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식의 정치판]
- 참신성·확장성 내건 김종인, 서울시장 찾기 ‘스무고개’… 국민의힘 후보 넘치지만 ‘빅샷’ 안 보여
[홍영식의 정치판] 오세훈 “서울시장 출마 뜻 없다…바로 대선으로 간다”

[홍영식 대기자] 내년 서울시장 보궐 선거를 두고 국민의힘의 고민이 크다. 외형적인 면만으로 보면 선거판은 유리하다. 성 추행 의혹을 받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사망이 보궐 선거 원인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보궐 선거 원인을 제공한 경우 후보를 내지 않기로 한 당헌 규정에도 불구하고 후보를 낼 가능성이 높다. 이 지점을 파고들면 적어도 명분 싸움에선 국민의힘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문제는 인물난이다. 거론되는 후보는 넘쳐난다. 지금까지 후보 리스트에 오른 사람은 10명이 훌쩍 넘는다. 당 내에선 권영세·박진·윤희숙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나경원·김세연·김용태·이혜훈 전 의원, 김선동 사무총장, 지상욱 여의도연구원장, 조은희 서울 서초구청장 등이 물망에 올랐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연대해 후보를 내는 방안을 놓고 당 안팎이 시끄럽다. 정치권 밖 인사로는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영입설도 돌았다. 최근엔 염재호 전 고려대 총장 차출설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은 다른 거물들 접촉에도 나서고 있다.
[홍영식의 정치판] 오세훈 “서울시장 출마 뜻 없다…바로 대선으로 간다”
◆“이 정도면 되겠다 싶은 인물은 손들기 주저·손사래 쳐”


관건은 민주당에서 어떤 후보를 내놓아도 우위를 점할 강력한 흡인력을 가진 ‘빅샷(거물)’이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당 관계자는 “이 정도면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췄다는 인물은 뜻이 없다거나 손들기를 주저하고 있다는 것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고민”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을 보면 모호하다. 특정 인물에 대해 한마디씩 툭툭 던지며 부각하는 식이다. 무대에 한 명씩 차례로 등장시켜 여론의 관심을 끌고 민심을 떠보는 차원이라는 게 측근들의 해석이다. ‘서울시장 후보 찾기 스무고개’라는 표현도 등장할 정도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최근 당 회의에서 “서울·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하려는 사람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고 주문한 것을 보면 성과가 썩 좋지 않은 것 같다.

김세연·홍정욱 전 의원이 물망에 올랐지만 두 사람 모두 출마하지 않겠다고 했다. 당 밖 인사를 거론하다가 최근엔 영입론에 선을 그었다. 당내 초선 의원 띄우기에 나서면서 ‘저는 임차인입니다’라는 국회 본회의 5분 발언으로 화제를 모은 윤희숙 의원이 주목 받고 있다.

김 위원장은 9월 14일 한국경제신문을 비롯한 경제지 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그 양반(윤 의원)은 잘 알지 못하다가 ‘5분 발언’으로 진가가 나타났는데 그런 기회를 잘 포착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철수 대표와의 연대에 대해선 “합친다고 좋아 보일 수 있지만 당내 혼란을 야기한다”고 부정적인 뜻을 나타냈다.

김 위원장과 가까운 박형준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총선 공동선거대책위원장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내세우는 서울시장 후보 첫째 자격은 참신성이다. 김 위원장은 최근 “가급적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인물이 적정하고 그러한 인물이 당내에서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둘째 자격은 확장성이다. 서울은 전통적으로 부동층·중도층이 두터운 대표적 ‘스윙보터(swing voter)’ 지역이다. 1995년 민선 이후 서울시장직은 특정 정당이 독식하지 않았다. 민주당 계열 정당에서 5번, 국민의힘 계열 정당에서 3번 각각 선출됐다. 그런 만큼 중도층의 표심을 끌어오지 못하면 승산이 없다는 판단이다. 박 전 위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김 위원장의 의중은 무엇인가.

“새 인물들의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참신성 있는 인물이면 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참신성 효과는 반드시 정치 신인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기존 정치인들도 혁신적인 구상을 내놓는다면 참신하게 다가설 수 있다. ‘미스터 트롯’과 같은 이벤트를 통해 신진뿐만 아니라 기존 정치인들도 새로 부각될 수 있다. 다만 현재까지는 김 위원장이 여럿 접촉했는데 성과가 썩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염재호 전 총장 얘기도 나온다. 윤 의원을 띄우는 것도 참신성을 가진 사람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얼마나 현실화될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돼야 판이 역동적이 되고 국민들의 시선을 잡을 수 있다.”

▶스무고개 식으로 찔러 보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그렇게 해서 관심을 모으려는 의도가 아니겠나. 이런 과정을 통해 부각되면 예전(2006년 지방선거 때) 오세훈 전 시장이 뜬 것과 같이 새로운 사람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참신성만으로 되겠나.“물론 안 된다. 하늘 아래 새로운 사람을 해봤자 인지도가 없으면 무슨 소용 있겠나. 축적된 에너지로 대중에게 임팩트를 줄 수 있어야 한다. 또 확장성도 매우 중요하다. 국민의힘이 비호감의 벽을 뚫는 게 관건인데 그러기 위해선 중도층의 마음을 잡을 수 있는 사람이 중요하다. 큰 판이기 때문에 보수와 중도를 모두 끌어안아야 한다.”


▶김 위원장이 안 대표와의 연대에 대해 부정적으로 얘기하는 이유는 뭔가.“국민의힘 후보들이 가시화되고 정리 정돈돼야 안 대표와 협상이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이쪽에서 후보 없이 무조건 안 대표를 데려오자고 하는 것은 곤란하지 않느냐는 생각인 것 같다. 이쪽 판을 좀 키우고 역동적인 경쟁이 일어나도록 하는 것이 1차 과제고 그다음 안 대표와 경선하든, 여론 조사로 단일화하든 그건 그다음 단계다.”
[홍영식의 정치판] 오세훈 “서울시장 출마 뜻 없다…바로 대선으로 간다”
◆후보 10명 넘어…염재호 전 고려대 총장도 물망에

오세훈 전 시장은 보궐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서울시장은)한 번 했잖아”라며 “차기 대선으로 바로 가겠다”고 말했다.

▶내년 서울시장 선거 판세를 어떻게 보나. 민주당이 보궐 선거 원인을 제공했기 때문에 국민의힘이 유리하지 않겠나.
“낙관하기 힘들다. 서울 지역 정당 지지율을 보면 민주당에 불리한 악재가 터지면 출렁하다가 금방 원래 지지율로 돌아온다. 그만큼 강한 지지층이 있다는 얘기다. 우리 당이 아주 강한 후보를 내도 겨우 이길까 말까 할 정도로 본다.”

▶김 위원장은 참신성을 내세우고 있다.
“그게 참 어려운 문제다. 표심은 신인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지만 준비된 후보여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보궐 선거에서 당선되면 1년짜리 시장직을 맡는다. 시울 시정은 굉장히 복잡하다. 정책을 숙지하는 데만 6개월이 걸린다. 참신성과 준비된 후보 두 조건을 다 갖춘 인물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오 전 시장의 지적대로 여당이 박원순 전 시장 성 추문 의혹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병역 특혜 의혹 등 잇단 악재에도 불구하고 서울 지역 지지율은 여전히 국민의힘보다 훨씬 높다. 박 전 시장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7월 첫째 주 한국갤럽 여론 조사에 따르면 서울 지역 민주당 지지율은 40%,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은 20%를 나타냈다(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 대상, 95% 신뢰 수준에 표본 오차 ±3.1%포인트. 구체적인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9월 셋째 주 조사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31%로 떨어지긴 했지만 국민의힘 지지율은 23%로 변동이 없었다. 여당이 위기로 몰리면 지지층 결집 효과도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여론 조사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 위원장의 한 측근은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높아졌지만 여당은 친여 성향 매체, 충성심이 강한 ‘팬덤 지지층’이 뒤에 받치고 있어 언제든지 ‘빅샷’ 후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며 “반면 국민의힘은 두 달 넘게 백화점 진열대 위에 후보들을 늘어놓아도 국민들의 시선을 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답답하다”고 했다.

ysho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5호(2020.09.19 ~ 2020.09.2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