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위기 이후 기회를 잡아라…2021 재테크 전략]
-2000만원 돌파하며 고공 행진…기관투자가·기업, 암호화폐 시장 본격 진입
‘디지털 경제의 승자’ 된 비트코인…2021년 얼마까지 오를까?
[한경비즈니스=이홍표 기자] 암호화폐 비트코인이 3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로이터와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11월 30일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한때 8.4% 올라 1만9668달러(약 2178만원)에 이르렀다. 2017년 12월 기록한 역대 최고가 1만9665달러(1차 랠리)보다 3달러 높은 수준이다. 이후 가격 조정이 이뤄지면서 비트코인은 12월 7일 오후 기준으로 약 208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던 2000만원의 벽을 성큼 넘어선 것이다. 달러로는 2만 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다.



금융 역사가인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는 비트코인을 ‘팬데믹(세계적 유행)의 승자’라고 평가했다. 그는 11월 30일 블룸버그인텔리전스(BI)에 쓴 칼럼에서 “인류 역사에서 전염병 사태를 계기로 돈이 혁명적으로 바뀌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낳은 돈의 혁명에서 비트코인이 승자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사기와 감시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보안성이 강한 암호화폐를 더 많이 사용하게 될 수 있다는 게 퍼거슨 교수의 전망이다.



◆페이팔의 비트코인 결제 계획이 방아쇠 당겨




비트코인은 전통적인 자산과 성격이 다르다. 제도권 금융회사나 펀드 등이 거래를 중개하거나 투자한다는 소식이 비트코인 가격 급등의 재료가 되곤 했다.
비트코인의 최근 랠리는 11월 21일 미국 온라인 결제 업체 페이팔이 자사 플랫폼에서 비트코인 등 가상 화폐를 매매할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전부터도 움직임이 있었다. 월가도 속속 비트코인 투자에 나선 것이다. 르네상스테크놀로지의 짐 사이먼스 회장은 지난 3월 비트코인 투자를 시작한다고 선언하며 주목받았다. 글로벌 자산 운용사인 피델리티인베스트먼트는 지난 8월 비트코인 펀드를 출시했고 듀케인캐피털의 전 회장이자 억만장자 투자자인 스탠리 드러켄밀러도 11월 “투자 포트폴리오에 비트코인을 담아두고 있다”고 밝혔다. 미 투자 자문사 구겐하임파트너스도 그레이스케일의 비트코인 펀드에 간접 투자한다고 최근 밝혔다.
‘디지털 경제의 승자’ 된 비트코인…2021년 얼마까지 오를까?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세계 각국의 유동성 공급이 내년 말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비트코인 가격을 끌어올리는 것으로 본다. 즉 돈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의 가치가 올라간다는 논리다. 이에 따라 월가의 투자 기관들이 포트폴리오의 일부로 암호화폐에 투자하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차기 정부가 추가 재정 부양책을 실시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달러 가치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점이 비트코인에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부동산과 주식은 물론 금·구리 등 원자재에 이르기까지 무차별적으로 가격을 밀어올린 유동성이 암호화폐 시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이 같은 논리는 몇몇 암호화폐 비판가들의 말을 바꿔 놓기 시작했다.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최근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이 가치 저장 기능 가운데 일부는 잘할 수 있을 듯하다”고 말했다.
비트코인을 ‘자산’으로 보고 쌓아 두는 기업도 생겨나고 있다. 나스닥 상장사인 소프트웨어 기업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지난 8~9월에 걸쳐 회사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의 약 80%를 비트코인으로 바꿨다. 4억2500만 달러를 들여 비트코인 3만8250개를 샀다.


이 회사의 마이클 세일러 최고경영자(CEO)는 “비트코인은 가치 저장 수단으로 가치가 높다”며 “장기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후 비트코인 가격이 올라 이 회사의 기업 가치는 크게 높아졌다. 지난 9월 150달러에 못 미쳤던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주가는 최근 300달러를 넘어섰다. 미 자산 운용사 스트래티직웰스파트너스의 루크 로이드 투자자문역은 “유명 투자자와 제도권 기업이 비트코인에 뛰어들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더 많은 투자자가 따라서 비트코인을 사고 있다”며 “앞으로 더 많은 기관·기업이 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로 ‘디지털 경제’로 전환이 빨라질 것이라는 예상도 디지털 결제 수단으로 떠오른 암호화폐에 투자자들이 몰리는 배경으로 풀이된다. 외신 보도를 보면 미국 온라인 결제 업체 페이팔이 비트코인 등의 거래 서비스를 시작한 11월 말 이후 암호화폐 거래량은 3배 넘게 급증했다. 페이팔은 내년 초 자사 가맹점에서 비트코인으로 물건을 살 수 있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비트코인 가격의 급등은 디지털 결제 가능성을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씨티은행 “1개 가격 3억 넘을 수도”



물론 암호화폐에 대한 향후 전망은 갈린다. 암호화폐에 관심 있는 투자은행(IB)들은 비트코인 가격이 내년에도 급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씨티은행의 톰 피츠패트릭 글로벌 수석 기술전략가의 보고서가 대표 격이다. 11월 공개된 ‘21세기의 금’이란 제목의 이 보고서에서 피츠패트릭 전략가는 비트코인의 지난 10여 년 사이의 반감기를 감안할 때 내년 말 1BTC 가격이 31만8000달러, 우리 돈으로 3억5000만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파격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원래는 비공개인 이 보고서의 내용이 트위터 등을 통해 퍼지면서 비트코인에 대한 논란에 다시 불이 붙었다. 또한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 역시 “비트코인은 매일 움직이는 거인”으로 “글로벌 투자 자산으로 편입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디지털 경제의 승자’ 된 비트코인…2021년 얼마까지 오를까?
부정적인 전망을 하는 투자가들도 있다. 채권업계 거물인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CE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암호화폐는 거짓이다. 추적이 가능해 익명 보장도 어렵다”고 주장했다. 가장 논란이 된 것은 11월 19일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의 창업자인 레이 달리오가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53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달리오 창업자는 트윗에서 “비트코인은 가치 저장 수단으로 보기 어렵다”며 “금과 비슷한 위치에 오른다면 정부가 불법으로 만들어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법정 화폐가 디지털 화폐로 발행되면 비트코인이 사라질 수 있다”고 부정적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불법 자금 세탁 수단으로 활용될 위험이 있는 암호화폐에 대해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유럽연합의 자금 세탁 방지 규정은 올 들어 암호화폐 거래소에 적용됐다. 한국은 2022년부터 암호화폐 투자로 차익이 발생하면 20%의 세금을 내도록 법을 만들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비트코인이 점차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주목받고 있지만 안전 자산인지, 위험 자산인지 성격이 불확실하고 거품 논란이 여전히 해소되지 못한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트코인은 가치를 둘러싼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BTC당 2000만원을 웃도는 고공 행진을 이어 가고 있다. 비트코인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될까.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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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7호(2020.12.14 ~ 2020.12.2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