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돋보기]
정부 경제 통계 해석을 곱씹어 봐야 하는 이유 [강문성의 경제 돋보기]
[한경비즈니스 칼럼 = 강문성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정부는 8월 14일 최근 경제 동향에 대한 통계치를 발표했다. 수출·고용·국내 금융 시장 등 7월의 실적이 발표된 것도 있지만 산업 활동과 관련된 생산과 지출, 경기 변동에 대한 소비자 심리, 경기동행지수, 선행지수 등은 6월 실적이 발표됐다.

정부의 최근 경제 동향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는 ‘실물경제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지만 내수 관련 지표의 개선 흐름이 이어지고 수출과 생산 부진이 다소 완화되는 모습’이다.

‘수출과 생산 부진이 다소 완화되는 모습’의 근거는 ‘전월 대비’ 주요 지표의 증가 또는 개선이다. 즉 5월이나 6월보다 경제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먼저 한국 경제의 산업 활동을 측정하는 생산 통계는 전 산업 기준으로 6월 지표가 지난 5월보다 4.2%, 2019년 6월보다 0.7% 증가했다. 수출은 7월 실적이 2019년 7월보다 7.0% 하락했지만 10.9% 하락한 6월에 비해 하락세가 둔화했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품목별로는 반도체와 선박 등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5%, 18.8% 증가했지만 승용차, 석유 제품, 무선통신 기기, 자동차 부품, 가전제품 등은 42.7~1.8% 감소했다.

국가별로는 중국과 미국으로의 수출이 각각 2.5%, 7.7% 증가했지만 유럽연합(EU)·일본·중동 등으로의 수출은 크게 하락했다.

최근 경제 동향에 대한 정부의 설명을 보면 해석 과정에서 조심해야 할 사항이 눈에 띈다. 먼저 ‘차분(差分)에 대한 차분’의 의미다.

수출 실적에 대한 정부의 평가에서 7월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의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하락률(-7.0%)이 6월(-10.9%)과 비교하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수출 실적이라는 지표의 성장률을 분석하는 것은 통계치의 차분에 초점을 두는 것이고 이에 다시 성장률의 변화를 분석하는 것은 ‘차분에 대한 차분’이다.

수출이 하락하는 속도가 ‘둔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월간 수출 실적이 7% 하락했고 하락세가 지속된다는 것은 수출 주도형 경제 구조를 가진 한국 경제에는 상당히 부정적이다.

수출 실적의 하락률이 감소한 것을 ‘회복’의 신호로 간주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비교 시점이다. 경제 동향 분석에서 대부분 지표의 성장률 측정 기준은 전월 또는 전년 동기다. 즉, 7월 실적이면 6월 대비 또는 2019년 7월 대비 성장률을 계산해 최근 경제 동향을 살펴보는 것이다.

물론 이는 동향 분석의 일반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정부가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은 한국 경제의 2019년 상황이 좋지 않았다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기 전부터 한국 경제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2019년 한국은 5422억 달러어치를 수출해 2018년 6048억 달러에 비해 10.4% 하락했다.

또 2019년 수출은 2011년의 5552억 달러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즉 2019년에 비해 올해 경제 성적표가 어떻다고 해석하는 것은 현재 경제 동향에 대해 잘못된 판단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현재의 대응 정책으로 3차 추가경정예산안의 조기 집행, 소비·투자·수출 활성화, 한국판 뉴딜 추진 가속화 등으로 단기적인 경기 반등 정책에 초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악화돼 온 한국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1호(2020.08.22 ~ 2020.08.28)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