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만의 최악 가뭄…물 증발 막으려 아이디어

저수지에 ‘그늘 공’ 푼 캘리포니아
한국에서는 ‘가을 장마’ 소식에 걱정이지만 미국 서부에서는 비 소식이 없어 걱정이 태산이다. 벌써 4년째다. 100년 만에 겪는 최악의 가뭄이다. 캘리포니아 주가 가뭄의 직격탄을 맞았다. 이 지역에선 가뭄이 모든 우환의 근원이 되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선 4년 내내 평년 강우량의 30%를 밑도는 비가 내렸다. 바짝 마른 산야엔 사상 최악의 산불이 한창이다. 13개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1147㎢의 임야를 불태웠다. 산불은 지금도 확산 중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물 부족으로 고유 어종과 나무가 말라죽어 가고 있고 농경지와 저수지도 거북등처럼 갈라졌다. 물 사용권을 놓고 농민들과 주 정부 간에 소송이 이어지고 있고 물 관련 시설 신·증축 문제로 지역사회도 분열 조짐이다. 당장 식수 확보가 문제가 되는 지역도 있다. 캘리포니아 주 정부에 따르면 가뭄 피해액은 올 들어서만 27억4000만 달러(3조25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저수지에 ‘그늘 공’ 푼 캘리포니아
저수지 증발 85~90% 차단 효과

주 정부로서는 물 보전이 최우선이다.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지난 4월 1일 ‘가뭄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지역 내 물 사용량을 전년 대비 25% 줄인다는 내용이다. 집이나 공공기관에서도 물 사용량을 줄여야 한다. 각 카운티와 시 정부에 절수 목표량을 할당했다. 목표 미달 시엔 거액의 벌금이 부과된다.

일단 목표는 달성했다. 6월 한 달 동안 물 사용량을 측정해 보니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3% 줄었다. 모자란 물을 보전하기 위해 기발한 방법도 동원되고 있다. 일명 ‘그늘 공(shade ball)’이다. 저수지에 자외선 차단용 고무공을 풀어 물의 증발을 막는 용도로 사용된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시는 최근 식수 공급원인 ‘LA 저수지’에 이런 공을 9600만 개 풀었다. 30만7365㎡(9만3000평)의 저수지가 검은 공으로 까맣게 뒤덮였다. LA시는 그늘 공을 통해 매년 1000만 리터의 수자원 유실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A시 당국은 “어떻게든 물 유실을 줄여야 한다는 목표 아래 검은 천막으로 덮는 방식이 거론됐지만 그늘 공이 비용도 덜 들고 오래가고 효과도 좋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소개했다. 그늘 공 하나의 크기는 사과 한 알 정도이며 개당 생산비는 36센트(약 400원)다. 전체 비용은 400억 원 정도다. 덮개 방식에 비해 2억5000만 달러(약 3000억 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20년 정도 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그늘 공은 2008년부터 캘리포니아 곳곳의 옥외 저수지에 햇빛 차단 및 조류(藻類) 발생 방지를 위해 쓰여 왔다. 어퍼스톤캐니언·엘리시안·아이반호 저수지에서 사용 중이다. 저수 증발을 85~90% 막아내는 성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미 컬럼비아대 지구연구소는 지난 8월 20일 온실가스 배출 등으로 지구의 기온이 올라가 지하수 공급량보다 증발량이 더욱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결론은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는 가뭄 사태가 앞으로 15~20% 정도 악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 특히 캘리포니아 주 일부 지역에서는 악화 정도가 27%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지구연구소의 기후과학자인 파크 윌리엄스 교수는 “지구온난화는 인류가 사용할 수 있는 기본적인 물의 양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워싱턴 = 박수진 한국경제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