검찰총장이 2차 촉발자다. 김 위원장은 자의적이고 의도적으로 킹메이커 역할에 나서고 있는 반면 윤 총장은 본인의 뜻과 관계없이 타의에 의해 대선 주자로 부각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공통적인 것은 두 사람이 의도하든, 그렇지 않든 ‘메기’가 돼 다른 대선 주자들에게 자극제 역할을 맡은 꼴이 됐다는 점이다.

김 위원장의 대선 주자에 대한 발언은 모호하다. 수수께끼 같은 ‘스무고개’식의 질문을 툭툭 던지면서 주목 받는 식이다. 잠룡이 될 만한 후보들을 링 위에 한 명씩 올려놓고 마치 ‘간을 보듯’ 하는 방식이다. 그가 대선 주자와 관련한 언급으로 주목 받은 사람은 ‘1970년대생 경제 전문가’로 화제에 오른 김세연 전 통합당 의원과 홍정욱 전 새누리당 의원, 외식 사업가이자 방송인인 백종원 씨, 이국종 아주대 의료원 외상연구소장 등이다. 최근엔 “당 밖에 꿈틀거리는 사람이 있다”는 발언으로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목을 받았다.

그의 화법은 모순적이기도 하다. 예컨대 ‘1970년대생 경제 전문가’ 발언을 해놓고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희망 사항으로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같은 사람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는데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그런 (40대 경제 전문가라고 할 만한) 사람이 없더라”고 했다. 윤 총장에 대해서도 “이 정권이 저러다가 진짜 윤 총장을 대권 주자로 만들어 줄 수도 있다”, “검찰총장을 그만둔 다음에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를 봐야 한다”, “검찰총장이 무슨 대통령 후보냐. 할 수가 없지 않나” 등등 속내를 종잡을 수 없는 발언들을 잇달아 내놓았다.

백종원 씨에 대해선 “비례대표 의원들과 점심을 먹는데 우연히 대통령 후보 얘기가 나왔다”며 “대통령이 될 사람은 국민에게 가장 사랑받는 사람이 돼야 하지 않느냐. 무심코 얘기했던 것”이라고 했다. “외부에서 꿈틀거리는 대선 주자가 있다”고 한 것이 당내에서 반발 움직임이 일자 “여기(통합당) 오기 2년 전쯤 만났던 사람들이다. 지금은 접촉하지 않고 있다”고 한 발 뺐다.

◆“여론 관심 끌고 기존 주자들에게 긴장감 불어넣어”

김 위원장의 이런 태도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그를 보좌하는 한 통합당 고위 당직자는 “이런저런 기회에 툭툭 던지는 데 속내를 짐작할 수 없다”고 했다. 조해진 통합당 의원은 “김 위원장이 말하는 분도 우리가 모르는 분은 아닐 것”이라며 “좋은 인물을 대선 경쟁이 참여시켜 본선 경쟁력을 높이려는 의도일 것”이라고 했다. 통합당의 한 중진 의원은 “풀었다 조였다 하면서 여론의 관심을 끌기 위한 의도와 함께 기존 대선 주자들에게 긴장감을 불어넣어 분발하라는 메기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당 안팎 기존 주자들에 대해 야박하게 평가하는 것도 마찬가지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홍준표 무소속 의원과 유승민 전 통합당 의원 등에 대해 “지난 대선에서 시효, 검증이 다 끝났다”고 선을 그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 대해선 “20대 총선에서 38석이나 얻었는데 계속 발전시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상황이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본인이 통합당에 들어오고 싶다면 들어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여지를 남겨 둔 것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 대해선 “당시 한나라당(현 통합당)이 ‘이건희 아들에게도 공짜로 밥 주란 얘기냐’는 반대 논리를 폈는데 참 바보 같다고 생각했다”고 지적했다. 오 전 시장이 시장 시절 무상 급식 실시 여부를 시장직을 걸고 투표에 부친 것을 비판한 것이다.

김 위원장의 평가를 받은 주자들은 정면 대응을 피하고 있다. “좌파 2중대 흉내 내기”라고 비판한 홍 의원은 “김 위원장과 당권 경쟁할 관계도 아니고 대권 경쟁할 관계도 아니기 때문에 그분과 대척점에 설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했다. 당초 김 위원장을 ‘용병’에 빗대 비판했던 원희룡 제주지사도 “김 위원장님은 오래전부터 자주 뵈었다”며 “제가 찾아뵈며 경제·교육·국가 전반의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몸을 낮추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7월 7일 원 지사와 단독 면담을 하고 “이왕 하는 것 제대로 하라”고 격려했다.

김 위원장의 대선 관련 발언과 윤석열 총장의 집중 부각으로 통합당 안팎 주자들의 대선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김무성 전 의원이 킹메이커를 자임하고 나서면서 더욱 그렇다. 일찌감치 대선 출마를 공언한 홍 의원은 기자에게 “내 꿈이 나라를 경영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되기 위해 이번 총선에 출마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오 전 시장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기본소득제와 계층이동사다리지수를 정권 탈환의 기폭제로 만들고 싶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오 전 시장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해 정책연구소 ‘미래(가칭)’를 설립할 계획이다.

원 지사는 언론 인터뷰와 강연 등을 통해 “내 인생, 내 평생 가장 치열한 2년을 살아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국민에게 부끄럽지 않은 그러한 모습으로 일어설 수 있는데, (내가) 적격자라는 생각을 감히 한다”며 대선 도전을 공식화했다. 유 전 의원도 지난 6월 초 팬클럽 영상 인터뷰에서 “한국 보수가 망한다는 것은 결국 무능하고 깨끗하지 못한 진보 세력에 나라 운영의 권한과 책임을 다 넘겨주는 것”이라며 “1년 10개월 후 대선이 마지막 정치적 도전이라고 생각하고 준비해 나가고 있다”고 했다.

다만 김 위원장의 ‘꿈틀거리는 외부 대선 주자’ 발언으로 주목 받은 김동연 전 부총리는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김 전 부총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무슨 얘기냐. 금시초문이고 어리둥절하다”고 했다. 이어 “지금 단계에서 그런데 관심을 가질 계제가 아니고 그런 일에 내가 끼어들 일이 뭐가 있겠나”고 반문했다.
[홍영식의 정치판] 윤석열·김종인 ‘메기’가 불 지른 통합당 대선 경쟁
◆처절한 반성 외쳐 놓고 총선 참패 분석 보고서도 안 내

차기 대선이 1년 8개월 정도 남았는데 벌써부터 통합당 안팎 주자들의 대선 경쟁이 달아오르는 데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4·15 총선’ 참패 뒤 처절한 반성을 외쳤지만 아직 패배 원인에 대한 분석 보고서 한 줄도 내지 않고 있다. 당이 추구해야 할 이념을 놓고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통합당 수도권 재선 의원은 “2016년 총선 패배 이후 전국 단위 선거에서 4연패했는데도 불구하고 그 흔한 참패 백서 하나 내지 않고 입으로는 반성한다고 해놓고 시간이 지나면 유야무야 되면서 선거는 유례없이 연이은 참패를 맛봤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의원은 “소수 당이란 한계가 있지만 원 구성 협상에서 하나도 얻지 못했다”며 “숱한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 탈원전 정책, 부동산 정책 등에 대해 제1야당으로서 제대로 견제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도 김 위원장은 차기 대선 승리를 위한 바탕을 다지는 데 심혈을 기울이기보다 대선 게임으로 주목 받는 듯하고 여당의 잇단 헛발질로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니 마치 우리가 잘해서 그런 것처럼 착각에 빠져 있다. 이러다가 패배를 반복하지는 않을까 우려된다”고 꼬집었다.
ysho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5호(2020.07.11 ~ 2020.07.17)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