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정치인] 대선 행보 본격 나선 원희룡 제주지사

- “윤석열, 대선 준비·단련 안 돼 있으면 오래 못 간다

-“ 11월쯤 담대한 패러다임 제시”
- "정부 부동산 정책, 치밀한 해법 없이 이슈몰이만"
- "1가구 1주택자까지 징벌적 과세 안돼...개발 이익 환수는 필요"
- "야성, 콘텐츠 부족? 치열하게 싸우고 내 색깔 분명히 낼 것"
- "원희룡 없이는 보수 개혁 역사 쓸 수 없을 것"
- "고독한 천재 스타일로 살아온 사람 아니다"
- "여권 586, 위선적 오만...또 다른 기득권으로 군림"
원희룡 “부동산 정책 실패, 문재인 정권 무덤 될 것”
[한경비즈니스 = 홍영식 대기자·하헌형·성상훈 한국경제 기자 ] 원희룡 제주지사는 더 단호해지고 세진 모습이었다. 4년 전 대선 주자로 거론될 때 가진 인터뷰 때와 달리 민감한 주제에 대해서도 주저 없이 즉답이 돌아왔다. “(대선 과정에서) 치열하게 싸우면서 내 색깔을 분명하게 낼 것”이라고 단언했다. “콘텐츠와 야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엔 목소리 톤을 높이며 “탄탄하게 준비하고 있다. 속단하지 말고 기다려 달라. 커밍 순”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4·15 총선’ 직후 “내 평생 가장 치열한 2년을 살아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며 소속 정당인 미래통합당에서 가장 먼저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당내 대선 경쟁자들이 총선에서 대거 낙마하자 치고 나간 것이다. 그는 1982년 대학 입학 학력고사에서 제주 출신으로 처음 전국 1위를 차지해 화제를 모았다. 2000년대 초·중반 소장파의 대명사인 ‘남(남경필)·원(원희룡)·정(정병국)’ 일원으로 보수 개혁을 주도하고 2007년부터 대선 주자로 거론돼 왔지만 뜨지는 못했다. 이번 기회는 놓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보였다.

▶‘천재’라는 타이틀보다 사람이 됐다고 말해 주는 것이 좋겠다고 얘기했는데, 무슨 의미입니까.

“정치는 혼자 하는 게 아니죠. 천재라는 것은 개인에게 초점을 맞추는 것인데 나는 지금 함께할 사람들을 너무나 절실하게 찾고 있어요. 그런 상황을 강조하기 위해 그런 표현을 썼습니다. 나는 고독한 천재 스타일로 살아온 사람이 아니고 그런 식의 ‘업’을 해 온 사람도 아니에요. 학생 시절의 성적으로 (천재) 얘기를 하는데 관심의 초점은 함께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일해 나갈 것인지에 있습니다.”

▶‘학생운동도 했는데 한나라당(현 미래통합당)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1997년 외환 위기 때 각자 열심히 살아가는 것만으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국정 운영에 직접 참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내면의 소리를 들었습니다. 2000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에서 구애를 받았습니다.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보수가 변해야 나라가 더 크게 변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개혁적 보수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나름 신념이 있었기 때문에 내 인생을 걸어보자며 몸을 던졌습니다.”

▶‘개혁적 보수는 어떤 의미입니까.

“한국 경제가 고도성장하면서 기득권 때문에 새 영역을 개척하는 세력에 주도권을 넘겨주는 데 걸림돌도 있습니다. 변화에 장애가 되는 기득권을 끊임없이 교체해 주자는 의미에서 개혁적 보수를 쓰는 거죠. 대한민국이 교육과 산업을 통해 고도성장했는데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물려받은 것 없고 전관예우·아빠 찬스 없어도 실력과 노력으로 뭐든지 도전할 수 있는 기회와 성공의 사다리를 만들어 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보수가 보다 많은 국민들에게 끊임없이 기회와 성공의 문을 열어 주고 대기업·중소기업·벤처기업을 계속 순환시켜 지속 성장이 가능하게 하는 것이 개혁적 보수입니다.”

▶‘통합당이 정강에 5·18을 포함한 민주화 정신을 담는 등 노선 정립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당 일각에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변화를 거부하는 게 보수라고 생각하는데 천만의 말씀입니다. 변화를 주도하는 게 보수죠. 다만 단순히 이상적이고 이념적인 구호로 선동하는 게 아니라 현실에서 주어진 상황, 지정학적 위치, 산업 구조의 현실, 국민들이 처해 있는 사회적 상황 등을 놓고 변화의 목표를 담대하게 세워야 합니다. 하지만 통합당은 뭘 하겠다고 제시하지 못한 지가 꽤 오래됐죠. 기득권이 반발하면 그쪽 편드는 것으로 가다 보니 대부분의 국민들에게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변화를 거부하는 모습으로 비쳐졌습니다. 이걸 깨야죠. 변화에 대한 방향과 목표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제시해야 합니다. 이념 집단들처럼 말로만 떠들고 편을 갈라 정치적 선동 효과만 노려 되는 게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해 해법을 제시하고 능력 있는 사람을 통해 책임지게 하는 등 진짜 ‘실력과 능력은 이런 것’이라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보수라는 말을 쓰지 말자라고 한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그 자체엔 동의합니다. 김 위원장은 보수라는 말을 하다 보면 변화를 거부하는 모습으로만 비치니까 그 말을 쓰지 말자고 했죠. 나는 보수가 기반이 된 대한민국 현대사 자체가 태어나서는 안 될 국가였던 것처럼 하는 잘못된 역사관에 대해 강하게 쳤습니다. 그 대신 그 위에서 담대하게 변화해 나가자는 겁니다. 내용 면에서는 김 위원장과 같습니다.”

▶‘소장파의 대명사처럼 각인돼 있는데 당 일각에선 좌파라고 비판합니다.

“시장 경제 체제에서 인재·창의·역동성을 키워 대한민국이 더 발전해야 한다고 보는 점에서 확고한 시장주의자이자 자유민주주의자입니다. 왼쪽 오른쪽 차원이 아니라 아주 탄탄하고 깊은 이런 철학이 있습니다. 다만 빈부 격차 해소, 교육 기회 확대, 자산의 불로소득 문제 등에 대해서는 좌파적인 정책이라고 할지라도 가져다 쓸 수 있다고 보는 점에서는 진취적이라고 볼 수 있죠.”

▶‘‘4·15 총선’에서 통합당이 참패한 뒤 대선 도전을 공식화했습니다. 한국의 케네디가 되고 싶다고 한 것은 무슨 뜻이죠.

“케네디는 젊고 진취적인 리더십을 보여줬죠.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부흥기에 젊은 활력, 미래를 향한 강한 추진력을 보였습니다. 그런 에너지를 갖고 도전하겠다는 의미입니다.”

▶‘2007년에도 대선 도전에 나섰습니다. 개인적으로 그때와 지금 달라진 것이 있습니까.

“2007년이나 지금 모두 근본 가치와 방향성은 같습니다. 하지만 제주지사 경험도 더해졌고 여러 정권의 성공과 실패를 봐왔기 때문에 훨씬 더 내용이 풍부해졌고 의지가 강해졌습니다. 실천 방법, 인재 풀, 정책 실현 능력이 훨씬 성숙해지고 단단해졌습니다.”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탄탄하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속단하지 말고 기다려 주세요. 11월쯤 담대한 패러다임을 제시할 겁니다.”

▶‘야성이 부족하다는 평가에 대해선 어떤 반론을 펼 겁니까.

“소장파로서 이회창 전 총재, 박근혜 전 대통령과 부딪쳤던 과정을 보면 그런 얘기를 안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물론 가급적 대화로 풀고 화합적으로 가려는 면은 있습니다. 정치 목적은 싸우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니니까요. 그런 점에서 철학과 품격은 녹여 내겠지만 현실 정치는 투쟁 과정이고 온갖 문제에 대해 선을 분명히 해나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가장 치열한 부분을 보여주겠다고 약속합니다. 앞으로 개봉박두, ‘커밍 순’입니다.”
원희룡 “부동산 정책 실패, 문재인 정권 무덤 될 것”
원희룡 제주지사 약력 : 1964년 제주 서귀포 출생. 제주 제일고·서울대 법대 졸업. 사법시험 합격. 서울·수원지검 여주지청·부산지검 검사. 제16~18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사무총장·최고위원.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 한나라당 제17대 대선 경선 후보. 미래통합당 최고위원(현).

▶‘당내 대선 경쟁 상대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 유승민 전 의원과 이미지가 겹친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개혁적 보수 성향이라는 측면에서 비슷하죠. 큰 틀에서는 맞는데 오 전 시장이 2011년 투표에 부친 무상 급식에 대해선 당에서 나 혼자 찬성을 외쳐 왕따 당했습니다. 개혁적 보수 측면에서 내가 훨씬 더 전면적이고 일관된 면이 있습니다. 보수 진영에서 무상 급식을 퍼 주기라고 비판했는데 나는 너무 이념적으로 끌고 가지 말고 의무교육처럼 생각하자고 했죠. 교과서도 무료로 주잖아요. 유 전 의원은 2010년 갑자기 개혁적 정책을 들고나왔죠. 오 전 시장, 유 전 의원과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굳이 이야기한다면 나는 2000년부터 미래연대 활동을 하면서 일관된 개혁적 보수 목소리를 내 왔습니다. 원희룡 없이는 보수 개혁파의 역사를 쓸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전보다 훨씬 적극적이 된 것 같습니다.

“원희룡의 강점을 얘기하자면 우선 물려받은 것 없는 시골 무학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대한민국이 기회의 나라라는 것을 입증했죠. 계층 이동 사다리의 성공 모델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586(1960년대생, 1980년대 학번의 50대)’ 민주화 세대 중 보수 진영에서 이만큼 발언권을 가진 사람은 없을 겁니다. 민주화 세대에 대해 지분과 발언권, 도덕성이 있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일관되게 보수 개혁을 외쳐 왔고 이념적으로 중도 확장을 할 수 있습니다. 영호남 지역으로부터도 자유롭습니다.”

▶‘여권의 586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합니까.

“권력화됐고 또 다른 기득권으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경제적 이익, 공동체까지 다 가지려고 합니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아빠 찬스’ 쓰는데 대해 밀레니얼 젊은 세대들이 분노하고 있죠. 일반적인 586세대들은 조국·윤미향 사태에서 보듯, 권력화된 586들이 보여주는 위선과 입신, 독선적 오만에 대해 부끄러워하고 있습니다.”

▶‘영호남으로부터 자유롭다고 했는데 제주 출생이 대선에서 오히려 지역적 한계로 작용하지 않을까요.

“어떻게 연합하고 확장할 것이냐가 중요한데 그런 점에서 제주 출신이 오히려 강점이 될 수 있습니다.”

▶‘열렬한 지지자도, 적도 없는 것이 대선에서 어떻게 작용할 것 같습니까.

“비호감이 약하다는 것은 큰 장점이죠. 적극적 지지층을 만들어 갈 겁니다. 그러면 불가피하게 적도 생기겠죠. 각오하고 있습니다. 치열하게 싸우면서 내 색깔을 분명하게 낼 겁니다.”

▶‘보수 진영의 ‘윤석열 대망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봅니까.

“선거와 국정 운영은 다양한 문제와 세력들을 하나로 모아 가는 과정입니다. 평생 겪어 보지 못하는 수많은 상황에 대응해야 하는데 정치적으로 단련된 사람도 간단한 일이 아니에요. 그런 면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은 준비와 단련이 안 돼 있으면 오래가지 못합니다. 과거에 (대선에서) 많이 봐 왔잖아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손잡을 수 있습니까.

“‘찐문(진짜 친문)’과 수구화된 보수를 빼고는 함께해야 합니다. 정치라는 게 늘 연합을 만들어야 하죠. 최소한 국민 지지 51%를 얻을 수 있는 데까지 연합하고 확장해야 합니다. 더 확장할 수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죠.”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두고 논란이 많습니다.

“절대로 잡지 못한다고 봅니다. 문제를 꼽자면 유럽의 모델에 잘못된 이론을 씌웠습니다. 임대 주택, 임대 주택 하는데 30대는 ‘평생 임대 주택에서만 살라는 것이냐’는 불만이 팽배합니다. ‘내 집 마련하는 게 문제니 공공 임대 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해 유럽처럼 하자’는 게 어떻게 한국의 주택 정책이 될 수 있습니까. 자가와 임대를 이동 가능하게 해야 합니다. 유럽과 한국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한국에서 내 집 마련은 노후 보장과 자녀에 대한 상속의 의미가 있습니다. 특히 지금 정부는 자기들끼리 치고받아요. 대권 주자와 (주택 정책과) 관계 없는 법무부 장관, 지방자치단체장 등이 발언에 나서면서 숟가락 하나씩 얹습니다. 정치적 이슈몰이만 하고 치밀한 준비와 해법에 대한 구심체 없이 대통령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죠. 조국 사태로 특목고를 없애니 서울 강남으로 몰립니다. 강남 재건축 용적률을 높여 줘 강남 부자들 돈 더 버는 꼴은 못 보니 지은 지 40년 넘어 위험 진단이 나와도 재건축 허가를 내주지 않아요. 부동산 정책 실패가 이 정권의 무덤이 되고 정권 재창출의 큰 걸림돌이 될 겁니다. 수직이든 수평이든 어떻게 하면 공급을 늘릴까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 1가구 1주택자까지 징벌적 과세는 안됩니다. 다만 다주택자에게는 강력한 개발이익 환수와 징벌적 조세를 해야죠. 양도 차익에도 강력하게 과세해야 합니다.”

▶‘개헌에 대해선 찬성합니까.

“원래 내각제 개헌론자입니다만 정권 말기에 뜬금없습니다. 원론적으로 권력 구조를 어떻게 가져갈 것이냐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할 필요는 있지만 대선을 앞두고 정치공학적으로 접근할 문제는 아닙니다.”

▶‘정부가 불을 지피고 있는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해선 어떻게 봅니까.

“대북 제재를 해야 할 시점에 지원만 얘기한다면 북한에 대한 비핵화를 유도해 나가기 위한 제재와 지원이라는 목적과 수단이 완전히 뒤바뀝니다. 북한에 대해 지원에만 목매단다는 오해를 받기가 딱 좋습니다.”

ysho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7호(2020.07.27 ~ 2020.08.0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