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능 좋고 가격 저렴해 인기몰이, ‘신약(神藥)’명성

“일본 약 사자”…줄 서는 중국 관광객
신약(神藥), 요컨대 ‘가미야쿠’가 중국인의 일류(日流) 환경 조성의 일등 공신이 됐다. 일본을 방문하는 중국 관광객의 열광적인 구매 아이템으로 일본 의약품이 부각된 덕이다. 본인용이든 선물용이든 꼭 사야 할 필수 품목이다. 과거 한국 관광객에게 익숙했던 ‘코끼리밥통’처럼 인기 절정의 쇼핑 항목이다. 기획 품목이 아니기 때문에 특별할 것은 없다. 일본에서 일반적으로 팔리는 시판 약품으로 개별 가정에 비치해 두는 상비약에 가깝다. 다만 중국인에게는 마치 신약처럼 여겨진다. 효능이 좋은데다 가격마저 중국보다 싸고 얼마든지 살 수 있다는 점이 신약이라고 표현하는 근거다.

일본 의약품이 중국 관광객의 구매 리스트에 오른 계기는 입소문과 함께 가이드북의 역할이 컸다. 일본 약국에서 판매 중인 화장품과 약품을 소개하는 가이드북이 붐 조성에 일조한 셈이다. 중국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에는 반드시 사야 할 일본 의약품을 ‘12신약’으로 명명, 스토리까지 만들어 내며 경쟁적으로 구매 열기를 부추긴다. 소염진통제·액체반창고·냉각제·두통약·각질연화제·변비약·여성보건약 등이 12신약에 포함된다. 이에 따라 의약품은 온수 세정 변기와 밥솥에 이은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약국도 가전 양판점에 버금가는 단골 명소가 됐다.

쇼핑 필수품 된 ‘12신약’

그렇다고 모든 일본 의약품이 중국 관광객 손에 들려지는 것은 아니다. 차별적이다. 철저히 12신약에 한정된 품절 행진이다. 여기엔 중국 특유의 고정관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 1자녀 정책 때문에 치사랑이 큰 중국 부모에게 해열 시트 등 자녀용 약품 구매는 빠뜨릴 수 없는 필수 아이템이다. 패키지에 금색·빨간색 등 중국인 선호 컬러가 반영된 제품은 꽤 비싸도 없어서 못 판다. 무엇보다 중요한 배경은 일본 의약품을 대체할 자국 제품이 변변하지 않다는 점이다. 좋은 약은 고가인데다 구하기조차 힘든 반면 범용 의약품은 부작용 등 제품 안전성이 자주 의심되는 상황이다.

12신약에 5개의 자사 의약품을 올린 고바야시제약은 중국 특수로 매출 증진이 확연하다. 선두 주자는 액체 반창고(사카무케어)다. 상처에 바르면 피막에서 균의 침입을 막아 주는 효능을 가졌다. 2015년 4~6월 매출액은 작년보다 5배 늘었다. 품귀 우려 때문에 국내 수요를 맞추려는 별도의 수요 대책이 강화될 정도다. 틈새시장으로 유사품이 없는 시장 개척을 노린 오리지널 전략이 중국 고객에게 먹혀 들며 폭발적인 히트 명품이 됐다는 분석이다. 일본 제품 특유의 안심·신뢰감도 한몫했다. 매출 확대는 역시 12신약이 소개된 2014년 가을부터다. 고바야시제약의 추구 전략도 화제다. 대형 투자가 힘든 중견 메이커의 차별적인 시장 진입에 대한 주목이다. 틈새 상품 개발로 개별 제품의 시장점유율을 50~70%까지 높인 차별화가 그렇다.

그 덕분에 중국 관광객의 일본 의약품 평균 소비액은 2010년 551위안에서 2015년 5200위안으로 급등했다. 구매 품목 1위는 단연 의약품이다. 핫링크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2015년 춘제 때 중국 관광객의 구매 품목 1위는 의약품(3982건), 2위 화장품(2237건), 3위 온수 세정 변기(812건)보다 압도적이다. 의약품 등 중국 관광객의 쇼핑 붐은 신조어까지 낳았다. ‘폭풍 구매(爆買い)’다. 단체 관광객만 들어서면 진열대가 휑해진다는 말도 있다. 이에 일본 제약사들은 중국 관광객의 지갑을 열 전략을 수립하는 데 열중하고 있다. 중국 관광객에겐 입소문 효과가 크다는 점을 감안해 중국 전문가를 모셔와 중국 특유의 선호 제품을 선정, 판매 방법 등의 훈수를 듣는 식이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특임교수(전 게이오대 방문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