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규제 완화 ‘상업은행법 개정안’ 7월부터 발효

‘은행 예대비율 폐지’ 효과 있을까
중국이 은행의 예대비율을 폐지하기로 했다. 은행예금 잔액의 75%까지만 대출할 수 있도록 한 규제를 없애는 것이다. 중국 국무원(중앙정부) 상무회의는 이 같은 내용의 예대비율 철폐 안건을 담은 상업은행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고 중국 언론들이 최근 전했다. 예대비율이 법정 감독 관리 지표에서 유동성을 감시하고 측정하는 지표로 바뀌는 것이다. 상업은행법 개정안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국회) 상무위원회 심의를 거쳐 이르면 7월부터 정식 발효될 전망이다.

은행의 예대비율 철폐는 은행의 비용 부담을 줄여주고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여력이 커지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예대비율 철폐가 대출금리를 낮춰 실물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자본 건전성 지표 등 다른 규제가 여전해 실제 실물경제 지원 효과가 나타날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등 외국계 은행들에는 큰 숨통이 트이는 것이다.

은행의 예대비율는 중국이 속도를 내고 있는 금융 규제 완화의 연장선에 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최근 인민은행이 양도성예금증서(CD) 관리 임시 시행 방법을 통해 은행들에 개인과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CD를 발행할 수 있도록 허가한 것이나 이르면 올해 말 시행할 예정인 금리자유화와 맥이 닿는다는 얘기다.


금융 개혁 앞날 순탄하지 않아
중국은 6월 19일부터 9개 은행에서 CD 발행을 시작했다. CD 발행은 시장에서 큰 호응을 끌어내지 못했지만 금리 완전 자유화를 앞둔 실험으로도 사전 개혁 조치로 평가 받는다. 중국은 현재 대출금리는 자유화했지만 예금 금리는 인민은행이 정하는 기준 금리의 1.5배까지를 한도로 정해 놓고 있다. 지난 5월 금리를 내리면서 예금 금리 상한선을 기준 금리의 1.3배에서 1.5배로 확대했다.

중국의 금융 규제 완화는 정부의 건전성 감독 기능을 축소하는 대신 시장의 주체인 은행 등 금융회사에 스스로 리스크를 관리하는 책임을 지운다는 의미를 갖는다는 지적이다. 지난 5월 시행에 들어간 예금자 보호 조치 역시 정부가 암묵적으로 보장해 온 예금자 보호를 예금자 보험이라는 시장의 메커니즘을 통해 대체하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이 같은 금융 규제 완화가 성공하려면 시장 주체의 성숙된 의식이 전제돼야 한다. 금융회사들이 ‘정부가 어떻게 해 주겠지’하는 과거의 모럴 해저드식 자금 운용에서 탈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중국에서 시장 원리에 충실한 금융 시스템이 자리 잡기에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그림자 금융의 하나로 지목받고 있는 재테크 상품은 법적으로 보장성 상품이 아닌데도 금융회사들은 여전히 원금을 보장한다고 선전하고 있고 투자자 역시 문제가 생기면 거리로 나와 정부에 책임을 지라는 식의 태도를 바꾸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개별 금융회사나 기업의 금융 리스크 발생은 용인하지만 이것이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되는 것은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금융회사와 투자자의 모럴 해저드를 막으려면 리스크 발생을 용인하는 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의 속성상 한두 건의 금융 리스크가 전체 시스템 위기로 전이될 수 있는 폭발성을 갖는다. 규제 완화를 내세운 중국 금융 개혁의 앞날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전문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