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I 반등, ‘금리 인상’우려 커졌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40달러 초반에서 강하게 반등해 어느새 60달러 내외까지 올랐다. 20달러 선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는 듯했지만 현실은 반등이었다. 경제지표든 주가든 빠질 때는 한없이 빠질 듯 보이고 오를 때는 한없이 오를 듯 보이지만 결국 반작용은 나온다. 언제인지 모른다는 사실이 장애이긴 하다.

유가 반등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중동 분쟁 및 값싼 유가에 따른 수요 증가다. 후자와 관련해 미국 내 운행 거리 증가가 눈에 띈다.

지난 2월 미국의 총 운행 거리는 3조500억 마일(연환산)로 사상 최고치를 2개월 연속 경신했다. 줄곧 하락세를 보이던 1인당 운행 거리도 작년 6월부터 반등해 현재 1억2000만 마일을 회복했다.

가격이 수요를 자극한 예는 또 있다. 원유를 원료로 사용하는 산업들의 가동률 상승이다. 에너지·화학·플라스틱 등을 생산하는 산업의 가동률은 작년 하반기 이후 80%를 회복했다. 2007년 연말 이후 처음으로 80%대에 진입했다. 반면 채굴(원유 등) 산업의 가동률은 작년 한때 90%를 돌파했었지만 지금은 84%까지 하락했다. 원유 가격 하락 여파다. 원유의 공급과 수요 측면에서 공급은 줄어들고 수요가 증가하는 그림이다. 실제 수요 산업의 가동률에서 공급 산업의 가동률을 차감한 수치는 유가를 2개 분기 선행한다. 같은 지표만 보면 당분간 유가는 완만하게 상승할 전망이다.

유가가 완만히 상승하면 물가 상승 압력을 키워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우려가 높아질 수 있다. Fed는 성명서를 통해 물가가 2%에 닿는다는 합리적 확신이 들 때까지 금리 인상을 미루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합리적 확신이 든다면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 가능하다.

유가가 만약 여기서 20% 추가 상승해 70~80달러까지 가면 어떤 현상이 발생할까. 유가의 추가 상승은 Fed에 합리적 확신이 아닌 합리적 두려움의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Fed는 금리 인상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9월 금리 인상론은 실현 가능성이 높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