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 “사는 집 한 채 덩그러니 남았는데, 어떡하죠?” 집을 팔면 생활비야 마련할 수 있겠지만 살 곳이 만만치 않고, 그렇다고 안 팔면 당장 생활비를 마련할 길이 막막하다. 뾰족한 수가 없을까. 주거와 생활비 문제를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택연금이 주목된다.

주택연금은 사는 집을 담보로 맡기고 다달이 월지급금을 받는 금융상품이다. 가입 기간 동안 수령한 월지급금액과 이자, 수수료는 가입자와 배우자가 사망한 다음에 주택을 팔아서 상환하면 된다. 내 집에 살면서 죽을 때까지 월지급금을 받아 생활비에 보탤 수 있는 건 장점이지만, 가입 조건이 까다롭다는 지적이 꾸준히 있어 왔다.

그래서 주택연금 가입 요건을 크게 완화한 법률 개정안이 2020년 1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국무회의를 거쳐 12월 8일 공포됐다. 2007년 7년 주택연금제도 도입 이후 가장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2020년 12월 개정된 주택연금 관련법을 중심으로 해서, 주택연금에 가입하려 할 때 점검해야 할 사항을 8가지로 나눠 정리해 봤다.
주택연금 대폭 변화…궁금증 풀이 8선
1 나도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나요

먼저 주택연금 가입 조건부터 살펴보자. 주택연금에 가입하려면 연령, 주택가격과 보유 주택 수, 주택 유형이 모두 가입 요건에 맞아야 한다. 먼저 주택 소유자 또는 배우자 중 한 사람이 55세 이상이어야 한다. 그리고 부부 중 한 명이 대한민국 국민이어야 한다. 부부가 모두 외국이면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없다.

다음은 주택가격과 보유 주택 수를 살펴보자. 다주택자도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느냐고 묻는 사람이 많은데, 가능하다. 주택 수와 상관없이 보유 주택 합산 공시가격 9억 원 이하면 된다. 다만 2주택자는 보유 주택 합산 공시가격이 9억 원이 넘더라도 3년 이내 주택 한 채를 처분하겠다고 약정하면 가입할 수 있다.

종전에는 시가 9억 원 이하로 돼 있던 주택가격 조건은, 법률 개정으로 2020년 12월 8일부터 공시가격 9억 원 이하로 완화됐다. 공시가격 9억 원이면 시가로는 12억~13억 원 정도 된다. 최근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크게 상승한 데 따른 조치인데, 금융위원회는 12만 가구(2019년 말 기준)가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9억 원 이상 되는 고가주택을 담보로 맡기더라도 월지급금은 9억 원 하는 담보로 주택연금에 가입했을 때와 같다.

예를 들어 보자. 부부 중 연소자 60세인 사람이 시가 9억 원하는 주택을 담보로 맡기며 종신지급 방식을 선택하면, 주택소유자와 배우자가 사망할 때까지 월지급금으로 매달 187만 원을 받게 된다. 그리고 같은 조건에서 시가 12억~13억 원 하는 주택을 담보로 맡기더라도 월지급금 수령액은 늘어나지 않고 그대로 187만 원이 된다.

2 주거용 오피스텔에 사는 사람도 가입할 수 있나요

2020년 12월 법률 개정으로 달라진 점 중 하나는 주거용 오피스텔 거주자가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게 된 점이다. 종전에는 일반주택과 노인복지주택 거주자만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었다. 주거용 오피스텔 거주자가 주택연금에 가입하려면 크게 세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우선 해당 오피스텔에 실거주하면서 주민등록전입신고를 해야 한다. 그리고 오피스텔에는 필수 주거시설이 설치돼 있어야 하고, 재산세 과세대장에 주택으로 기재돼 있어야 한다.

상가와 주택이 함께 있는 복합주택 거주자도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을까. 가능하다. 다만 전체 건축물 면적에서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이상 돼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에 신고 된 노인복지주택 거주자도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는 있지만, 확정기간 지급 방식으로 월지급을 수령할 수는 없다.

3 집값이 오르면 월지급금도 더 받을 수 있나요

최근 주택가격이 크게 상승하자, 주택연금 가입자들 중에 집값이 오른 만큼 월지급금을 더 받을 수 있느냐고 묻는 사람이 많다. 대답은 그렇지 않다. 월지급금은 가입 당시 가입자의 나이와 주택가격을 기준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입 이후 집값이 오르든 떨어지든 개의치 않고 처음에 정해진 금액대로 지급된다. 가입 후 집값이 떨어지면 불만이 없겠지만, 요즘처럼 집값이 크게 오르면 가입자 입장에서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주택연금을 중도해지 한 다음에 다시 가입하면 어떨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재가입할 때 집값을 기준으로 월지급금을 책정하면 지금보다 더 받을 수 있겠다 싶어서다. 하지만 이렇게 주택연금을 해지하고 다시 가입하고자 할 때는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우선 중도해지 하고 바로 재가입할 수 없다. 같은 주택을 담보로 주택연금 재가입하려면, 집값이 오른 경우에는 3년을 기다려야 한다. 따라서 3년 동안 생활비 대책을 세워둬야 한다. 주택가격이 하락한 경우에는 중도해지 후 바로 재가입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월지급금이 줄어드는데, 애써 노력과 비용을 들여가며 그러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재가입 시점의 주택가격도 살펴야 한다. 3년이 지난 다음 주택연금에 재가입하려고 했더니, 주택의 공시가격이 9억 원을 초과해 가입하지 못할 수도 있다. 수수료도 문제다. 주택연금 가입자는 가입 당시 주택가격의 1.5%에 해당하는 초기보증료를 부담하는데, 중도해지 하는 경우 이를 돌려받지 못한다. 그리고 재가입할 때 다시 초기보증료를 내야 하므로 비용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4 전세나 월세를 주고 있는데,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나요

전세나 월세를 주고 있는 주택을 담보로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을까. 주택연금에 가입하려면 가입자 또는 배우자가 해당 주택에 거주하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전세나 월세를 주고 있다면 가입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다만 부부 중 한 명이 해당 주택에 거주하면서 보증금 없이 주택의 일부만 월세를 주고 있다면 가입할 수 있다. 주택연금 가입 이후에도 해당 주택을 전세 또는 월세로 줄 수 없다.

주택연금 이용자는 담보로 맡긴 주택에 계속 거주해야 월지급금을 받을 수 있다. 주택연금 이용자 부부가 담보주택에서 다른 장소로 주민등록을 이전하거나 1년 이상 계속해서 담보주택에 거주하지 않는 경우 주택연금 지급이 종료된다. 다만 불가피한 사유가 있고, 이를 주택금융공사가 인정하거나 승인하면, 1년 이상 담보주택에 거주하지 않거나 다른 곳으로 주민등록을 이전할 수 있다.

불가피한 사유란 질병 치료나 심신 치료를 위해 병원이나 요양시설에 입원하거나, 자녀에게 봉양받기 위해 다른 주택에 장기 체류하거나, 관공서의 명령으로 부득이하게 격리·수용·수감되거나, 개인적인 사정을 공사가 인정하는 경우를 말한다.

5 주택연금에 가입할 때 이자와 수수료는 얼마나 되나요

주택연금은 ‘연금’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기는 하지만, 본질은 대출인 만큼 이자와 수수료에 대해서도 알아두어야 한다. 대출금리는 변동금리를 적용하는데, ‘CD금리 + 1.1%’ 또는 ‘COFIX금리 + 0.85%’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전자는 3개월, 후자는 6개월 변동금리를 적용한다. 대출이자는 다달이 지불하는 것이 아니고 가입 기간이 끝난 다음에 한번에 상환하면 된다.

가입비와 연보증료에 대해서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가입비는 초기보증료라고 하는데, 주택가격의 1.5%가 부과된다. 초기보증료는 가입할 때 한 번만 부과한다. 연보증료로 연금지급총액의 0.75%가 부과된다. 연보증료는 0.75%를 12로 나눠 매달 부과한다.

이자와 마찬가지로 초기보증료와 연보증료도 발생할 때마다 직접 지불하는 것은 아니다. 월지급금과 함께 부채로 계상해 두었다가, 나중에 가입 기간이 종료되거나 가입자 부부가 모두 사망한 다음에 주택을 처분해 상환하면 된다. 그렇다면 연금지급총액(대출잔액)을 어떻게 산출할까.

먼저 주택연금을 가입한 달의 대출잔액부터 산출해 보자. 앞서 주택연금에 가입할 때 주택가격의 1.5%에 해당하는 ① 초기보증료를 납부해야 하지만, 실제 납부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채로 계상된다. 여기에 첫 번째 달에 받은 ② 월지급금을 더하고, ③ 개별 인출금이 있으면 추가한다. 여기에 연보증료를 더한 것이 첫째 달 대출잔액이다. 연보증료는 ①, ②, ③을 더한 금액에 (0.75%÷12)를 곱해 산출한다.

두 번째 달 대출잔액은 ① 첫째 달 대출잔액, ② 이번 달 월지급금, ③ 개별 인출금과 ①, ②, ③에 대한 연보증료를 더해서 산출한다. 이런 방식으로 대출잔액을 계산하면 이자에 이자가 붙게 되므로, 연금 수령 기간이 늘어날수록 이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가입자가 원하면 이자는 수시로 상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6 주택 소유자가 먼저 사망한 경우 배우자가 연금을 받으려면

주택연금의 장점 중 하나는 주택 소유자와 배우자가 모두 사망할 때까지 월지급금을 수령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주택 소유자가 먼저 사망하면 절차가 좀 복잡해진다. 이 경우 남은 배우자가 월지급금을 계속해 수령하려면 두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 먼저 그동안 발생한 대출잔액을 전부 인수하겠다고 약정해야 한다. 그리고 담보로 맡긴 주택의 소유권을 단독으로 확보해야 한다. 이 두 가지를 주택 소유자가 사망한 다음 6개월 이내에 하면 된다.

채무를 인수하겠다는 약정을 하는 것이야 어렵지 않겠지만, 공동상속인이 있을 경우 주택소유권을 단독으로 확보하기가 만만치 않을 때가 많다. 주택 소유자가 배우자에게 주택소유권을 전부 넘겨주겠다는 유언서를 작성해 뒀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으면 공동상속인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현행 민법에서는 피상속인의 자녀와 배우자를 1순위 상속인으로, 자녀가 없으면 부모와 배우자를 2순위 상속인으로 정하고 있다. 자녀와 부모가 모두 없는 경우에만 배우자가 단독으로 주택을 상속하게 된다.

공동상속인인 자녀 또는 부모와 협의가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아서 배우자가 6개월 내에 주택소유권을 단독으로 취득하지 못하면, 주택연금은 종료되고 여태껏 발생한 부채를 상환해야 한다. 보통은 자녀와 부모가 배우자가 주택소유권을 가져가는 데 동의를 하지만, 요즘은 이혼과 재혼으로 가족관계가 복잡해지면서 배우자가 주택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하는 일도 드물지 않게 발생한다.

이 때문에 2020년 관련 법률을 개정해서 2021년 6월부터 신탁 방식의 주택연금을 도입하기로 했다. 지금은 주택금융공사가 주택에 대한 채권을 확보하기 위해 저당권만 설정할 수 있지만, 2021년 6월부터는 주택연금 가입자가 희망하면 신탁등기를 할 수 있게 된다. 신탁을 설정하면서 수익자를 주택 소유자와 그 배우자로 지정하면, 주택 소유자가 먼저 사망해도 배우자가 계속해 월지급금을 수령할 수 있다. 그리고 신탁의 수익권은 양도, 압류, 가압류, 가처분하거나 담보로 제공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자녀의 동의 없이도 배우자가 안정적으로 월지급금을 수령할 수 있다.

7 주택연금을 압류할 수 있나요

법률 개정으로 2021년 6월부터 달라지는 것이 하나 더 있다. 주택연금 가입자가 받는 월지급금은 노후생활비 재원인데, 여기에 압류가 들어오면 낭패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주택연금을 받을 권리를 양도하거나, 압류 또는 담보로 제공할 수 없도록 했다. 그리고 주택연금 가입자의 신청에 따라 주택연금 전용계좌를 만들 수 있게 하고, 이 계좌는 압류할 수 없게 했다. 주택연금 전용계좌에는 민사집행법에서 정한 금액(월 185만 원) 이하로만 입금할 수 있고, 주택연금 월지급금 이외 다른 금액은 입금할 수 없다.

8 대출잔액은 언제, 어떻게 상환하나요

연금지급총액(대출잔액)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상환할까. 주택연금 가입자가 원하면 이용 도중에 언제든지 연금지급총액 중 일부 또는 전부를 상환할 수 있다. 이때 중도상환 수수료는 별도로 부과하지 않는다.

주택연금 가입자 부부가 모두 사망한 다음 상속인이 담보주택을 처분해서 부채를 상환할 수 있다. 이때 주택처분금액을 넘는 부채는 상환하지 않아도 된다. 주택을 처분한 금액이 대출잔액에 미치지 않더라도 상속인에게 부족금액을 청구하지 않는다. 반대로 주택처분금액으로 부채를 전부 상환하고 남으면, 남은 부분은 상속인에게 돌려준다. 따라서 주택연금 가입자 부부가 장수하거나 가입 이후 주택가격이 크게 하락한 경우에는 주택연금 가입자에게 유리하다고 하겠다.

주택연금 가입자가 원하면 이용 도중에 언제든지 연금지급총액 중 일부 또는 전부를 상환할 수 있다. 주택연금 가입자 부부가 모두 사망한 다음 상속인이 담보주택을 처분해서 부채를 상환할 수 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8호(2021년 01월) 기사입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11호(2021.01.04 ~ 2021.01.1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