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은 혼인이 빚의 재분배를 만든다고 한다. 바쁘게 쫓기듯이 살아가는 현대인은 결혼이 가져다줄 행복 가치를 따져볼 겨를도 없이 눈에 보이는 비용만 상당하다고 느낀다.
‘빚의 재분배’가 된 결혼
박수경 듀오정보 대표

1965년생. 1988년 서울대 가정관리학과 졸업. 1997년 서울대학교 소비자아동학 석·박사. 1995~1999년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 연구원. 2001년 아모레퍼시픽 입사. 2014년 듀오정보 대표(현).




지난해 혼인 건수는 30만5500건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대한민국에서 결혼은 해가 갈수록 풀기 어려운 숙제로 치부되고 있다. 결혼은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경제적 행동이다. 가정을 일구고 유지하기 위해 많은 소비 활동이 이뤄졌고 세대 간 부의 재분배가 가능했다.

돈이 도니 국가의 경제 또한 안정적이었다. 기성세대가 “결혼하면 돈을 모을 수 있어”라고 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자녀는 다르다. 요즘 젊은 남녀는 여러 합리성을 따져봤을 때 결혼은 그저 ‘비용이 많이 드는 선택’일 뿐이라고 말한다.

젊은이들은 혼인이 빚의 재분배를 만든다고 한다. ‘시간 빈곤’에 시달리기 때문일까. 바쁘게 쫓기듯이 살아가는 현대인은 결혼이 가져다줄 행복 가치를 따져볼 겨를도 없이 눈에 보이는 비용만 상당하다고 느낀다. 여기서 비용은 돈의 액수만을 두고 하는 얘기가 아니다.

먼저 결혼 상대자를 찾는 어려움이 생각보다 크다. 직장에서 자리 잡고 이제 좀 결혼하려고 주위를 봤더니 모두 시집 장가가고 아무도 없더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사실 심각한 문제다. 결혼 적령기를 지나면 만날 수 있는 이성의 수가 급속도로 줄고 소개팅 등 만남의 기회 자체도 적어진다. 여기서 시간과 노력이라는 비용이 발생한다.

또한 실로 자립 결혼이 어려운 시대다. 치솟는 전셋값과 불안한 경제 상황으로 상대가 있어도 결혼을 유보하거나 포기하는 이들이 생겨났다.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했다는 ‘삼포 세대’에 내 집 마련과 인간관계라는 두 가지를 더해 ‘오포 세대’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다. 결혼 연기에 따른 만혼은 출산율 저하에도 영향을 끼친다.

자연스레 결혼 가치관도 과거와 많이 변했다. 결혼 제도를 거부하는 동거족, 혼인 후에도 자녀를 낳지 않겠다는 딩크족, 결혼할 생각이 없는 비혼자 등도 꽤 늘었다. 하지만 크게 간과하는 의문이 있다. 혼자라는 선택이 주는 자유와 즐거움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과연 미래도 지금과 같이 만족할 수 있을까.

결혼 문제를 두고 최일선 경영자로서 가장 큰 근심은 우리 회사의 지속 가능한 경영이다. 이런 환경에서 결혼 정보 회사가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을까. 더 나아가 ‘결혼을 하지 않아 저출산·고령화사회로 치닫는 우리 사회가 지속 가능할까’하는 우려가 앞선다. 그래도 희망을 품는다. 결혼을 대하는 사람들의 가치와 태도 변화를 거스를 수는 없겠지만 결혼의 형태가 바뀌어도 결혼이 갖는 의미와 중요성은 다른 것으로 채워질 수 없다. 재혼·삼혼·사혼 등 다혼자의 증가가 방증이다.

결혼할지 말지, 누구와 언제 어떻게 할 것인지는 물론 개인의 몫이 크다. 하지만 결혼의 경제학적 효용을 고려할 때 정부의 정책적 대책이 시급하다. 많은 기성세대가 1인 가구 증가, 만혼 보편화 등의 사회적 현상을 자유로운 젊은 세대가 만든 단순한 가치관 차이로 본다면 문제가 있다. 이 시대의 결혼은 누가 어떻게 풀어야 할 숙제일까. 결혼이 어려운 사회·경제 환경 속에서 대한민국 모두가 깊이 고민해야 할 때다.