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돋보기]
재난지원금, 소상공인·자영업자가 더 급하다 [이정희의 경제 돋보기]
[한경비즈니스 칼럼=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전 국민이 고통을 받고 있는지도 어언 8개월째에 접어들었다. 코로나19는 어느새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며 오랜 기간 국민의 행동을 제약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의 더 큰 문제는 경제를 마비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8월 중순부터 다시 하루 신규 확진자가 200명, 300명으로 늘어나더니 400명대로 증가했고 이에 대응하며 사회적 거리 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되면서 경제가 다시 얼어붙었다.

코로나19의 경제적 타격은 국민들의 활동이 제한되고 소비가 위축되면서 먼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타격을 크게 받는다. 그다음으로 내수 경기 위축과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으로 세계 경기가 침체되고 수출이 급감하면서 제조업이 타격을 받는 순이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매출 하락으로 먼저 단기 일자리가 감소하고 이어 제조업의 불황이 길어지면서 제조업의 일자리 또한 감소하고 있다.

이렇게 사태가 길어지면서 소상공인의 폐업도 증가하게 되는데 폐업한 소상공인 일자리는 다시 만들어지기 어려운 실정이다. 전체 고용에서 80%가 넘는 비율을 차지하는 소상공인이 시장에서 떠밀려 나면 고용 하락은 불을 보듯이 빤한 일이다. 문제는 경기가 다시 살아나지 않는 한 고용 한파는 계속될 것이고 불경기에 따른 기업들의 구조 조정으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까지 합해져 고용의 위기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동안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와 글로벌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이 가계를 위한 소득 활동이 가능했던 곳은 바로 소규모 창업이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소상공인 위기가 심화되는 중에 기업들의 구조 조정이 이뤄지면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의 일자리 대안은 더욱 막막할 뿐이다.

지난 8월 통계청이 발표한 7월 고용 동향을 살펴보면 임금 노동자는 전년 동월 대비 9만2000명 감소했고 비임금 노동자는 18만5000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 노동자의 감소는 주로 임시 노동자 감소에 따른 것이다. 비임금 노동자는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크게 감소하고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오히려 일부 증가해 자영업 쪽에서의 고용이 감소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비임금 노동자의 고용 동향을 자세히 살펴보면 소상공인의 주된 업종인 숙박 및 음식업점과 도매 및 소매업, 교육 서비스업 순으로 고용이 크게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해 그만큼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크게 타격을 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편 지난 5월부터 시행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전 국민 대상 긴급재난지원 지급과 사용이 지난 8월 말로 끝나자마자 다시 2차 긴급재난지원금 시행이 정부와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선별 지급이냐 1차와 같이 전 국민 대상 지급이냐를 놓고 설왕설래하고 있다. 이를 두고 생계형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은 뭐라고 할지 생각해 본다. 그들의 시각에서 보면 코로나19라는 재난으로 피해를 가장 크게 겪고 있는 국민들 중심으로 재난지원금이 보다 긴급히 그리고 효과가 있도록 지원돼야 한다고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우리의 앞날은 불확실성이 크다는 것이 문제다. 그렇다면 재난에 의해 생계가 어려운 소상공인 자영업자 그리고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부터 당장에 긴급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 발생하게 될 기업들의 구조 조정에 대비한 지원 대책 강구로 경제의 추락과 일자리 위기에도 대비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지 않는 한 긴급 재난 지원은 계속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국가 위기 앞에서 정부와 여야가 힘을 모아 지혜롭게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3호(2020.09.07 ~ 2020.09.1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