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2번 식당 대표 메뉴 ‘정찰제’ 판매…방문 전 확인은 필수

뉴욕 식당을 알뜰하게 즐기는 법 ‘레스토랑 위크’

[뉴욕(미국)=김현석 한국경제 특파원] 세계의 수도 뉴욕을 방문할 때의 기쁨 중 하나는 식도락이다. 맨해튼에는 장 조지, 다니엘 블뤼, 마커스 새뮤엘슨 등 세계적인 셰프들이 직접 운영하는 레스토랑들이 즐비하고 일본의 노부, 프랑스의 카페 블뤼, 홍콩의 팀호완, 영국 런던의 하카산, 한국의 삼원가든 등 내로라하는 각국의 유명 음식점들이 분점을 내고 있다.


멋진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음식을 즐길 때 걸림돌이 되는 것은 역시 비용이다. 센트럴파크 인근 타임워너빌딩에 있는 유명 일식 레스토랑 마사(MASA)에서 저녁 식사를 하려면 1인당 595달러가 든다.


여기에 와인과 팁까지 포함하면 한 사람당 1000달러는 기본이라고 보면 된다. 맨해튼의 부촌인 어퍼이스트의 일부 유명 레스토랑에서는 하룻밤에 4명이 1만 달러를 넘게 쓴다는 얘기도 나돈다.


통상 뉴욕에서 어느 정도 먹을 만한 식당에 가면 점심은 1인당 30~50달러, 저녁은 1인당 50~100달러 정도 예산을 잡아야 한다. 물론 팁(점심은 15~20%, 저녁은 20~25%)과 세금(8.875%)은 별도다.

뉴욕 식당을 알뜰하게 즐기는 법 ‘레스토랑 위크’

◆유명 식당 오가며 즐기는 뉴욕의 식도락


이런 비싼 맨해튼의 레스토랑을 알뜰하게 즐기는 방법이 있다. 바로 1년에 두 차례 있는 뉴욕 레스토랑 위크를 활용하는 것이다.


일정 기간 동안 참가한 레스토랑들이 식당의 대표 메뉴를 코스로 구성해 정찰제 방식으로 내놓는 이 행사는 가고 싶었던 고급 레스토랑을 마음 놓고 이용하거나 새로운 맛집을 발견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식도락가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뉴욕시의 관광 진흥 기관인 ‘뉴욕시&컴퍼니(NYC&Company)’ 주최로 1992년부터 매년 1월과 7월 두 차례씩 열리는 이 행사에는 델모니코·노부·트라이베카그릴·리버카페 등 내로라하는 뉴욕시 유명 식당들이 참여하고 있다.


맛있는 음식을 저렴하게 맛볼 수 있는 2019년 첫 뉴욕 레스토랑 위크는 2019년 1월 21일부터 2월 8일까지 거의 3주간 열린다.


맨해튼뿐만 아니라 브루클린·퀸스 등 뉴욕시 전역에서 약 380여 개 레스토랑이 참가할 예정이다. 아시안·아메리칸·이탈리안·인디안·라틴아메리칸 등 33종류의 음식을 접할 수 있다. 이번 시즌에는 약 30개의 새로운 레스토랑이 참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레스토랑 위크가 진행되는 동안 애피타이저와 메인 요리 등 2코스로 구성된 점심 프리픽스(Prix-Fixe) 메뉴는 26달러, 여기에 디저트까지 더해 3코스로 구성된 저녁은 42달러에 제공된다. 이는 통상적인 가격에 비해 20~50% 할인이 적용된 가격이다.


레스토랑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2~3가지 애피타이저와 3가지 메인 요리, 2~3가지 디저트를 마련한다. 이 중 원하는 것을 하나씩 고르면 된다. 일부 레스토랑은 레스토랑 위크 메뉴와 일반 메뉴를 함께 내놓는 곳도 있으므로 그럴 때면 ‘레스토랑 위크 메뉴’를 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식당에 따라 코스에 음료가 포함되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은 별도다. 또 팁과 세금은 포함되지 않는다. 몇몇 레스토랑에서는 추가 가격을 받는 일품요리를 내놓기도 한다. 일반 파스타 대신 랍스터 파스타를 내놓고 15달러를 더 받는 식이다.


레스토랑 위크에 참가하는 식당을 찾아보거나 예약하려면 뉴욕시&컴퍼니의 웹사이트(www.nycgo.com/restaurant-week)나 오픈테이블(www.opentable.com/nyc)에서 할 수 있다. 2019년 1월 레스토랑 위크 예약은 1월 9일부터 시작한다. 유명한 레스토랑의 좋은 시간대는 순식간에 마감되는 곳이 많다. 미슐랭 스타를 받은 레스토랑이나 평소 비싼 유명 스테이크하우스가 먼저 예약이 찬다.


레스토랑 위크는 완벽하지는 않다. 평소보다 더 많이 손님이 몰리고 마진이 적기 때문에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음식의 양과 질이 평소보다 떨어진다는 불만도 증가한다. 하지만 평소에는 너무 비싸 엄두도 내지 못했던 곳을 쉽게 방문할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매력적이다.

뉴욕 식당을 알뜰하게 즐기는 법 ‘레스토랑 위크’

◆무조건 ‘예스’ 했다간 바가지 쓸 수도


레스토랑들이 이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통상 1월과 7월은 방학 때이면서 홀리데이 시즌 전후로 비수기다. 손님이 한가한 때 저렴한 3코스로 고객들을 끌어들여 매출을 늘릴 수 있다.


또 뉴욕 레스토랑 위크가 유명해지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찾기 때문에 홍보 효과가 크다. 레스토랑 위크 시작 전부터 식도락가들을 중심으로 온라인을 통해 붐이 조성된다. 행사가 시작되면 식당을 찾은 고객들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음식이나 식당 사진을 찍어 올리기 때문에 외부 노출 효과도 상당하다. 세계적인 소셜 미디어 스타들이 뉴욕을 찾아 레스토랑 위크 관련 콘텐츠를 올리기도 한다.


다만 뉴욕의 레스토랑을 찾을 때는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이른바 바가지다. 유명 레스토랑들도 여기에 포함된다. 제대로 영어 설명을 이해하지 못하고 웨이터가 권하는것을 무조건 ‘예스’로 답했다가는 수십 달러씩 바가지를 쓸 수 있다.


바가지를 씌우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통상 레스토랑에선 처음 테이블에 앉으면 어떤 물을 줄까 묻는다. 한국은 물 값이 무료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다. 1병에 10달러가 넘는 물도 많다. 넷이 가면 두 병은 마셔야 한다. 돈을 아끼고 싶으면 ‘탭 워터(정수된 수돗물)’ 혹은 ‘아이스 워터(정수된 수돗물에 얼음을 넣은 것)’를 달라고 해야 한다. 이건 무료로 준다.


맨해튼 미드타운의 유명 그리스 음식점인 밀로스는 신선한 해산물이 주특기다. 숯불 생선구이를 시키면 웨이터는 구운 소금을 둘러줄까 묻는다. 그렇게 해달라고 하면 요리 값 50달러에 15달러가 추가로 청구된다.


일본의 유명 요리사 마사 다케야마가 트라이베카에 문을 연 테츠에서는 스시 한 점에 8~25달러에 판다. 하지만 생고추냉이·락교·생강을 추가 주문하면 돈을 따로 받는다.


realist@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2호(2018.12.10 ~ 2018.12.1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