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 조합원 이익을 일반 분양자에게 몰아주는 것
- 조합원 부담 수천~수억원 늘어날 수 있어
분양가 상한제로는 집값을 잡을 수 없다
[아기곰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그동안 말이 많던 민간 주택 분양가 상한제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8월 12일 발표된 분양가 상한제 정부안의 요지는 크게 두 가지라고 할 수 있다. 첫째, 적용 지역은 투기과열지구 내에서 정부에서 지정하는 곳이고 둘째, 적용 시기는 입주자 모집 승인 신청일 기준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무슨 의미일까. 투기과열지구는 서울 25개 자치구 전부와 과천시, 성남시 분당구, 광명시, 하남시, 대구 수성구, 세종시 등 31개 지역을 말한다. 이들 지역 중에서 주택 가격이 급등하거나 급등할 우려가 있는 지역을 선별해 분양가 상한제를 실시한다고 한다.

그러면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는 무엇이 문제일까. 적용 시기의 기준 산정일이 기존에는 관리처분인가일 기준이었는데 이번에는 입주자 모집 승인일로 바뀌었다. 이미 관리처분인가 때 예산이 확정돼 재건축 사업이 한창 진행된 단지도 소급 적용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조합원의 부담이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 추가 부담금이 이렇게 많이 나올지 알았다면 재건축 사업 자체에 찬성하지 않았을 조합원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이미 재건축이 확정돼 철거가 이뤄지고 있는 단지에까지 무차별적으로 적용하면서 기존 조합원에게 현실적인 피해를 끼친 것이다.

◆ 주변 시세가 재건축 가격 끌어올려

그러면 정부는 왜 이런 무리수를 두게 된 것일까. 이번 조치의 목표는 강남권 재건축 단지다.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상승하자 정부는 발화점을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라고 지목하면서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수익을 떨어뜨릴 방법으로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현상만 보고 그 원인을 살피지 않은 데 있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가 오른 이유는 강남권 새 아파트 가격의 강세다. 반포 주공 1단지 인근에 있는 래미안 퍼스티지 전용면적 84㎡짜리가 30억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이 아파트는 지어진 지 10년 된 아파트다. 인근에 있는 지은 지 3년 되는 새 아파트인 아크로 리버파크는 84㎡짜리는 34억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실거래가 기준으로도 집값이 본격적으로 오르기 전인 6월에 이미 29억 8000만원에 거래됐다.

인근 아파트가 이렇게 고공 행진을 하니 재건축 이후 수익이 커질 것으로 기대한 매수자가 늘면서 재건축 대상 아파트 값이 올랐다.

다시 말해 반포 주공 1단지 가격이 올라 래미안 퍼스티지나 아크로 리버파크의 가격이 오르는 것이 아니라 래미안 퍼스티지나 아크로 리버파크의 가격이 올랐기 때문에 반포 주공 1단지의 가격이 상승한 것이다.

그러면 분양가 상한제가 실시되면 래미안 퍼스티지나 아크로 리버파크의 가격이 떨어질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인근에 있는 반포 주공 1단지의 일반 분양분이 시세보다 싸게 분양한다고 기존에 래미안 퍼스티지나 아크로 리버파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싸게 매물을 내놓지는 않는다. 반포 주공 1단지를 싸게 분양 받은 사람도 팔 때는 그 지역 시세대로 팔지 싸게 팔지는 않는다.

결국 분양가 상한제는 집값을 잡는 것과 전혀 상관없는 정책이다. 재건축 조합원에게 돌아갈 이익을 그 단지에서 일반 분양 받을 사람에게 몰아주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시장의 기능을 정부에서 대신하겠다는 것이다.

◆ 해당 지역 공급 축소로 후폭풍 일 것
분양가 상한제로는 집값을 잡을 수 없다
문제는 분양가 상한제가 몰고 올 후폭풍이다. 분양가 상한제는 해당 지역 공급 축소로 이어진다. <표>에서 볼 수 있듯이 분양가 상한제가 실시되면 공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2007년 47만6462채였던 아파트 인허가 물량이 분양가 상한제가 실시되던 2008년 26만3153채로 줄어들었다. 인허가 물량이 45%나 줄어들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2008년 인허가 물량이 줄었던 것은 국제 금융 위기 여파라고 해명하고 있는데 사실과 거리가 있다.

2008년의 아파트 인허가 물량을 살펴보면 상반기에 7만3640채, 하반기에 18만9513채의 인허가가 있었다.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촉발된 국제 금융 위기는 2008년 상반기가 아니라 하반기에 시작됐다.

그런데 2008년 하반기에는 상반기의 2.6배나 되는 물량이 인허가를 받았던 것이다. 결국 2008년 인허가 물량이 줄어든 것은 국제 금융 위기가 있었던 하반기의 영향 때문이 아니라 상반기에 인허가 물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왜 2008년 상반기에 인허가 물량이 이처럼 줄어들었을까. 2008년부터 분양가 상한제가 실시된다는 것을 인지한 건설사들이 2007년에 밀어내기 식 분양을 했기 때문이다. 2008년 상반기에 인허가를 받아도 되는 물량을 2007년으로 당겨 받았다는 뜻이다.

결국 이것도 분양가 상한제에 따른 영향이고 할 수 있다. 그러다 분양가 상한제가 풀린 2015년 인허가 물량이 전년보다 54% 급증하게 된다. 이것에 대해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 때문이 아니라 2015년 주택 시장이 살아나면서 인허가 물량이 늘어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는데 이 또한 사실과 거리가 멀다.

주택 시장이 살아난 것은 2015년이 아니라 2014년이다.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전년 대비 2013년 0.33%에 그쳤지만 2014년에는 2.43%, 2015년에는 5.06%로 상승 폭을 키웠다. 그러다 2016년 1.50%, 2017년 1.31% 상승에 그치게 된다.

정부의 해명대로 2014년엔 아파트 값이 2.43%밖에 오르지 않은 침체기니까 인허가를 34만7687채밖에 받지 않은 것이고 2015년에는 5.06%나 올랐으니 인허가를 53만4931채나 받은 것으로 인정한다면 2016년과 2017년은 해석할 방법이 없다.

2016년과 2017년은 2014년보다 훨씬 낮은 1.50%와 1.31% 상승에 그쳤지만 인허가 물량은 2014년보다 훨씬 많은 50만6816채와 46만8116채였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표>에서 한눈에 볼 수 있듯이 분양가 상한제가 실시되는 기간에는 인허가 물량이 줄어들고 분양가 상한제가 없는 기간에는 인허가 물량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분양가 상한제는 시중에 공급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8호(2019.08.19 ~ 2019.08.2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