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기업 조세 회피 차단…11월 G20 정상 회의서 확정 예정

“역외 탈세 꼼짝 마”…도입 임박한 ‘구글세’
구글세 도입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올해 10월 초 페루 리마에서 열렸던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구글세 도입의 근거인 ‘국가 간 세원 잠식 및 소득 이전(BEPS)’에 관한 대응 방안이 승인됐기 때문이다. 구글세 도입은 국제 조세제도 역사상 획기적인 일로 각국 조세 행정과 재정수지, 산업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구글세는 두 가지 개념으로 구분된다. 하나는 협의의 개념이다. 종이 신문 등이 제공한 뉴스 콘텐츠를 활용해 트래킹을 일으킨 포털 사이트가 광고 수익을 생길 때 세금 형태로 징수하는 저작료 혹은 사용료를 말한다. 대표적인 포털 사이트가 구글이기 때문에 붙여진 명칭으로, 스페인·한국 등 지금까지 부과된 구글세는 대부분이 이 개념에 속한다.

다른 하나는 구글·애플·아마존 등과 같은 다국적 정보기술(IT) 업체가 고세율 국가에서 얻은 지식재산권 사용료나 이자 등의 명목으로 저세율 국가의 자회사로 넘겨 조세를 회피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에서 부과되는 세금을 말한다. 핵심은 이전 가격을 활용한 다국적 IT 기업의 조세 회피를 원천 봉쇄하는 데 있다. BEPS의 대상이 되는 구글세는 이 개념이다.

로열티 명목으로 소득세 낮은 국가로 소득 이전

다국적 IT 기업은 국가 간 법인세율 차이를 악용해 세금을 회피해 왔다. 고세율 국가에 있는 해외 법인이 거둔 이익을 지식재산권 사용료 등의 명목으로 저세율 국가의 자회사로 넘겨 비용을 공제 받는 방식이 주로 활용된다. 하지만 앞으로는 지급 사용료나 수수료의 적정성을 따져 비용 공제를 인정해 주지 않기로 합의했다.

간단한 예로 다국적 IT 기업의 상징 격인 구글이 세금을 피해 가는 과정을 단계별로 살펴보자. 첫 사전 준비 단계로 세금이 없는 조세회피지역에 사무실을 차리고 그곳에서 구글의 자회사인 ‘구글 룩셈부르크’를 설립한다. 구글 룩셈부르크는 전 세계에서 구글이 벌어들이는 소득이 모이게 될 장소다.

그다음 소득 이전 단계로, 구글 본사는 룩셈부르크에 미국을 제외한 해외 법인의 지식재산권 등 모든 소득 원천을 넘긴다. 확보된 지식재산권 등을 활용해 룩셈부르크는 전 세계의 구글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해외 법인으로부터 거액의 로열티를 받는다. 구글 본사 소재국인 미국은 ‘세원 잠식’을 당하는 대신 자회사가 있는 룩셈부르크는 ‘소득 이전’이 발생한다.

최종 조세 회피 단계에서는 받은 로열티에 대해 법인세를 내는 게 원칙이지만 구글 룩셈부르크는 조세회피지역에서 모든 업무를 총괄하므로 비거주자(외국인)로 간주돼 이 국가의 세법을 적용받는다. 대부분이 조세회피지역의 법인세율은 아주 낮거나 아예 부과하지 않아 세금을 적게 내거나 한 푼도 내지 않을 수 있다. 구글의 본사가 로열티를 받았다면 미국의 세법이 적용돼 법인세율 35%가 부과된다.

세계 3대 조세회피지역은 케이맨 군도, 말레이시아 북동부, 아일랜드가 꼽힌다. 최근에는 자본 통제가 심한 말레이시아 북동부는 싱가포르와 홍콩 마카오로, 재정 위기를 겪은 아일랜드는 룩셈부르크와 네덜란드로 이전하고 있다. 조세회피지역에 속한 국가는 구글 등과 같은 다국적기업을 유치해 고용과 소득 창출, 기술이전 등을 겨냥해 세금 혜택을 부여한다.

이자 비용 공제 제도도 대폭 강화된다. 해외 법인의 자본을 최소화하고 대출이자로 얻은 수익을 빼먹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자 비용을 상각 전 영업이익의 10~30% 이내로 제한하기로 했다. 조세회피지역의 자회사나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우회 투자를 통한 조세 회피나 절세 수단도 차단될 전망이다. 국가 간 조세협약의 허점을 악용해 이자 배당세나 주식 양도세를 최소화하려는 우회 투자 관행에 제동을 걸어 ‘제2의 론스타’ 사례를 예방하겠다는 것이 주목적이다.
“역외 탈세 꼼짝 마”…도입 임박한 ‘구글세’
매년 전 세계서 법인세 4~10% 빠져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990년대부터 조세회피지역에 대한 세금 부과 방안을 고심해 왔다. 2000년대 들어 다국적 IT 기업을 중심으로 이 지역을 통한 조세 회피가 급증함에 따라 주요 20개국(G20)과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해 올해 10월 5일 ‘BEPS 대응 관련 최종 보고서’를 발표하게 됐다.

구글세 도입 방안이 빨리 진전된 데에는 다국적기업들의 조세 회피 규모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OECD는 BEPS에 따른 법인세 수입 감소액이 매년 전 세계 법인세 수입액의 4~1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작년 기준으로 1000억~2400억 달러에 달하는 규모다.

더 우려되는 것은 이른 시일 안에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해가 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5년 후에는 BEPS에 따른 법인세 수입 감소액이 5000억 달러가 넘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현재 IT 업종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조세 회피 기업도 다른 업종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각국이 구글세를 본격적으로 도입하면 재정수지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 위기 이후 경기 침체에 다른 세수 감소와 경기 부양 차원의 대규모 재정지출로 대부분의 국가가 막대한 재정 적자와 국가 채무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국가 채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50%에 달할 정도다.

이미 60여 개국이 찬성한 BEPS 대응 방안은 ‘2015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연차 총회’를 앞두고 가졌던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승인됨에 따라 11월 터키에서 열릴 G20 정상회의에서 확정된다. 합의국은 개별 국가별로 내년에 세법 개정안부터 조세 회피 방안을 단계적으로 반영해 이르면 2017년부터 구글세가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 정부와 기업, 금융사도 선제적으로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때다.

한상춘 한국경제 객원 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