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류 확률 10만 분의 1 불과, 손바닥·귀모양 활용 연구도

‘쌍둥이도 다른 홍채’… 생채 인증 기술 ‘각광’
오늘날 정보기술(IT) 분야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바로 사용자 인증이다. 사람들 각각의 신분을 쉽고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연구는 오래전부터 줄곧 이뤄져 왔지만 실제로 상용화 단계까지 간 사례는 극히 제한적이었다. 구현 기술의 난이도도 어려웠지만 무엇보다 완벽한 인증에 대한 사람들의 수요가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용자 인증의 중요성은 나날이 강조되고 있다. 정보 보안이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모바일 시대로 접어들면서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웨어러블 기기 등 인증을 필요로 하는 기기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 이에 따라 강력한 인증 기능이 제품의 차별화 경쟁력으로 부상하게 됐고 여러 IT 기업들이 자체적인 연구·개발(R&D) 투자 및 기업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첨단 기술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지문, 정확성 낮지만 경제성 높아
최근 부상하고 있는 인증 기술의 공통적인 특징은 바로 신체의 일부를 사용자 신원 확인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랜 기간에 걸쳐 사용돼 온 기존의 비밀번호 방식은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외우기 불편하고 안전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따라 각 개인들마다 각기 다른 신체적 특징을 정확히 구분할 수 있다면 편리하면서도 강력한 인증 기능을 구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쌍둥이도 다른 홍채’… 생채 인증 기술 ‘각광’
다양한 생체 인증에 대한 아이디어는 오래전부터 나왔지만 가장 대표적인 생체 인증 기술은 바로 지문 인식이다. 지문 인식은 다른 기술에 비해 인증의 정확성이 떨어지고 시간이 지나 지문이 희미해져 식별이 어려울 수 있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이 우수하고 사용이 간편하므로 현재까지 가장 보편적인 인증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애플과 구글을 비롯한 여러 IT 기업들이 스마트폰에 지문 인식 기능을 탑재하면서 사용 범위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자사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 애플페이에서 지문 인식을 사용하고 있는 애플은 지문 인식 기술 업체 프라이베리스(Privaris)의 특허를 대량 취득한 사실이 알려져 큰 관심을 모았고 구글은 지난 5월 열린 ‘구글 개발자 회의(IO) 2015’에서 강력한 지문 인식 기능을 제공하는 최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발표했다.
하지만 지문 인식보다 더욱 안전한 생체 인증 기술을 찾기 위한 발걸음도 분주해지고 있다. 지문 인식만으로는 안전한 인증이 어렵고 여전히 해킹 등 사이버 공격의 위협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문제점이 제기되면서 새로운 생체 인증 기술을 적용하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아직까지 지문 인식에 비해 기술의 구현 수준이나 보편성은 떨어지지만 여러 IT 기업을 중심으로 다양한 생체 인증 연구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게다가 핀테크 등 한층 강력한 보안성을 요구하는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더욱 안전한 생체 인증에 대한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러므로 오늘날에는 홍채·얼굴 안면·정맥 등 생체 인증 대상 역시 한층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지문 인식에 이어 가장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기술은 바로 홍채 인식이다. 홍채는 쌍둥이라도 완전히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을 가장 정확하게 인증할 수 있는 신체 부위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홍채를 채취하기 위해 사람들이 불편한 자세를 감수해야 한다는 점, 홍채를 정확하게 추출하고 판별할 수 있는 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번번이 상용화의 문턱에 가로막혀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들이 하나둘 등장하고 있고 홍채 인식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도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 5월 후지쯔는 세계 최초로 홍채 인식을 적용한 스마트폰을 선보였다. 후지쯔가 선보인 ‘아이리스 패스포트’란 생체 인증 기능은 스마트폰에 등록된 사용자의 홍채 기록과 카메라로 촬영한 홍채 영상의 일치 여부를 확인해 사용자를 인증하는데, 잘못 인증할 확률이 10만 분의 1 수준으로 거의 완벽한 보안성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쌍둥이도 다른 홍채’… 생채 인증 기술 ‘각광’
MS, 신원 파악 시스템 윈도 10에 탑재
색다른 신체 부위를 이용해 생체 인증을 구현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인터넷 기업 야후는 보디프린트(Bodyprint)라는 생체 인증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보디프린트는 손바닥과 귀 등 여러 신체 부위의 특징을 식별해 사용자를 인증하고 스마트폰의 잠금 상태를 해제할 수 있는 기술인데 매우 높은 수준의 정확도를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유사하게 전자 상거래 기업 아마존도 스마트폰에 있는 센서가 사람들의 고유한 귀 모양을 읽어 들여 잠금을 해제하는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생체 인증 시장은 더욱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개인 정보의 저장과 유통이 자유롭게 이뤄지는 환경이 도래하면서 이를 악용하려는 위협 또한 한층 고조되고 있다. 따라서 정확하게 신원을 확인하고 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 생체 인증을 적용한 제품 및 서비스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개별적 생체 인증 기술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두 가지 이상의 기술을 결합한 새로운 인증 방법도 활발히 등장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얼굴의 형상뿐만 아니라 굴곡과 체온 등을 조합해 사용자의 신원을 정확하게 식별할 수 있는 인증 시스템 윈도헬로(Windows Hello)를 윈도10 운영체제에 탑재하기도 했다.
오랜 관심과 관련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생체 인증은 아직 갈 길이 먼 시장이다. 각종 생체 인증 기술이 보편적으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아직 여러 어려움이 뒤따른다. 한편으로는 비밀번호와 달리 신체 특징은 쉽게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생체 정보 유출 시 지속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IT와 연계된 생체 인증 시장의 잠재적 파급력이 매우 크기 때문에 미국·유럽·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학계 및 기업들의 도전이 꾸준히 계속되고 있다. 한국 역시 생체 인증 시장의 기회를 선점하기 위한 보다 체계적인 기술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전승우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