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인물에게서 배우는 경영 이야기 ⑩
선택의 연속인 경영, 당장 해가 돼도 옳은 길 택하는 용기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 경영은 선택의 연속이다.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버려야 할지 선택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럴 땐 다산 정약용 선생의 가르침에서 힌트를 얻는 것이 좋은 해결책이 된다. 그는 필자에게 ‘선택의 스승’이다. 지난 31년 동안 기업을 경영하면서 큰 선택이 필요한 순간마다 그의 가르침을 되새겼다.

◆시이해를 시이리로 바꾸는 지혜

정약용은 유배지에서 아들에게 편지를 보냈다. 선택에 대해 다산이 어떤 철학을 갖고 있었는지 잘 보여주는 서신이다. 옳고 그름을 뜻하는 ‘시비(是非)’와 이익과 손해를 뜻하는 ‘이해(利害)’를 조합해 가르침을 전했다.

“천하에는 두 가지 큰 저울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시비(是非)의 저울이고 또 하나는 이해(利害)의 저울이다. 이 저울에는 네 개의 등급이 있다. 그 첫째는 옳은 것을 지켜 이로움을 얻는 ‘시이리(是而利)’, 둘째는 옳은 것을 지키다가 해로움을 입는 ‘시이해(是而害)’, 셋째는 그릇됨을 따라가 이로움을 얻는 ‘비이리(非而利)’, 마지막이 그릇됨을 따르다가 해로움을 불러들이는 ‘비이해(非而害)’다.”

그의 가르침을 곱씹어 보자. 가장 최선은 역시 옳은 길이면서 이익도 나는 ‘시이리’일 것이다. 시이리가 가장 이상적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어떨까. 처음부터 시이리를 선택할 상황에 놓일 확률은 얼마나 될까. 아마 그리 높지 않을 것이다.

정도를 걷겠다고 다짐하지만 실제로는 이상하게도 이익보다 손해가 나는 ‘시이해’로 접어들 때가 많다. 이때는 옳은 길을 택했으면서도 손해를 보기 때문에 혼자만 바보처럼 사는 것 같고 괜히 자기만 손해 보며 사는 것처럼 느껴지게 된다.

정약용 선생은 우리에게 ‘시이해’를 택할 용기를 가르친다. 처음에는 손해를 보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에는 손해가 이익으로 바뀌는 ‘시이리’가 된다는 것이다. 시이해에서 시이리로 전환되는 데 일정한 시간이 걸릴 뿐이다. 이 기간을 견뎌야 달콤한 열매를 맛볼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그 과정을 견디는 일은 역시 만만치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장에 손해 보는 것을 견디기 어려워한다. 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실험이 있다. 미래에 커다란 이득을 챙기는 선택지와 당장 손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선택지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 물어본 실험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후자를 택했다.

나중에 100만원을 받는 것보다 당장 1만원이라도 손해 보지 않는 편이 낫다고 해 ‘손실 혐오’라는 용어까지 만들어졌다. ‘시이해’를 선택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반대의 경우도 생각해 보자. 우리 주변에는 틀린 길이지만 이익이 나는 ‘비이리’의 사례도 얼마든지 있다. 고속도로에서 갓길 주행을 하는 차량을 떠올려 보자. 막힌 길을 피해 갓길로 달려 길게 늘어선 차량들을 앞질러 가는 사람들은 당장의 이익을 위해 욕심을 부린다.

하지만 이렇게 반칙 행위를 하면 CCTV에 걸려 과태료를 물거나 심하면 사고가 나기도 한다. 사고가 나지 않더라도 나쁜 운전 습관을 갖게 되니 해가 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눈앞의 이익을 얻기 위해 틀린 길이라도 선택했지만 결국 해를 입는다. 이처럼 시이해와 시이리, 비이리와 비이해는 인과관계가 서로 연결돼 있다. 정약용 선생은 이 인과관계를 이해하고 옳은 길을 선택하면서 당장의 손해를 견딜 수 있는 용기를 심어주고 싶었던 것이다.

◆옳지 않은 선택이 쌓여 실패가 된다

인생은 선택의 총량으로 결정된다는 말이 있다. 누구나 한두 번은 옳지 않은 선택인 줄 알면서도 이득이 보이는 비이리를 선택하며 살아간다. 그런데 비이리만 자꾸 선택하다 보면 다른 길이 주는 이득을 경험하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그 옳지 않은 선택이 쌓여 실패가 된다.

기업 경영도 마찬가지다. 필자는 창업 초기에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중에는 옳지 않은 선택에 대한 유혹도 상당히 많았다. 전기요금을 제때 납부하지 못해 단전 예정 통보를 받았던 위기 상황이 되니 더욱 그랬다. 무자료 거래를 제의하는 곳도 있었고 주문할 때 리베이트를 요구하는 곳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마다 떠올렸던 것이 정약용의 가르침이었다. 선택의 연속인 경영이야말로 당장의 득이 되지 않더라도 옳은 길을 선택해야 성공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믿었다. 때로는 ‘옳은 길’을 선택했다는 것 자체가 주는 순기능이 있다는 것을 되새기곤 했다.

정약용의 가르침을 터득하고 실천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복잡하고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당장 자신에게 손해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아무리 옳은 일이라고 해도 결심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란 게 한 번 낸 길로 걷고 싶지 길이 나지 않은 곳으로는 걷고 싶지 않다.

따라서 원칙과 신념을 지키기 위한 굳센 마음으로 옳은 길을 선택해 길을 터놓아야 한다. 그의 가르침은 지금도 창업 당시 마음먹은 초심과 기본을 다시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나침반 역할을 하고 있다.
선택의 연속인 경영, 당장 해가 돼도 옳은 길 택하는 용기

◆약력 :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은 한국 화장품과 제약 산업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윤 회장은 농협중앙회를 거쳐 1974년 대웅제약에 입사해 부사장에까지 올랐다. 하지만 창업의 꿈을 이루기 위해 1990년 한국콜마를 설립하고 국내 화장품업계 최초로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시스템을 도입해 매출 1조원의 기업으로 키워 냈다. 2017년엔 이순신 리더십을 전파하는 사단법인 서울여해재단을 설립해 이사장을 맡고 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0호(2019.04.15 ~ 2019.04.2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