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으로 읽는 부동산]

조합원의 지위와 아파트 분양권 관련 도시정비법…명문 규정 없어 혼란
재개발·재건축 공동 조합원에게 개별 분양권이 인정될까?
[한경비즈니스 칼럼=김정우 법무법인 센트로 수석변호사] 재개발·재건축 조합원의 자격에 대해 도시정비법 제39조 제1항은 ‘정비사업의 조합원은 토지 등 소유자(재건축사업의 경우에는 재건축사업에 동의한 자만 해당한다)로 하되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때에는 그 수인을 대표하는 1인을 조합원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1호는 ‘토지 또는 건축물의 소유권과 지상권이 여러 명의 공유에 속하는 때’, 제2호는 ‘여러 명의 토지 등 소유자가 1가구에 속하는 때’, 제3호는 ‘조합설립인가 후 1명의 토지 등 소유자로부터 토지 또는 건축물의 소유권이나 지상권을 양수해 여러 명이 소유하게 된 때’를 들고 있다. 즉 이 같은 각호는 ‘1인 조합원(공동조합원 지위)’으로 보고 소위 ‘조합원 쪼개기’를 방지하고 있다.

나아가 도시정비법 제76조 제1항 제6호는 도시정비법 제39조 제1항 제1호의 공유자들과 제2호의 1가구 다물권자들에게는 1주택만 공급한다고 규정해 공동 조합원에 대한 개별 단독 분양권을 제한하고 있다. 조합설립인가 후 다물권자의 부동산을 양수해 공동 조합원이 됐을 경우 단독 분양권이 인정될 수 있을까. 반면 도시정비법 제39조 제1항 제3호 규정에 따라 조합설립인가 후 1인의 다물권자로부터 부동산을 양수해 공동 조합원이 됐을 경우 이들에 대해 개별 단독 분양권을 제한하는 명문의 규정은 없다.

그럼에도 모든 재개발·재건축 조합에서는 제3호 규정의 공동 조합원에게 1인의 조합원 지위만 인정된다는 이유로 그에 따른 분양권도 모두 합해 1개만 인정해 왔다. 예를 들어 ‘갑’이 5개 주택을 소유하다가 조합설립인가 이후 1개 주택을 ‘을’이 양수한 경우 ‘갑’과 ‘을’ 전부를 합해 1개의 조합원 지위와 1개 분양권만 인정됐다.

분양권이라는 것은 조합에 대한 현물 출자 의무 이행에 대한 대가로 인정되는 권리로, 조합원의 재산권에 대한 가장 핵심적인 권리다. 그런데 제3호 규정의 공동 조합원에 대해 명문의 규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개별 분양권을 제한하는 것이 법적으로 타당할까. 최근 이에 대해 법원 간에 상반된 판결이 나와 주목받았다.

단독 분양권 두고 엇갈린 판결 나와

서울행정법원은 2019년 7월 도시정비법 제39조 제1항 제3호에 따른 공동 조합원에게 개별 단독 분양권이 인정될 수 없다고 판시하면서 그 근거로 위 제3호(구 도시정비법 제19조 제1항 제3호) 규정의 취지를 들었다. 서울행정법원은 제3호 규정에 대해 “권리 분배에 있어서는 투기를 억제하고 효율적인 공동주택의 배분을 위해 수인을 1인의 조합원으로 취급하고자 하는 구 도시정비법 제19조 제1항 제3호의 취지상 원칙적으로는 대표 조합원을 포함한 공동 조합원에게 공동으로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했다.

반면 광주고등법원은 2020년 1월 위 제3호 규정에 따라 ‘1인의 조합원’의 지위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토지 등 소유자 각자가 분양 신청권을 보유, 행사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광주고등법원은 그 핵심 근거의 하나로 분양권을 제한하는 명문의 규정이 없다고 했다. 즉 도시정비법에 기존 조합원의 권익 보호를 위해 소위 ‘지분 쪼개기’를 하는 경우 분양권을 제한하는 명문의 규정이 존재하지만 제3호의 공동 조합원에 대해서는 도시정비법령 등에 분양권을 제한할 아무런 명문의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어떤 판결이 더 타당한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광주고등법원의 방침은 그동안 정비업계에서 확립돼 있던 다물권자에 대한 분양권 처리 방법의 근간을 흔드는 판결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상당히 클 것으로 보인다. 비록 대법원 판결은 아니지만 정비업계도 고등법원 판결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고 그동안 확고했던 관행이 바뀔 여지도 있다.

또 다물권자로부터 양수받은 공동 조합원이 개별 단독 분양권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높다. 이런 상반된 판단의 근본적인 이유는 결국 도시정비법에 명문의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분양권은 조합원의 재산권에 관한 가장 중요한 권리라는 점에서 조속히 법을 개정해 이에 대해 명시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12호(2021.01.18 ~ 2021.01.2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