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트렌드]


- 8K급 영상과 초고해상도 증강·가상현실 콘텐츠 시청에 최적…차세대 핵심 무선통신 인프라 역할 기대
속도 네 배 빠른 ‘와이파이 7’…5G의 빈틈 채운다
[전승우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본격적인 5세대 이동통신(5G) 시대의 막이 올랐다. 갑작스러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유행으로 주춤하지만 신규 5G 가입자가 꾸준히 늘고 있고 5G 스마트폰 종류도 한층 다양해지고 있다. 세계 각국 역시 포스트 코로나 이후 경제 성장을 이끌 핵심 인프라로 5G를 주목하고 있다. 향후 5G 저변이 확대된다면 4G를 넘는 모바일 라이프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3G를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난 무선 인터넷 사용을 통해 이제는 유선보다 무선으로 인터넷을 즐기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게다가 무선 이어폰 등 기기 간 연결이나 전력 충전도 무선으로 대체되는 등 무선 네트워크의 확산은 오늘날 정보기술(IT) 시대를 상징하는 주요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5G의 등장으로 더욱 많은 사람들이 초고속 인터넷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사실 이동통신만으로 무선 인터넷 수요를 감당하기는 어렵다. 이동통신 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서핑, 고화질 동영상, 게임 등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만드는 데이터 트래픽이 급속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와이파이 기술은 이동통신과 함께 오늘날 무선 네트워크 시대를 이끄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와이파이는 이동통신보다 작은 범위에서 무선 인터넷을 제공하지만 이론적으로 이동통신보다 빠른 속도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은 물론 노트북과 TV 등 다양한 기기의 무선 인터넷용 와이파이 사용이 꾸준히 늘고 있다. 시스코 등 글로벌 리서치 기관은 데이터 트래픽의 70% 이상을 와이파이가 담당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고 약 200억 개가 넘는 기기에 와이파이 기술이 탑재돼 있다고 밝혔다.


와이파이는 1999년부터 미국 전기전자협회(IEEE)에 의해 본격적으로 보급됐다. 초기에는 기술 수준이 낮았고 무선 인터넷 접속의 필요성도 크지 않았기 때문에 폭넓게 활용되지 못했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무선 인터넷 트래픽이 급증하자 이동통신의 대안 기술로 와이파이가 급부상했다. 3G·4G·5G 등 이동통신 기술 표준이 지속적으로 발전한 것처럼 와이파이도 새로운 표준을 통해 전송 속도를 높이고 지원 서비스 종류를 꾸준히 확대했다.


와이파이 7에 대한 관심 증가
현재 주력 와이파이 기술 표준은 와이파이 6다. 와이파이 6 역시 막 저변을 확대하는 수준이지만 벌써부터 차세대 와이파이 표준인 와이파이 7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작년 IEEE 내 와이파이 7 표준화 그룹이 설립되면서 와이파이 7 표준화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와이파이 7은 이르면 2020년대 중·후반부터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벌써부터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기업을 중심으로 기술 개발 경쟁이 고조되고 있다. 향후 와이파이 7이 5G와 함께 차세대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중요 네트워크 인프라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와이파이 7의 가장 큰 장점은 단연 빠른 전송 속도다. 와이파이 6가 최대 초당 9기가비트의 속도를 제공하는 반면 와이파이 7은 300 메가헤르츠(MHz) 이상의 광대역을 활용해 30기가비트 수준의 전송 속도를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는 웬만한 고화질 영화 10여 편을 순식간에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수준이다.


최근 초고화질 게임, 스트리밍 비디오 등의 미디어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1인당 소비하는 데이터 트래픽이 날이 갈수록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아무리 5G가 촘촘히 구축된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더욱 빠른 전송 속도를 제공할 수 있는 와이파이 기술의 중요성이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영화 감상이나 게임 이용 등 고용량 데이터를 집중적으로 소비하는 활동은 대부분 실내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실내 데이터 서비스 지원이 유리한 와이파이 7이 일상생활에서 5G 못지않게 활발히 사용될 것이라는 주장도 많다.


5G의 핵심은 28기가헤르츠(GHz) 이상의 초고주파대역 통신이다. 초고주파수는 엄청난 데이터 전송 속도를 구현할 수 있지만 도달 거리가 짧고 벽이나 건물 등 장애물 투과성도 낮기 때문에 기존 4G 대비 서비스 영역이 매우 좁을 가능성이 높다. 이와 같이 좁은 서비스 영역은 원활한 서비스 지원이 어려운 음영 지역(shadow area)을 다량으로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와이파이 7은 이와 같이 5G의 지원이 어려운 영역을 효과적으로 보완해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와이파이 7이 새롭게 등장하는 콘텐츠의 성장을 이끄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와이파이 7은 향후 활성화될 것으로 보이는 8K급 영상과 초고해상도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등의 콘텐츠 시청을 충분히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새로운 콘텐츠 활성화를 제약하는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가 네트워크 인프라의 한계임을 감안하면 와이파이 7은 신규 미디어의 대중화를 촉진할 수 있을 것이다.


와이파이 7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퀄컴과 브로드컴 등 기업들의 기술 개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많은 기업들의 기술 연구와 제품 개발 노력이 고조된다면 와이파이 7의 상용화 시기도 앞당겨질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한편 와이파이 7의 구현에 필수적인 주파수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신규 주파수 대역을 추가 공급하는 논의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애플·구글·인텔·퀄컴 등 유수의 IT 기업들은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와이파이 사용을 위한 추가 주파수 대역을 허가해 달라는 건의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와이파이 7의 경제적 가치도 클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와이파이 7을 탑재한 기기 출시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 와이파이 7을 사용해 제공할 수 있는 초고화질 콘텐츠 시장도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사물인터넷(IoT)과 스마트 팩토리 등 네트워크 수준이 성능을 좌우하는 영역에서 와이파이 7을 도입하려는 수요도 증하하는 등 비즈니스 현장에서도 와이파이 7의 역할이 한층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속도 네 배 빠른 ‘와이파이 7’…5G의 빈틈 채운다


사물인터넷 비전 달성의 핵심 기술로 부상
차세대 IT 산업의 지향점은 끊김 없는 네트워크 환경 구축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5G 등 이동통신과 다양한 통신 기술의 공존과 조화가 필수적이다. 이런 측면에서 와이파이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와이파이와 5G의 유기적 연동은 언제 어디서나 편리한 컴퓨팅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는 IoT 비전 달성의 핵심이 될 것이다.


새로운 통신 기술은 네트워크 인프라 확장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인터넷의 출현으로 혁신 비즈니스가 우후죽순 등장한 것처럼 미래 통신 기술 역시 막대한 부가 가치 창조를 견인할 가능성이 높다. 과거 와이파이의 확산으로 무선 인터넷을 활용한 신제품과 서비스가 대거 등장한 사례에 비춰볼 때 와이파이 7도 현실적으로 어려웠던 신규 비즈니스를 현실로 이끌어 낼 잠재력이 크다.


5G를 통해 미래 통신 기술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처럼 와이파이 7은 기업을 넘어 국가 차원의 네트워크 기술 경쟁이 한층 심화시킬 수 있다. 한국도 이런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와이파이 기술 선점과 이를 활용한 유망 비즈니스 발굴에 집중해야 한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0호(2020.08.17 ~ 2020.08.2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