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인사이트]
-금리차 역전에 대한 과잉 해석 넘쳐…현재 성장을 주도하는 산업 주목하라


[한경비즈니스 칼럼=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서점의 경제 코너는 투자 심리에 반응하는 리트머스 종이다.

암호화폐 서적이 경제 코너를 장악하면 암호화폐 광풍은 이미 끝난 것이다. 부동산 갭 투자 서적이 가득한 뒤에는 갭 투자 붕괴 소식이 뒤따랐다. 지난해나 올해나 여전히 경제 코너의 주인공은 주식 투자 관련 서적이 아니다. 오히려 ‘경제 위기 상황이 오면 돈을 벌자’는 식의 책들이 눈에 띄는 곳을 장식하고 있다.

위기론에 관한 책 몇 권을 들고 집으로 왔다. 이미 진행돼 왔고 진행 중인 초장기 추세를 재탕·삼탕한 책이 대부분이다. 도대체 모두가 기다리는 위기는 언제 올까.

◆경제지표 감안하면 리세션은 ‘오판’

3월 말 미국의 장·단기 금리 차(10년물과 3개월) 역전이 글로벌 경기 침체(리세션) 리스크를 부각시켰다. 하지만 장·단기 금리 차 역전은 금세 복원됐고 전 세계 증시는 상승을 이어 가고 있다. 뒤이어 발표된 경제지표들의 성적표는 아직 리세션을 걱정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장·단기 금리 차에 마치 마법적인 예측력이라도 있는 것처럼 말하는 이들이 있다. 머지않아 장·단기 금리 차 역전이 재차 현실화하고 경기 침체가 시작될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이다. 지표의 의미를 찾기보다 기계적으로 적용한 오판이다.

사실 장·단기 금리 차와 함께 봐야 하는 것은 그때의 크레디트 컨디션과 중앙은행들의 스탠스다. 통화 공급량의 레벨(예대율)과 시장 심리, 중앙은행들의 스탠스를 보면 글로벌 경기 상황은 낮은 돈의 회전이 문제(저성장)이지 급격한 자금의 후퇴(경기 침체 또는 금융 위기)가 아니다. 주가는 이를 반영하듯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다림에 환호해 왔고 아직 올라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움트고 있다.

다만 우리가 현재 인정해야 할 것은 생각보다 글로벌 경기 체력이 약하다는 것이다. 낮은 성장을 인정하고 충분히 낮은 금리를 유지해야 그나마 글로벌 경기가 회복될 수 있다. 이전의 사이클처럼 민간의 자금 흐름이 원활해 인플레 압력이 높아지고 중앙은행들의 타이트닝을 받아들일 수 있는 세계경제가 아니다.

이를 무시하고 지난해 4번의 금리 인상을 감행한 Fed는 어쩌면 실수한 것이다. 장·단기 금리 차는 경기가 확장될수록 축소된다. 사실 주식시장도 금리 차가 축소될수록 좋다. 하지만 지난해부터의 금리 차 축소에 대해 시장은 변동성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Fed의 타이트닝 속도를 아직 시장 체력이 받쳐주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앙은행들의 급하지 않은 긴축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다.

개인적으로는 미국의 장·단기 금리 차가 역전까지 가는 상황이 도래했으면 한다. 장·단기 금리 차는 버블 차트이자 밸류에이션 차트이기 때문이다.

통상 장·단기 금리 차 역전 이후 경기와 주가 고점까지 1~2년의 시차가 발생하는 것은 역전 시점의 경기가 너무 좋아서다. 리세션 시그널로 자주 쓰이는 10년~2년물의 장·단기 금리 차 역전을 목도하더라도 주가 고점 출현을 우려하지 않을 이유이기도 하다.

버블을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질문을 바꿔 ‘위기는 반복된다’고 하면 모두 수긍한다. 이렇게 위기가 반복된다는 것은 그 이전에 버블이 출현했었다는 얘기다. 버블은 되풀이되지만 그 모습이 이전과 다른 형태일 뿐이다. 다른 모습의 버블이지만 장·단기 금리 차는 같은 모습의 수축과 확장을 보여준다.

가까운 사례로 정보기술(IT) 버블의 치유 과정(저금리, 중국의 세계무역기구 가입)에서 부동산 버블이 잉태됐고 지금은 부동산 버블 치유 과정에서 또 다른 세상으로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아직 예대율은 낮고 장·단기 금리 차는 더 축소돼야 한다.

Fed는 그것을 기다리고 있다. 다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될 만한 이야기로의 쏠림(성장 스토리)’이다. 그래야 돈이 돌고 다시 금리를 올릴 수 있고 장·단기 금리 차가 축소될 수 있다.
도대체 기다리는 위기는 언제 오는가?
금융 위기 이후 성장 스토리는 단연 미국이다. 그리고 이 시대를 우리는 ‘클릭의 시대’라고 부른다. 인터넷 비즈니스 투자의 기하급수적 성장이 현재 기술혁신 성장의 전형이다. 지난 10년간 미국의 디지털 이코노미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5.3%에서 8% 수준까지 올라왔다. GDP 증가 속도보다 4.6배 빠른 증가세다.

디지털 이코노미 내 이커머스의 확대는 더욱 빨라 디지털 이코노미 대비 1.7배 이상의 증가 속도를 보이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주당 무형자산은 유형자산의 3배를 넘어서고 있고 2010년 이후 미국의 글로벌 경기 독주의 원천은 바로 디지털 이코노미의 투자와 무형자산에 대한 재평가에서 비롯되고 있다.

이는 글로벌 주가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금리가 오를수록(장·단기 금리 차가 축소될수록) 오히려 성장주가 가치주보다 더 나은 성적을 보여준다. 할인율은 밸류에이션을 평가하는 잣대여서 할인율이 올라가면 비싼 성장주는 가치주보다 주가수익률(PER)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금융 위기 이후 모습은 그런 일반적 직관과는 거리가 멀다. 왜 그럴까.

‘지금 성장을 누가 이끌어 가고 있는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2000년대 중반은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글로벌 제조업 기지로서의 역할, 신흥국(EM) 생산과 선진국(DM) 소비의 완벽한 레버리지 사이클이 에너지·소재·운송 등 현재의 과잉 산업을 만들어 냈다. 이 성장으로 미국도 금리를 올릴 수 있는 환경이 됐던 것이다.

현재 2000년대의 성장 산업은 과잉 산업이 돼 성장을 이끌어 가지 못하고 있다. 이 낮은 생산성을 대체한 시장이 바로 미국의 혁신이고 러셀지수가 밸류에이션보다 앞서가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 수입 회복세…한국 반도체에 호재

이는 그대로 2019년 증시에 적용되고 있다. Fed의 변화로 신흥국의 수익률 회복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미국의 주가가 이머징의 수익률을 앞서고 있다. 비싼 미국이 싼 이머징보다 더 강한 현상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유는 바로 앞서 설명한 현재 성장을 이끌어 가는 산업에 있다.

미국 주도 성장 시대를 맞아 한국 시장에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과 그에 따른 중국의 시장개방과 위안화 바잉 파워 강화는 한국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의 물량 증가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이제 반전을 기다리고 있다. 중국의 수입 증가율은 2월 저점을 찍고 돌아섰고 한국의 수출 증가율은 전월 대비 개선세에 들어서는 중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IT 성장도 중국의 바잉 파워에서 그 힘을 축적해 가고 있다.

현재의 달러·위안만 유지해도 2분기 이후 중국 수입 증가율의 회복은 가팔라진다. 중·미 무역 갈등의 결과가 중국의 바잉 파워 강화라면 미국의 성장 주도력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수혜가 고스란히 한국의 반도체업계로 이어질 수 있다.

사람들은 원인을 알면 그 원인을 통제할 수 있고 그렇다면 그 결과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 원인을 미리 알기는 어렵다.

철학자 루이 알튀세르는 “예상은 언제나 우리 ‘앞에서’ 뭔가를 ‘붙잡는’ 것이다. 그것은 시간상 앞에 있는 것 그리고 우리 눈앞에 던져진 것, 즉 대상을 붙잡는 것이다. 하지만 사건은 우리 위에서 떨어지는 것이므로 우리는 그것을 미리 앞에서 파악할 수 없다”고 했다.

길게 봐야 한다. 주가는 내릴 때보다 오를 때가 더 많다. 자본주의가 소멸하지 않는 한 어떤 환경에서든 기업들은 적응해 이익을 내고 성장하는 방법을 찾아낸다. 주가 버블을 기다리는 이유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1호(2019.04.22 ~ 2019.04.28)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