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IT 전문가’ 김석환 예스24 대표
-세이코인·디지털 콘텐츠 통합 앱 이어 새벽 배송 도전
“온라인 서점의 무한 변신…그 뒤엔 10년 앞선 기술 로드맵 있죠”
[한경비즈니스=안옥희 기자] 한국 온라인 서점 1위 예스24가 언택트(비대면) 시대의 신흥 문화 콘텐츠 강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예스24는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으로 인한 언택트 열풍에 힘입어 신규 회원 수가 지속 증가해 올해 누적 회원 수 2000만 명 돌파가 예상된다.

특히 전자책 구독 서비스인 ‘북클럽’ 이용자들이 늘면서 e북 애플리케이션(앱) 설치 수도 2019년 220만 개에서 2020년 330만 개로 껑충 뛰었다. 북클럽을 통해 이용 가능한 콘텐츠 수는 1만1000여 종에 달한다.

2021년 예스24는 도서 사업의 초격차 역량을 확보하고 언택트 공연, 글로벌 비즈니스 역량을 강화해 업계를 선도하는 디지털 문화 콘텐츠 사업자로 발돋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인공지능(AI)·빅데이터·블록체인 등 첨단 정보기술(IT) 기반의 서비스를 성장 동력 삼아 문화 콘텐츠 플랫폼 도약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예스24의 변신을 진두지휘하는 사람은 김석환 대표다. 1월 1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예스24 사옥에서 만난 김 대표는 “중요한 것은 고객 니즈 만족”이라며 ‘고객 니즈’를 거듭 강조했다. 올해 예스24는 북클럽으로 책을 읽던 고객이 종이책을 주문하면 아침에 책을 받아볼 수 있는 새벽 배송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얼마나 빠르고 편하게 책을 고르고 소비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진 시대의 새로운 고객 니즈에 맞춰 새벽 배송을 고안한 것이다.

김 대표는 평소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소문난 다독가로, 1년에 500권이 넘는 책을 읽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지금 읽고 있는 책은 ‘리테일 4.0(필립 코틀러 저)’과 ‘2030 축의 전환(마우로 F. 기옌 저)’이다. 김 대표는 독서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한다고 믿고 있다.

그는 “책과의 접점인 동네 서점의 수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사람들이 얼마나 빠르고 편하게 책을 고르고 받아 소비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그 고민을 통해 북클럽·총알배송·새벽배송 서비스가 탄생했다. 앞으로도 계속 서비스를 고도화해 국가 경쟁력이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서점의 무한 변신…그 뒤엔 10년 앞선 기술 로드맵 있죠”


◆ MZ세대 콘텐츠 놀이터 ‘스토리24’ 출시


예스24는 2020년 11월 전자책·북클럽·웹소설·채널예스 등 예스24의 방대한 디지털 콘텐츠를 하나의 앱으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스토리24’라는 통합 앱을 론칭했다. 스토리24는 사용자가 콘텐츠의 생산·소비·공유 등 콘텐츠의 라이프사이클 전 과정에 참여해 문화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사용자 경험 기반의 전문 플랫폼을 지향한다.

김 대표는 “스토리24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 고객의 새로운 니즈를 반영해 통합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하는 커뮤니티 플랫폼”이라며 “도서 관련 업계에 국한하지 않고 한국 최고 수준의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스토리24는 변화하는 고객 니즈에 대한 고민의 결과물이다. 김 대표가 스토리24를 만들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소통과 커뮤니티 기능이다. 정보를 소비하는 계층이 쌍방향 소통과 차별화된 경험을 추구하는 MZ세대로 바뀌면서 이들의 니즈에 부합하는 통합 플랫폼 서비스와 새로운 콘텐츠 소비 경험을 제공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예스24는 사용자가 작성하는 리뷰 건수가 월 9만 건에 이를 정도로 고객 참여율이 높다. 스토리24는 콘텐츠를 즐기는 플랫폼을 넘어 소비자에게 창작의 기회를 부여해 콘텐츠 생산까지 이끌고 있다.

지속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세이(sey)코인’이라는 보상 체계도 만들었다. 세이코인은 예스24가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인 세이(sey)체인을 기반으로 2019년 11월 개발한 암호화폐다. 예스24는 세이코인 발행을 통해 작가들의 디지털 콘텐츠 창작을 독려하고 독자에게는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관심을 높여 콘텐츠 시장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김 대표는 “콘텐츠를 소개하는 고객뿐만 아니라 창작하는 작가들에게도 보상이 돌아갈 수 있도록 블록체인을 통한 콘텐츠 공급과 소비 생태계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서점의 무한 변신…그 뒤엔 10년 앞선 기술 로드맵 있죠”


◆ ‘기술 로드맵’ 주도해 물류 혁신 가속

예스24는 AI·빅데이터·블록체인과 같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왔다. 특히 김 대표가 주도해 온 ‘기술 로드맵’이 주효했다. 김 대표는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미래 10년의 시장 변화를 예측해 새로운 서비스나 신기술을 도입하는 ‘기술 로드맵’을 구축하는데 현재 추진 중인 IT 기반의 신규 사업들은 2013년에 구축한 로드맵에 따른 것”이라며 “미래 시장에 대한 예측을 바탕으로 예스24에 필요한 기술을 예측해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스터디를 진행하거나 테스트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미국 조지워싱턴대 대학원에서 정보공학을 전공한 IT 전문가로, 예스24에 디지털 콘텐츠 플랫폼, 암호화폐, 간편 결제 시스템, 음성 검색 서비스, 전자책 정기 구독 서비스 등 IT 기반의 서비스를 선제적으로 도입한 일등 공신이다.

예스24는 기술 로드맵에 따라 10년 전부터 IT를 물류에 접목해 물류 시스템 고도화에 힘써 왔다. 2007년 업계 최초로 총알 배송을 도입해 당일 주문, 당일 배송 시대를 열었고 파주·대구에 있는 예스24 물류센터에 필요한 수량과 재고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빅데이터를 도입했다.

로봇 활용도 다른 업종보다 한 발 앞섰다. 2017년 네이버랩스와 공동으로 기획, 개발한 자율주행 도서 수거 로봇을 부산에 있는 예스24 중고 서점에 도입한 바 있다. 예스24는 물류센터에서 사람 대신 로봇이 책을 가지고 오는 형태의 물류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예스24는 ‘총알 배송’으로 업계에서 처음으로 당일 배송을 브랜드화했고 온라인 서점 최초로 자체 간편 결제 시스템 ‘세이페이(seyPay)’를 도입했다. 벤처 회사로서 시장의 중대한 변곡점마다 큰 서비스들을 재빨리 출시하며 선행 주자의 위치를 지키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예스24는 신성장 동력의 일환으로 첨단 IT를 접목한 다양한 신규 서비스도 론칭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가상현실(VR)과 웹소설·웹툰 관련 신규 사업과 글로벌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며 “2021년은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사업들을 시작해 보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콘텐츠 시장의 고성장세도 긍정적이다. 세계 콘텐츠 시장은 언택트 시대를 맞아 기술과 콘텐츠의 결합이 확산되면서 증강현실(AR)·VR 등 실감 콘텐츠 시장이 커지고 있다. 국경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한국 웹툰과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가 글로벌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웹툰의 영화화·드라마화처럼 하나의 콘텐츠 원작 지식재산(IP)을 다른 형태의 2차 콘텐츠로 재가공하는 사례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예스24가 가진 웹소설·웹툰(오리지널 콘텐츠)은 영화·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로 확장할 수 있고 AR·VR 콘텐츠 등 부가 사업의 기회도 무궁무진하다.

예스24가 2000만 명의 회원과 디지털 콘텐츠의 제작-유통-구독까지 풀 라인업을 갖추고 있는 것도 강점이다. 김 대표는 “‘핑크퐁’의 성공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한국에서 연재되는 온라인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점점 더 힘을 얻게 될 것이고 앞으로 콘텐츠 시장은 저패니메이션처럼 누구나 다 아는 콘텐츠로서 K콘텐츠의 새로운 글로벌화가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대표는 “예스24도 디지털 콘텐츠를 유통하는 플랫폼으로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잡기 위해 다른 기업들과 계속 전략적 제휴와 투자 기회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ahnoh05@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13호(2021.01.25 ~ 2021.01.3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