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 달러화 투자는 외환 정책이 변수
- 차라리 수출 기업 주식에 주목하라
불확실성의 시대, 어디에 투자해야 할까
[아기곰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내수 경기가 좋지 않다. 9월 소비자물가는 한국이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최초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경기 침체를 걱정하는 소비자들이 소비를 줄이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도 있어 걱정이 가중된다. 더구나 올해 경제성장률을 2.2%로 전망했던 한국은행도 이를 달성하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을 정도다.

심지어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1%대에 그칠 것이라고 예측하는 외국 투자은행도 늘어나고 있다. 이런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는 경제 상황에서 어떻게 소중한 자신의 돈을 지킬 수 있을까. 모든 이의 고민이 아닐 수 없다.

◆ ‘경제 위기=환율 급등’은 없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을 때마다 처음 떠오르는 투자처는 달러화에 대한 투자다. 1997년 말 한국이 외환위기에 빠졌을 때 불과 몇 달 만에 달러 환율이 달러당 800원대에서 1800원대로 치솟은 적이 있다.

두 배 이상 급등했던 것이다. 이때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경제 위기=환율 급등’이라는 공식이 새겨져 있다. 이에 따라 경제가 좋지 않다는 보도가 나올 때마다 많은 이들이 달러에 대한 투자를 고민한다.

그러면 22년이 흐른 지금도 달러화에 대한 투자가 효과적일까. 그것은 아니다. 외환위기는 말 그대로 ‘외화의 유동성 위기’였다. 한마디로 일시적 외환 부족 현상이 나라를 부도 위기까지 몰고 갔었던 것이다.

지금의 상황은 그때와는 사뭇 다르다. 첫째,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2019년 8월 말 기준으로 4014억8000만 달러(약 484조6000억원)에 이른다. 이 수준이 적정한지 여부는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한국의 경제 규모가 세계 11위인데 반해 외환보유액은 세계 9위라는 점을 감안해 보면 결코 적은 수준은 아니다.

그런데 환율 문제에서 고려해야 할 핵심 포인트는 해당 국가의 외환 정책이다. 환율은 두 나라 통화의 교환가치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환율이 어찌 결정되느냐에 따라 두 나라의 무역수지에 영향을 끼친다.

예를 들어 미국에 수출을 많이 하는 어떤 회사가 환율이 달러당 1000원일 때 어떤 상품을 100달러의 가격에 수출했다고 가정해 보자. 이 물건의 원가는 9만원이니 한 개 수출할 때마다 1만원의 이익이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환율이 달러당 1500원으로 급등한다면 이 상품의 수출가는 그대로 100달러이지만 15만원에 수출되는 효과가 돼 이익이 6만원으로 늘어난다. 그러면 이 회사는 가격을 인하할 여력이 생긴다.

수출가를 100달러에서 80달러로 20% 인하해도 12만원에 파는 것이니 예전에 비해 세 배의 이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가격 인하로 매출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이처럼 환율이 오른다는 것은 수출 업체에는 수출을 늘릴 수 있는 다시없는 절호의 기회다.

하지만 미국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수입이 늘어나는 것이고 미국 경쟁 업체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어느 날 갑자기 갤럭시 S10의 가격을 20% 인하한다고 한다면 이는 높은 아이폰 가격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소비자에게는 굿 뉴스이지만 애플에는 악몽으로 다가갈 것이다.

이런 상황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원할까. 미국 제조업의 부활을 기치로 대통령에 당선됐고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최악의 상황이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한국에 환율 조작국이라는 누명을 씌우고 보복관세를 부과하려고 할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든, 한국 정부든 환율 하락 압력을 가하게 되면서 달러에 투자한 사람들은 손실을 보게 될 가능성이 높다.

◆ 환 헤지로 안정성 담보 가능

만약 달러에 베팅하는 것을 원한다면 차라리 수출 기업에 투자할 것을 권한다.

개인은 환 헤지(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에 대비해 환율을 현재 시점의 환율로 미리 고정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환율이 급변하면 손실을 볼 수 있지만 대형 수출 기업은 환율 급등 시 수익성이 좋아지고 환율이 급락할 때도 여러 환 헤지 수법을 통해 개인보다 손실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수출 기업에 어찌 투자할 수 있을까. 그것이 바로 주식 투자다. 많은 사람들이 주식 투자를 시세 차익을 얻는 게임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샀다 팔았다’를 반복하는 것이다. 오후에 샀다가 오후에 파는 데이 트레이딩이 주식 투자의 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거래비용이 적다고는 하지만 거래가 많으면 결국 증권사만 배 불리는 게임이다. 주식 투자의 본질은 그 회사를 사는 것이다.

(본인은 생업에 종사하느라 바쁘기 때문에) 직접 그 회사 경영에 참여할 시간이 없으므로 또는 그 회사 전체를 인수할 자본이 부족하므로 그 회사 지분의 일부를 사 그 회사와 운명을 같이하려는 것이 주식 투자다.

한마디로 그 회사의 미래를 적은 돈으로 사는 것이 주식 투자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가치관을 가지는 사람이라면 데이 트레이딩과 같은 단타 거래는 하지 않을 것이다. 부동산 투자에 비해 주식의 투자수익률이 낮은 원인 중 하나가 바로 거래를 너무 자주한다는 것이다.

오를 만한 곳에 투자해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투자의 요체이고 이런 원칙은 부동산 투자나 주식 투자 모두 마찬가지다.

그러면 금에 대한 투자는 어떨까.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금에 대한 투자는 유용하다. 특히 올 들어 국제 금 시세는 6년간의 긴 침묵을 깨고 온스당 1400달러라는 박스권을 탈출했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금리를 인하하고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는 시그널이 계속 나옴에 따라 금값이 오르고 있다. 동서고금을 통해 부자들이 선호하는 것은 금이다.

이 때문에 인플레이션 조짐만 보이면 금값이 급등하는 것이다. 한국의 금값도 작년 연말 g당 4만5872원이었던 것이 올해 9월 말 5만7392원으로 25%나 급등했다.

문제는 금 실물에 투자할 때 10%의 부가세를 내야 하는 점과 금을 살 때와 팔 때의 거래 가격이 같지 않기 때문에 실제 수익률은 시세 상승률보다 훨씬 낮다는 점이다. 또한 한국의 금 시세도 국제 금 시세에 연동되는데 환율과도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국제 금 시세가 올라도 환율이 하락하면 (수입가가 내리기 때문에) 한국의 금 시세가 하락할 수도 있다. 결국 투자에는 정도가 없다. 그 당시 시대의 흐름과 본인의 성향에 맞춰 투자 종목을 선택하면 되는 것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5호(2019.10.07 ~ 2019.10.1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