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혜택 내걸고 지방행 권장, 지자체 반색 불구 찬성 여론 26% 불과
꿈은 무병장수다. 다만 현실은 유병장수에 가깝다. 늙어갈수록 이런저런 유병 비율이 현격히 높아지는 법이다. 대략 75세부터다. 장수 사회라면 간병 이슈는 절실한 해결 난제다. 개인 책임으로 전가하기 어렵다. 사회 전반에 미치는 연결 악재가 대단하기 때문이다. 고독 사망, 간병 퇴직, 가족 붕괴 등 생활 품질을 옥죄는 게 다반사다. 간병 공포다. 또 간병 수요는 무차별적이다. 누구든지 비켜 가기 힘든 예비 후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병 수급은 불일치한 상황이다. 시설·인력이 태부족이다. 시장에 맡기자니 비용 부담이 크다.간병 공급 등 열악한 의료 환경은 인구구조를 한층 악화시킨다. ‘지방→도시’로의 인구이동을 확산시키기 때문이다.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찾아 비교 열위의 지방 권역을 떠나 도시로 몰려드는 인구 유출이 본격화되는 셈이다. 청춘 세대가 교육·취업을 위해 도시를 찾는다면 고령 세대는 간병·의료를 좇아 도심을 향한다. 노소 불문 도심 블랙홀의 흡인력 심화다. 처음엔 의료 쇼핑을 위한 짧은 도시 방문이었던 게 질환 악화와 맞물려 아예 도심 정착을 꾀하는 고령 난민으로 연결되기 십상이다.
너도나도 간병·의료 편한 도시로 몰려
10명 중 3명이 노인 인구(65세 이상)인 일본은 고령자의 도심 유입이 주요 이슈다. 유입 규모는 상당하다. 최근 10년간 후기 고령자(75세 이상)만 175만 명이 수도권에 새롭게 노후 둥지를 틀었다. 수도권 고령화가 한층 심화된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간병 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나온 대응책이 고령자의 지방 이주다. 시설·인력 등 의료·간병 서비스의 제공 환경이 정비된 전국 41개 지역을 선정, 해당 권역으로 수도권 고령 인구가 이전할 수 있도록 하자는 얘기다. 세제 혜택 등 후속 조치도 강구된다. 도심 주택을 팔고 지방 주택을 살 때 손실분을 소득공제해 주는 이전 촉진책이 대표적이다.
다만 반응은 떨떠름하다. 현대판 고려장이라는 불만에서부터 미숙한 탁상공론일 뿐이라는 반응 등이 태반이다. 아사히신문의 조사로는 찬성이 26%뿐이다. 일부 언론도 부정적인 여론 향방에 가세, 정책 무용론을 질타한다. 정책으로 채택돼도 실제 효과는 낮을 것이란 평가도 많다. 고령자 지방 이주 아이디어는 ‘일본창성회의’에서 나왔다. 지난해 1800여 개 기초자치단체 중 절반이 2040년 행정 기능 유지 불능으로 사라질 것이란 충격적인 인구 추계를 발표해 화제를 모은 조직이다. 정책 제안을 위해 일본 정부가 만든 민간 그룹에 대한 영향력이 작지 않다. 모두 4가지 제안을 내놓았는데 ▷로봇 활용 등을 통해 인력 의존도를 낮추는 구조 개혁 ▷지역 의료와 간병 체제 정비 ▷수도권 광역 연대 ▷고령자 지방 이주 등이다. 모두 수도권 고령화를 낮추는 방향이다.
당장 41개 후보 지역이 들썩인다. 과소화가 심각한 일부 지역은 지방 이주를 받아들임으로써 인구 증가, 고용 확대 등을 기대하지만 불안감을 토로하는 지역도 적지 않다. 지역경제 활성화보다 시설 간병에 동반되는 재정지출이 더 부담스럽다. 간병 서비스 비용의 지자체 몫이 커 국가 보조가 없으면 곤란하다는 얘기다. 양질의 간병·의료 서비스가 지방 단위에서 가능한지도 의문이다. 무엇보다 고령 인구의 심리·욕구와 어긋난다는 게 큰 문제다. 어지간한 상황이 아니면 지방 거주를 택하지 않을 것이란 추정이다. 청년 인구의 지방 이주가 먹혀들지 않았듯이 자칫 재원만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심부의 대응도 뒤따른다. 지방 이주보다 건강 수명을 늘려 간병·의료비를 억제하자는 쪽이다. 재택 간병의 노하우를 전파해 시설 입소를 낮추려는 아이디어도 있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특임교수(전 게이오대 방문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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