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인사이트]
-‘부채 없는 성장’ 덕에 경제성장의 기울기 완만…하반기로 갈수록 개선될 것
미국 경제, 침체 아닌 과열을 우려해야 한다
[한경비즈니스 칼럼=신동준 KB증권 리서치센터 수석전략가·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 미국 증시의 대표 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미·중 무역 분쟁의 충격을 극복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경제가 곧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최근에는 미래의 경기 침체 예측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미국 국채의 10년물과 3개월물의 금리 차가 2007년 이후 처음 역전되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경기 침체가 가까이 왔다’는 논쟁이 또다시 가열되는 중이다(그림1).

◆2021년까지 연 2.0%씩 성장

하지만 오래 지속됐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미국 경제가 곧 꺾일 것이라고 볼 만한 지표를 찾기 쉽지 않다. 경기 침체 전 관찰되는 과잉 부채와 대출은 물론 과잉투자, 과잉 소비, 과잉 재고 등의 조짐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 침체 아닌 과열을 우려해야 한다
그 영향으로 미국의 경제성장 기울기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완만하다(그림2). 길어졌기 때문에 곧 끝나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진행됐기 때문에 길어진 것이라고 해석해야 한다.
미국 경제, 침체 아닌 과열을 우려해야 한다
경제성장의 기울기가 완만했던 이유는 ‘부채 없는 성장’ 때문이다. 미국의 경제 규모(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은 금융 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중이다(그림3).

과거 경기 정점에서는 은행의 대출 증가율도 전년 대비 10%대 중반까지 치솟았지만 현재는 5%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그나마 꾸준히 반등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잘 빌리려고 하지 않고 또 잘 빌려주려고도 하지 않는 분위기다.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는 등 부채의 위기를 크게 겪은 데다 은행들에 대한 당국의 강한 건전성 관리가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 카드채 사태를 겪은 이후 한국에서도 나타났던 전형적인 현상이다. 대출에 의한 신용 팽창이 활발하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물가도 안정돼 있다.

반면 취약한 민간의 신용 창출 기능을 보완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돈을 풀었고 정부도 적극적인 경기 부양에 나서면서 정부 부채가 급증했다. 미국의 정부 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80% 수준까지 증가했는데 이는 선진국의 평균 수준이며 미국의 기축통화국 지위를 고려할 때 아직 심각한 위험 요인으로 평가하기에는 이르다. 일본의 정부 부채는 이미 GDP 대비 200%가 넘은 지 오래다.

기업 부채도 사상 최대이기는 하지만 수준이 높지 않다. 미국 경제는 2018년 2.9% 성장한 데 이어 2019년 2.3%의 성장이 예상되는 ‘감속 성장’ 국면에 진입했다. 성장률은 여전히 잠재성장률인 1.8~1.9%보다 위에 있지만 지난해와 비교한 전년 동기 대비 데이터는 올해 내내 둔화하는 ‘감속 성장’ 흐름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신용 등급이 낮은 일부 취약 기업들의 신용 위험이 높아지고 가산 금리(신용 스프레드)가 오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다만 여전히 성장률 수준이 잠재 성장 위에 있어 경제 전반의 시스템 위험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

하반기로 갈수록 성장률은 완만하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0~2021년에도 모두 2.0%씩 성장하면서 미국 경제는 침체에 빠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유로존 경제도 2분기를 저점으로 하반기에는 개선되는 흐름이 예상된다.

◆중·장기 투자자, 미국 주식 눈여겨볼만

미국 중앙은행(Fed)은 장·단기 금리 차가 역전되면서 경기 침체 논란이 확대되자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Fed 위원들의 올해 기준금리 전망이 담긴 점도표를 연내 두 차례 인상에서 동결로 0.50%포인트 전격 인하했다. 금융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통화 완화 기조로 돌아선 것이다.

장·단기 금리 차 역전과 경기 침체를 방어하기 위해 여차하면 Fed가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도 있다는 사실이 간파되자 흔들리던 투자 심리도 빠르게 안정을 되찾고 있다.

하지만 미국 장·단기 금리 차 역전의 경기 침체 예측력은 과거에 비해 상당히 약해졌다. 장기 금리는 단기 금리의 예측치(expectation of the path of short term rates)와 기간 프리미엄 (term premium)의 합으로 구성된다.

기간 프리미엄은 만기가 긴 장기 채권을 보유했을 때 요구되는 불확실성에 대한 보상이자 추가 수익률의 개념이다. Fed가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하기 시작한 2009년 3월 양적 완화(QE) 이후 장기금리를 구성하는 기간 프리미엄의 왜곡은 장·단기 금리 차의 경기 예측력을 대폭 저하시켰다. 유동성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Fed와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막대한 규모의 미국 장기 채권을 사들였기 때문이다.

뉴욕 Fed에 따르면 양적 완화(QE1~3)가 발표된 날마다 미국 국채10년 금리의 기간 프리미엄은 누적적으로 1.08%포인트 하락했다.

양적 완화 이후 장기채 수요가 급증하면서 기간 프리미엄이 대폭 하락했고 그 영향으로 미국 국채10년 금리가 적정 수준보다 크게 낮아지면서 장·단기 금리 차의 역전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장·단기 금리 차 역전의 경기 침체 예측력이 낮아진 배경이다.

실제로 미국의 경제지표들에서는 과열이나 경기 침체의 조짐을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왜곡된 시그널에 대응한 Fed의 과도한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 전환은 미래의 금융 환경을 대폭 완화시켜 오히려 주식시장에 과열을 만들어 낼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Fed는 6월 초 시카고 Fed가 주최하는 연례 회의에서 통화정책 틀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구조적인 저금리와 저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Fed가 구조적 부양 기조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내년 상반기에 최종 결과를 내놓기 전 중간 점검을 하는 자리다.

6월 FOMC를 앞두고 열리는 이 회의에서 Fed의 완화 기조가 다시 강화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한편 경기 침체 위협이 강해질수록 주요국의 재정지출 확대 논의도 동반될 가능성이 있다.

3~6개월 미만의 단기 투자자는 중국 주식의 비중 확대가 여전히 유효하다. 반등은 4분기 초까지 이어질 것이고 약 10~15% 내외의 추가 상승 여력이 있어 보인다. 반면 1년 이상의 중·장기 투자자는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지 않고 혁신적인 성장 기업들이 다수 포함돼 있는 미국 주식과 함께 구조 개혁이 잘 진행되고 있는 인도·베트남·브라질 주식에 분산투자를 권고한다.

유로존 경제도 중국 경제에 이어 2분기 이후 반등이 예상된다. 부진했던 기업 이익의 반등 조짐이 관찰되고 있다. 하반기 이후부터 경제지표 개선과 함께 Fed의 금리 인하 기대가 다시 약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국과 미국의 장기 채권 투자자는 2분기 중반까지 이익 실현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이 기고문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KB증권의 투자 의견과 관계가 없습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3호(2019.05.06 ~ 2019.05.1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