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신규 상장주 수익률 21.11%, 옥석 가리기 필요

공모주 4분기도 ‘강세’…‘케어젠’ 주목
지난해 제일모직과 삼성SDS의 상장 대박 이후 기업공개(IPO) 시장이 모처럼 호황을 누리고 있는 가운데 ‘공모주’ 투자로 한몫 잡아보려는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2015년 4분기에도 공모주 투자는 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공모주 투자 전망을 묻는 질문에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20명 중 절반이 넘는 11명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답했다. ‘보합세를 유지한다’는 응답은 8명,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답한 리서치센터장은 단 한 명에 불과했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식시장 전반의 성장이 정체된 가운데 대안 투자처로 매력이 높은 공모주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상장 기업이 늘고 업종도 다양하게 확대되고 있는 만큼 옥석을 가려야만 낭패를 보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제주항공 청약 경쟁률 448.46 대 1
공모주는 기업이 주식시장에 상장하기 위해 외부에 기업을 공개하고 주주에게 주식을 공개 모집하는 것이다. 누구나 증권 계좌만 있으면 청약할 수 있고 기업을 공개하는 회사의 주주가 될 수 있다.

공모주는 보통의 주식 투자와 달리 많은 돈을 청약해도 고수익을 보장받기 어렵다. 경쟁률이 높아 배정 받는 수량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금이 줄어들 가능성이 낮고 시중금리 이상의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기 쉬워 안전한 재테크 상품으로 인기다.

실제로 10월 29일 한국거래소가 올 하반기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주식 공모를 거쳐 신규 상장된 40개사(기업 인수 목적 회사 포함)의 주가를 분석한 결과 10월 28일 기준 공모가보다 평균 21.11%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10%의 수익률만 달성해도 성공했다고 평가 받는 주식 투자에서 20% 이상의 수익률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러면 4분기 가장 기대되는 공모주 종목은 무엇일까. 리서치센터장 20인에게 복수 추천받은 결과(전체 60표) ‘제주항공(10표)’이 가장 유망한 종목으로 꼽혔다. 제주항공은 2005년 애경그룹과 제주특별자치도가 합작해 설립한 항공사로 저비용 항공사(LCC) 최초로 기업공개에 나서며 일찌감치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아 왔다. 지난해 기준 제주항공의 여객 처리량은 국내선 690만 명, 국제선 217만 명으로 각각 13.8%, 3.8%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LCC 내에서는 국내선 27.2%, 국제선 33.1%로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이다.

제주항공은 10월 21일부터 22일까지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 예측에서 378.67 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며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수요 예측에 참여한 전체 740곳의 기관투자가 가운데 739곳이 공모 희망가(2만3000~2만8000원) 상단이 넘는 금액을 제시해 최종 공모가는 3만 원으로 결정됐다. 10월 28일과 29일 이틀간 진행된 공모주 청약 결과도 대박이었다. 제주항공의 대표 주간사인 NH투자증권은 10월 29일 제주항공의 공모주 청약을 마감한 결과 110만 주 모집에 4억9330만 주가 접수돼 448.46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청약 증거금은 무려 7조3996억 원에 달했다. 올 들어 토니모리(7조5773억 원) 이후 둘째로 많은 액수다. 제주항공은 11월 6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제주항공을 놓쳤더라도 아직 기회가 남아 있다. 총 8표를 받으며 4분기 유망 공모주 2위를 차지한 ‘케어젠’이 대기 중이기 때문이다. 2001년 설립된 케어젠은 단백질의 일종인 펩타이드를 활용해 화장품·의료기기 등을 생산하는 바이오 기업이다. 아미노산 서열에 변화를 줘 항노화·발모·항염증·항비만·미백 등의 다양한 효과를 갖고 있는 373개의 펩타이드를 개발, 이를 활용한 완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펩타이드를 활용한 헤어 필러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케어젠은 전체 매출 가운데 해외 수출 비율이 93%에 달한다.

현재 13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고 내년에는 러시아·카자흐스탄·독일·싱가포르·베트남 등 7개 국가에도 합작 법인을 세울 계획이다. 케어젠은 11월 4일부터 5일까지 공모주 청약을 진행한다. 희망 공모가는 주당 8만~9만 원이며 공모 대상은 신주 162만 주, 공모 규모는 1296억~1458억 원이다. 11월 17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주간사는 현대증권이 맡았다.
이와 관련해 윤지호 이베스트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능성 화장품의 수출 고성장 지속과 2016년 신제품 헤어 필러, 관절염 치료제에 이어 신사업 헤어케어센터의 확대로 실적 퀀텀점프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공모주 투자에도 위험성이 존재한다. 전망이 좋지 않은 업종도 있고 실적이 꺾이며 상장일부터 거센 매도세에 주가가 적정가 이하로 떨어지는 기업도 있다. 옥석 가리기가 필수인 이유다.

마지막 날 청약이 유리
공모주 옥석 가리기는 ‘투자 설명서 분석’에서 시작된다. 공모주 청약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한 의사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투자 설명서를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모든 공모주가 적정 가치 대비 싸게 나오는 것이 아니고 설사 싸게 나왔다고 하더라도 성장 가능성이 없는 회사라면 주가 상승에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공모주가 상장된 첫날 시초가부터 공모 가격을 밑돌아 청약자들을 낙담하게 하는 것도 많다. 이에 따라 투자 설명서를 분석, 핵심 투자 위험과 공모 가격의 밴드(유사 기업의 주가와 비교), 회사의 재무 상태 등을 체크해야만 한다. 투자 설명서는 청약 주간사인 증권회사 웹사이트에서 제공되고 전자 공시 시스템에도 공시된다. 전자 공시 시스템에서는 공모 가격이 확정되기 전 투자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투자 설명서가 나오기도 하는데 이는 확정 공모 가격 기준이 아니라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청약은 이틀간 진행되는데 마지막 날 가능한 한 늦게 청약하는 것이 현명하다. 대기업 공모주는 청약 주간사가 1개 이상일 때가 많은데 증권사마다 경쟁률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2일 차 늦은 시간까지 눈치를 살피는 것이 좋다. 박동흠 현대회계법인 회계사는 “공모주 청약 마감 시간은 보통 오후 3시에서 4시 사이지만 증권사마다 다를 수 있다”며 “증권사별 마감 시간을 확인하고 경쟁률을 비교하면서 늦지 않게 청약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철저히 옥석을 가려 투자하면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그것을 상쇄하고 남을 만큼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공모주는 지금 같은 저성장 시대에 안정적이면서도 평생 할 수 있는 효자 재테크 상품”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공모주 청약 및 상장 일정은 한국거래소 홈페이지(kink.krx.co.kr)나 장외 주식 사이트(ipostory.com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병화 기자 kb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